꽃 화분 하나 없고 거무틱한 배경의 응접실에 엄마와 자매로 짐작되는 두 아이가 있다. 자매 중 더 어려 보이는 아이가 엄마 품에 착 감기듯 안겨 있다. 다정히 부둥켜 안은 모녀는 둘이 아니라 서로 녹아 들어 한 몸이다. 그러한 모녀의 두어 발짝 앞에 언니가 서 있다. 새끼 손가락을 입에 물고 엄마와 동생 쪽으로 비껴 기울인 얼굴에는, 엄마 품에 안겨 사랑을 독차지한 동생에 대한 부러움과 질투심이 배어있다. 동생에 대한 엄마의 편애에, 언니는 마치 한 가족이 아닌 이방인처럼 뻘쯤하다.어린 시절에 겪는 신체적, 언어적, 정신적·성적으로
장마기간입니다. 연일 안전문자가 빗발칩니다. 비가 뿌렸다 그쳤다를 매일 반복하며, 벌써 예산에도 비닐하우스 농장이 물에 잠기는 피해를 알리는 뉴스를 들었습니다. “많은 피해가 없이 잘 지나가기를…” “농민들이 근심하지 않고 비를 바라볼 수 있기를…” 목회자로 기도할 뿐입니다.개인적으로 고향집이 개천 바로 옆이라 어릴 적에는 비를 무척이나 싫어 했습니다. 비만 오면 개천을 따라 붉은 황토물이 불어나 금방이라도 무섭게 창가를 넘어올 듯 출렁이는 광경은 어린 저에게는 공포 그 자체. 그래서 고사리 손을 모아 간절히 기도했던 추억. 하지만
풀, 나무, 꽃, 과일, 나물, 곡식…. 가까이에 언제나 존재하는 식물이지만, 동물에 비해 존재감이 적게 느껴진다. 움직이지 못하는, 한곳에 머무는, 조용한, 수동적인 이미지가 강한 탓에 그저 삶의 배경 정도로만 느껴지는 식물. 꽃과 잎이 주는 미감에 관상용으로만 치부되기 쉬운 그런….자세히 들여다 보면 식물의 세계는 동물의 세계 못지 않게 역동적이다. 생명을 지속하기 위해 호흡활동을 하고 광합성을 통해 스스로 양분을 만들어 낸다. 결국 세계를 지탱하는 에너지의 근원을 만들어내는 힘이 식물에게 있지만 왠지 식물은 평가절하 받는 느낌
최근에는 화상회의를 통해 한국 여행을 준비하는 외국인 가족들과 여행을 준비하는 일이 자주 있다. 그때마다 한국여행의 이유를 물어보면서 대화를 시작한다. 한국에 여행오는 외국인 여행자들의 공통된 답변은 날씨, 음식, 대중문화 그리고 친절이다. 한국의 날씨는 자신들이 살고 있는 국가나 지역의 날씨보다 더 좋다고 한다. 무슨 말일까? 한국의 날씨도 변했는데 말이다. 동남아시아 여행자들은 코로나19 이전의 자기 나라 날씨와 비슷해서 여행하기 좋다는 말을 한다(그냥 따뜻한 날씨라는 표현도 함께). 중앙아시아 여행자들은 강한 햇빛은 큰 문제가
“많은 친구를 사귀어 보고 여러 가지 일을 같이 경영해 보았으나 의리나 우정이나 사교란 것이 어느 것 하나 이욕(利慾)의 앞에서 배신감을 당해 보지 않은 것이 없다. 순수하다는 것을 정신의 결합에서밖에는 찾을 길이 없다.”김용준의 《근원수필》 중 에 나오는 글이다. 친구만이 아니라 모든 인간 관계도 별반 다르지 않다. 예나 지금이나 또한 마찬가지다. 감탄고토(甘呑苦吐)와 토사구팽(兎死狗烹), 그리고 면종복배(面從腹背)라는 말이 지금도 종종 쓰이는 것을 보면 그렇다.정충신(鄭忠信, 1576~1636)에 대해 두
그림의 제목과 상황이 술집 앞 한 가족의 광경이다. 벌건 대낮에 아이를 사이에 두고 엄마는 술집 입구를 단단히 막아섰고 맞은 편의 아빠는 그러한 엄마를 잡아먹을 듯 째려보고 있다. 아빠의 모습을 보면 본인의 행색을 돌보지 않는 것은 물론 가장으로서 그리고 남편으로서의 책임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자신의 분신인 아이에게는 털끝만큼의 눈길도 머물지 않고, 양팔 크게 벌려 온 몸으로 애원하는 부인에게도 애틋한 공감보다는 심한 욕설과 함께 뒤춤에 감춰 둔 주먹으로 한바탕 응징할 기세이다.남자의 그러한 폭력적 행동이 예상되는 것은 부인과
“예산에 왜 내려와 살게 됐냐”는 질문을 받으면 나는 “첫 눈에 반했다”고 말한다. 밝은 느낌이 들었고 참 예뻐 보였다고 말하면서 예를 드는데, 빠지지 않는 곳은 ‘예산시네마’다. 재개관을 위해 가림막을 치고 공사하고 있는 극장 앞을 지날 때면 처음 극장을 보고 바로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었던 순간이 떠오른다.SNS에 올린 사진을 보고 많은 지인들도 예산에 꼭 한 번 와보고 싶다는 등의 댓글을 달아주었다. 영화표 가격에 또 얼마나 착한가. 그런데 그럼에도 계속 신나서 자랑할 수 없는 건 상영작 리스트다.10여 년 전 대기업이 영화
가짜뉴스가 진짜뉴스 보다 더 많은 이때 독서, 특히 고전읽기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일생에 걸쳐 진행된 독서행각, 특히 젊은 시절의 독서는 전체 인생살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디지털 시대에 사는 젊은이들에게도 책을 권하는 이유이다뜬금없이 독서얘기를 꺼낸 것은 요즘처럼 각종 정보가 난무하고 정국이 혼탁한 시기에는 올바른 지식이나 비판적 관점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더구나 가짜뉴스가 진짜뉴스 보다 더 많은 이때 독서, 특히 고전읽기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오늘날 한국인들은 1년에 책 한 권을 읽지 않는
“정충신(鄭忠信)과 김시양(金時讓)이 모두 부처(付處)의 명을 받았는데 국법으로 볼 때 이와 같이 해서는 안 됩니다. 이처럼 혼란한 때를 당하여 편하고 조용한 곳에 그 몸을 두게 되니 그들로서는 뜻을 이룬 셈이지만 분개하지 않는 사람이 없습니다. 어떻게 전일의 공로로 오늘날의 죄를 덮을 수야 있겠습니까. 또 정충신이 무죄하다 하여 아주 석방한다면 모르겠으나, 어떻게 죄를 정하여 유배한 후에 짐짓 집으로 돌아가게 할 수야 있겠습니까. 정충신을 먼 변방으로 보내 군대에 편입시키고 우선 방환하라고 했던 명을 환수하소서.”1633년 2월
“아빠는 매일 언니, 오빠들과 여행 많이 가고, 나는 조금 가고. 아빠! 우리 여행 아니면 캠핑가자. 언제 갈거야?”청소년들과 국내외 여행을 가면 일과를 마치고 딸과 영상통화를 하는데, 딸이 자주 하는 말이다. 최근에 우리 딸은 가족이 함께가는 여행과 캠핑을 더 좋아한다. 예전에는 아빠와 둘이 가는 여행을 더 좋아했는데…. 사실 조금 서운하다.딸과 함께가는 여행과 캠핑도 청소년들과 함께가는 여행과 크게 다른 점 없이 준비 과정을 진행한다. 조금 다르다면 딸의 여행 성향에 맞추어 여행을 준비한다는 점과 여행 예정지역, 장소의 상황을
최재구 군수는 복지분야에 ‘예우받는 어르신, 소외없는 복지 예산군’으로 12개의 공약을 내걸었다. 현재 공약 이행률은 12%이며, 반면 경제분야·산업분야는 20%를 넘긴 상황이다.공약으로 △예산군 어르신 목욕비 및 이·미용비 2배 확대 △만70세 이상으로 어르신 교통카드 지원 연 5억원 확대 △섬김택시 마을 2배 확대 연 8000만원 △어르신 봉양 수당 만80세 이상으로 확대 △경로당운영비 월 10만원 증액 지원 △참전유공자와 배우자, 보훈 명예수당 월 5만원 지원 확대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 인증 300만원 △예산군립도서관 증축
지난 연재까지 음식, 술, 담배 등 외부 물질에 의한 인체 손상을 소개하였다. 앞으로 몸 안에서 인체를 손상시키는 물질에 대하여 소개할 예정이다. 그 물질은 질병이 왜 발생하고 어떡하면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지에 대한 근거를 제공한다.그림 에는 햇살이 유난히 밝은 날 번잡한 일상에서 멀리 벗어난 선상에서 젊고 활기 가득한 남녀들이 점심모임 중이다. 중앙에 위치한 식탁에는 먹고 마실 음식과 술이 넘치도록 풍성하다. 식탁 대각선 쪽 여성은 보호하듯 감싼 남성의 사랑스러운 눈길과 체취를 음미하며 환한 미소가 온 얼굴
꼬불꼬불 시골길을 겁없이 달리는 시골 마을버스는 어르신들의 큰 교통수단이자 마을과 마을 그리고 이웃과 이웃을 잇는 생명줄과 같습니다.이제 시골의 인구감소로 인하여 겨우 하루에 서너번 들어오는 버스는 소중한 기다림의 오아시스입니다. 서너번이라도 배차가 되어 들어오면 다행입니다. 이제 아예 버스가 다니지도 않는 마을, 그리고 버스가 지나가도 서지 않는 버스정류장이 생기고 있습니다. 참 안타까운 시골의 현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덕산 둔리의 잔잔한 물결이 반짝이는 용봉저수지를 옆으로 두고 지나는 마을버스가 반갑습니다.
1979년 초등학교 4학년 때다. 이 해 가을걷이 후 구입한 텔레비전을 통해 얼마 안 있어 어린 눈으로 현대사의 두 개의 큰 사건을 목도했다. 박정희 대통령 시해 사건과 몇 달 후의 5·18광주민주화운동이다. 1979년 10월 박정희 대통령 시해 사건 때에는 그 당시 TV 화면에는 아흐레 동안 영정 앞에 향 피어 오르는 장면과 가끔 사건의 수사 소식을 보내주는 장면이, 1980년 5월에는 광주사태라 해서 9시 뉴스 첫머리부터 광주에는 폭도들로 날뛰고 있다고 전한 앵커의 모습이 지금도 기억 속에서 남아 있다. 10여 년 전 ‘국민 여
10일간의 슬로바키아 여정을 마치고 인천공항 귀국 후 청년 여행자와 연락이 바로 끊겼다. 여행가들은 연락이 안된다고 기분 나빠하지 않는다. ‘인샬라’를 확신하기 때문이다. “나를 지켜주는 수호신이 항상 나를 지키듯, 당신을 지켜주는 수호신은 항상 당신를 지킨다. 그대가 가는 길이 항상 신과 함께하기를…. 인연이 된다면, 서로의 수호신에 의해 언젠가는 다시 만나기에 그 만남을 기약합니다. ‘인샬라(아랍어: in shā΄ Allāh)’ ” 2020년 2월 코로나19로 인하여 팬데믹이 막 시작되던 때, 한 손에 와인병을 들고, 이 여행자
들소와 인디언의 무덤 위에 세워진 미국에서 천천히 풀을 뜯는 네 발 달린 은행계좌라는 별명이 붙은 들소 이야기를 읽으면서 자연을 파괴하면 거기 서 있던 인류에게도 재앙이 닥치고 환경과 인권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지 알게 됩니다.위태로운 생태계를 더이상 나빠지지 않게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현실은 숨이 턱에 차 있습니다. 어려운 숙제는 되도록 미루게 되고 모르는 척 잊고 살고 싶은 게으른 사람들은 그저 분리수거 해내면서 자족하고, 쓰레기 덜 버리면서 환경을 생각합니다. 이에 저자는 좀 더 숨가뿐 목소리로 폐해들을 보여주며 강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