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우유를 한 잔 따라 거실로 들고 가다 그만 바닥에 엎지르고 말았다. 생각만 해도 난감하고 귀찮은 상황. 하지만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래, 그동안 청소를 미뤄왔는데 이 기회에 하면 되겠다. 오히려 좋아!’게임방송에서 처음 등장해 유명유튜버가 쓰며 널리 알려진 ‘오히려 좋아’는 뜻하지 않게 안 좋은 일이 생겨도 좋은 면을 찾아 긍정에너지를 더하는 말이다.“집에만 있어야 하지만 돈을 아낄 수 있으니까 오히려 좋아”“배송 잘못 왔는데 이 색깔이 더 예뻐 오히려 좋아”감염병의 긴 터널을 지나며 몸도 마음도 움츠러드는 나날 속
머릿속에 물음표 백 개가 떠오른다. 뭘 받는다는 걸까? 킬로그램 받네? 이리저리 유추해봐도 도무지 알 수 없다.‘kg받네’는 ‘열받네→킹받네→kg받네’로 3단 변천사를 거쳤다. 킹(King)받네에서 가운데 알파벳 두 글자(in)를 뺀 것이다. 킹받네는 열받네 앞에 킹을 붙여 강조한 말로, 한 유명웹툰 작가가 유튜브방송에서 처음 쓰며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자매품 ‘킹받뜨라쉬(킹+파트라슈)’도 있다.롤 승급전 졌을 때, 불법주차한 차를 간신히 피해가야 할 때 등등 화나는 순간이라면 언제든 쓸 수 있다. 킹은 다른 데서도 등장한다. ‘
가야할 길이지만 너무 힘들진 않을까 망설여질 때, 앞에 어떤 게 놓여있는지 몰라 걱정이 될 때 주문처럼 외우는 말이 있다. ‘가보자고’다. 네 글자지만 마음 속으로 되뇌일수록 움츠러든 마음이 조금씩 펴진다. 소리 내 씩씩하게 말하면 왠지 모를 힘도 생겨나는 것 같다. 한 아이돌 팬덤에서 유행하기 시작해 SNS로 퍼져나간 것으로 추정되는 이 말은 지난 도쿄올림픽 양궁에서 금메달을 딴 김제덕 선수가 코로나19로 무관중경기를 한 대회장에서 주먹을 불끈 쥐고 목청껏 ‘코리아 파이팅!’을 외치는 사진과 함께 밈(짤)으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등교길에 만난 친구에게 숙제 안했냐고 물으니 “응, 어쩔티비?”라는 답이 돌아온다. 여유만만, 태평천하 그 자체다. 게임에서 1등을 해 신나게 자랑했더니 또 “어쩔티비”란다. 얄미워 죽겠다.‘어쩔티비’는 어쩌라고를 줄인 ‘어쩔’ 뒤에 티비를 붙인 말이다. ‘뭐 어떠냐, 노상관’이란 의미나 친구를 약올리고 싶을 때 쓴다. 티비에는 별다른 뜻이 없고 10대들이 즐겨보는 아프리카티비(TV) 등에서 따왔다. 왠지 어감이 좋아 붙여쓰게 된 것.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티비 대신 다른 가전제품을 붙여 주거니 받거니한다. 자매품 ‘저쩔티비’도
너무 맛있어 순식간에 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우게 만드는 ‘밥도둑’ 반찬들이 있다. 알이 꽉 찬 간장게장, 잘 익은 묵은지로 끓인 김치찌개, 노릇노릇 구운 햄…. 생각만 해도 입에 침이 고인다.하지만 도무지 손이 안 가는 반찬도 있다. 개취(개인취향)는 다르겠지만, 급식메뉴를 확인했을 때 탄식이 나오는 반찬이라면 쉽게 상상이 갈 것이다. 그게 바로 ‘밥경찰’이다. 밥도둑과 반대 의미로 커뮤니티 등에서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밥경찰로 인정한다”“오늘 급식 3대 밥경찰”아무리 좋아하지 않는 음식이라도 건강을 생각한다면 골고루 챙겨먹도록
전쟁통에도 사랑은 피어난다고 했던가. 코로나19로 집밖에 나서기 어렵고 사람과의 접촉이 줄어든 비대면시대, 대세는 ‘줌개팅’이다.화상회의 등에 널리 쓰이고 있는 온라인 플랫폼 ‘줌’과 소개팅을 합친 말로, 직접 마주앉는 대신 영상통화로 상대를 만난다. 줌개팅을 주선하는 업체들도 있을 만큼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나 어제 줌개팅했다”“줌개팅 신선하더라”한 연애 커뮤니티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자주 만나지 못해 이별한 연인들이 늘었다고 한다. 감염병사태가 2년째 이어지며 모두 어렵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하루라도 빨리 사랑하는
사랑스러운 강아지나 아기고양이 사진에 난데없이 ‘700’이란 답글이 달렸다.700은 ‘귀여워’의 초성을 딴 ‘ㄱㅇㅇ’을 숫자로 한 번 더 바꾼 신조어다. 한 커뮤니티 이용자가 만들어 사용하기 시작한 뒤로 유명 유튜버의 방송을 타며 널리 알려졌다.좋아하는 아이돌이나 지인의 반려동물을 보며 호들갑을 떨고 싶을 때 사용하면 된다.“⃝⃝이 봤니 완전 700….”“우리애기 진짜 700이다”푹푹 찌는 여름, 휴대폰 사진첩에 ‘700짤’을 모아두고 불쾌지수가 올라갈 때마다 보며 산뜻한 오후를 보내는 건 어떨까?
자매로 보이는 두 사람이 주고받은 카톡대화가 커뮤니티 이곳저곳에 등장했다. 게시물 제목은 ‘요즘 고딩말투 박박 억울해’.10대 사이에서 만들어진 신조어 ‘박박’은 ‘대박’의 뒷글자를 따 두 번 반복한 말이다. ‘대박 억울해’보다 친근감 있다고 여겨져서인지 SNS를 타고 유행하기 시작했다.자매품도 탄생했다. ‘짜짜 대박이다’. 짜파게티? 짜장면? 아니다. 바로 ‘진짜 진짜’다. 박박과 짜짜 뒤엔 귀여워, 고마워, 짜증나도 붙일 수 있다. 처음엔 이게 뭔가 싶다가도 은근히 중독성있는 이 말, ‘고딩’ 못지않게 남발하게 될지도 모른다.
“무야~호~!”10여년 전 한 지상파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할아버지의 외마디 함성이다. 해당 프로그램의 이름을 잘못 발음한 것인데, 최근 레트로 열풍이 불며 당시 방송이 화제가 됐다. 유튜브 조회수는 수백만을 넘어섰고 각종 커뮤니티와 SNS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맥락을 잘 모르더라도 누군가 ‘무야호’를 외치면 피식 웃음이 난다. 그냥 야호도 아니고, 무야호다. 몸이 근질거린다면 입 옆에 손나팔을 만들어 친구에게 ‘무야호~ 무야호~’를 외쳐보자. 추억이란 실없는 시간을 공유하며 쌓아가는 것이니.
지난달 대파가격이 오르자 파를 집에서 직접 키워먹는 사람들이 늘기 시작했다. ‘파테크’는 파와 재테크를 합친 말로, 한 푼이라도 절약해 가계에 보태자는 의미에서 널리 퍼져나갔다.대파는 일반 가정집에서 쉽게 기를 수 있다. 밑동을 잘라 상토에 묻거나 물을 담은 플라스틱병에 꽂아두면 새줄기가 솟아난다. 많은 SNS 이용자들은 자신이 키운 대파사진과 재배법 등을 공유했다.“파테크 5일차, 파육아중”“저도 시작했습니다 파테크”파값이 오른 이유는 지난 1월 한파 등으로 생산량이 줄어서라고 한다. 평소 식탁에 오르는 농산물을 재배하기 위해 구
방금 셀카로 찍은 내 사진, 제법 잘 나왔다.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마침 학교 동창들과 함께 하는 메신저 단체채팅방에서 활발한 대화가 오간다. 메시지가 쉴 새 없이 쌓이는 것을 보며 기회는 이때다싶어 ‘혼틈셀카~’라는 말과 함께 사진을 올린다.‘혼틈’은 ‘혼란을 틈타’의 줄임말이다. 인터넷 커뮤니티나 채팅방 등에서 뜬금없이 자신이나 좋아하는 연예인 사진을 올릴 때, 퇴근 직전 타부서에서 소란이 일어 내 상사가 그쪽에 신경을 쏟는 틈을 타 재빨리 퇴근할 때 쓴다.“내 셀카 혼틈영업한다”“우리 ○○이 혼틈출연 깨알이네”혼란한
회식자리, 술을 잘 마시는 사람과 못 마시는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쾌활한 성격으로 모임을 주도하는 직원이 ‘여기는 주술사 테이블’이라며 몇몇을 앉힌다. ‘주술사’는 ‘주로 술 마시는 사람’의 줄임말로, 평소 음주를 즐기는 이들을 부르는 말이다. 회식 때 쉽게 자리배치를 하기 위한 표현으로 등장했다.“주술사는 이쪽으로~”“난 자타공인 주술사야”아무리 마셔도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는 주술사들. 그래도 과음은 조심하자.
‘뭔가 추하다는 뜻인가…?’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오늘 점심 뭐 먹지?’와 같은 말. ‘점심메뉴 추천해줘’의 앞글자를 따 줄인말이다.매일 점심메뉴를 고민하는 직장인들이 자주 쓴다. 점심시간이 다가오는 때, 단체채팅방에 살며시 올려보자.“오늘 뭐 먹지? 점메추해~”저녁 약속이 있는 경우 ‘저메추해’로 응용할 수 있다.치열한 하루를 사는 모든 이들, 오늘 점심 든든하게 먹고 파이팅하자!
‘홈트’가 대세다. 코로나19로 헬스장 등을 자유롭게 이용하기 어려운 환경이 되며 집에서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이 크게 늘기 시작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되던 날, 한 커뮤니티엔 ‘아령이 품절돼 못 샀다’는 글이 속속 올라오기도 했다.‘오하운’은 ‘오늘하루운동’의 줄임말로, 앞에 해시태그(#)를 붙여 SNS에 오늘 어떤 운동을 했는지 기록차 업로드할 때 쓰이기 시작했다.“#오하운으로 내일도 모레도 건강해지기”집에서 혼자 꾸준히 운동하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SNS를 통해 지인들과 공유하고, 게시물에 #오하운을 단 사람들과 ‘
whyrano(와이라노)와 비슷한 종류다. 발음대로 천천히 읽어보자. 혹..쉬? 혹시? 맞다. 혹시다.이는 TV 한 육아프로그램에서 개그맨 샘해밍턴의 아들 윌리엄이 유행시킨 말이다. 윌리엄이 영어와 비슷한 발음으로 습관처럼 말끝에 ‘혹시’를 붙이던 것을 시청자들이 귀여워하며 따라 하기 시작했다. TV 예능프로그램 자막에서도 많이 쓰는 것을 볼 수 있다.SNS나 채팅을 할 때 사용하면 조금 더 센스있는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이거 나 주는 건가 hoxy?”“너 배고프니 hoxy?”“나 방금 좀 멋있었나 hoxy?”벌써 2월이다.
‘할아버지가 좋아하는 돈이 뭔지 아냐’며 오늘도 하이개그를 시전하는 부장님. 그의 퀴즈에 단련된 머릿속에 ‘할머니’가 떠올랐지만 한참 고민하는 척을 한다. 답을 말하고 웃음을 빵 터뜨리는 부장님을 따라 손뼉을 치며 웃는다. 사실 재미는 없지만 그게 중요하랴, 승진심사가 얼마 남지 않은 것을.‘억텐’은 ‘억지텐션’을 줄인 말로, 상대의 말이나 행동이 썩 재밌지 않더라도 웃거나 맞장구치는 것을 말한다. 흥분되고 신난 상태를 뜻하는 ‘하이텐션’의 반대말로 등장했다.“어제 개강파티 노잼이라 억텐으로 버텼다”“억텐은 찐텐(진짜텐션)처럼 부려
자, ‘whyrano’를 천천히 발음하며 읽어보자. 와이, 라, 노….그렇다. ‘와이라노’. ‘왜 이러니?’의 경상도 사투리 ‘와이라노’를 영어로 재치있게 표현한 단어다.인터넷 SNS 등에서는 글씨에 기울기를 넣어 아련한 듯한 효과를 더하고 있다. ‘왜 이러는 거냐’ 굳이 길게, 심각하게 말할 필요 없다. 무심하게 툭 ‘whyrano’를 써보자.“콧물이 얼었다. 요즘 날씨 whyrano…”“오늘 소개팅인데 내 몰골 whyrano…”정말 심각한 상황이 아니라면, 가끔은 가볍게 “whyrano”하고
생각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이는 매콤한 닭발. 맛은 있지만 한 입 베어물고 입 안에서 뼈를 발라내는 일은 다소 귀찮다. 그럼에도 뼈 있는 닭발이 좋다는 사람과 무뼈파는 오랜 논쟁을 벌여왔다.거기서 탄생한 게 바로 ‘쫌쫌따리’다. 닭발 발가락 사이에 붙어있는 살처럼 얼마 안 되는 무언가나 작고 하찮은 것을 두고 쓴다. “쫌쫌따리 긁어서 티끌모아 태산 맛 느끼냐”“내 통장잔고 쫌쫌따리”쫌쫌따리라고 무시하진 말자. 언젠간 태산이 될지 모른다.
편한 슬리퍼 차림으로 어디까지 가봤는가? 집 앞 슈퍼마켓? 분리수거장?슬리퍼를 신고 편하게 다닐 수 있는 곳, ‘슬세권’. 슬리퍼의 ‘슬’과 역세권의 ‘세권’을 딴 합성어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지만, 꾸미지 않아도 편한 복장으로 집 주변에서 카페, 맛집을 탐방할 수 있는 게 슬세권이다.“우리집 초슬세권이야. 집 앞에 편의점이 있어”“찐(진짜) 슬세권은 중국집을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고!”코로나19로 사람들이 멀리 나가는 것을 자제하면서 ‘슬세권’이 더욱 부상하고 있다. 슬세권은 아니더라도 이럴 때만큼은 이동을 자제하며 지역상권을 이용
지역별로 다양하게 발달한 사투리는 언제 들어도 정감있다. 특히 억양이 강하고 ‘ㅜ’나 ‘ㅡ’ 발음이 ‘ㅓ’로 들리는 부산사투리는 신조어에도 등장하곤 한다.‘머선129’는 ‘머선 일이고?’를 변형한 말로, 부산사람이 무슨 일이냐를 물을 때 소리나는 대로 옮겼다고 보면 되겠다.“아이고매 이기(이게) 머선129?”Z세대와의 대화에서 머선129를 들었다면 새로 나온 전자제품 기종인지 뭔지 헷갈려하지 말고,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로 받아쳐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