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간의 슬로바키아 여정을 마치고 인천공항 귀국 후 청년 여행자와 연락이 바로 끊겼다. 여행가들은 연락이 안된다고 기분 나빠하지 않는다. ‘인샬라’를 확신하기 때문이다. 

“나를 지켜주는 수호신이 항상 나를 지키듯, 당신을 지켜주는 수호신은 항상 당신를 지킨다. 그대가 가는 길이 항상 신과 함께하기를…. 인연이 된다면, 서로의 수호신에 의해 언젠가는 다시 만나기에 그 만남을 기약합니다. ‘인샬라(아랍어: in shā΄ Allāh)’ ” 

2020년 2월 코로나19로 인하여 팬데믹이 막 시작되던 때, 한 손에 와인병을 들고, 이 여행자가 사무실에 찾아왔다. 사무실 앞에 캠핑 의자를 펼치고 작은 난로를 중앙에 두고 슬로바키아 이후의 여행 이야기를 나누었다. 팬데믹으로 마음에 여유가 생겼고, 여행 사진을 정리하다가 나와 함께 했던 슬로바키아 여행과 마음의 짐이 생각났다고 한다. 

마음의 짐? 무엇인지 궁금했다. 후배 여행가는 슬로바키아 여정 당시 건설회사 직원이 아닌 여행사의 신입 직원이었다고 한다. 슬로바키아 여행 중 여정 진행 방법을 자신이 만든 여행 상품에 그대로 따라했으며, 자신이 처음 개발하고 실행하는 것처럼 소셜 미디어를 통해 알렸다고 한다. 이를 고백하고 싶었다고 이야기하면서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후배 여행가는 당시에는 자신의 행동이 도둑질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한다. 

나는 웃으면서 이렇게 이야기 했다. 

“후배. 그건 도둑질이 아니고, 더 멋진 여행을 만들려고 노력했던 거야. 나 궁금한 게 있는데 말이야. 우리 추억 속 여행을 통해 어떤 여행을 만들었어? 너무 궁금해~. 이야기 해줘”

“선생님 여행을 어느 정도까지는 따라했는데, 어느 단계 이상이 안되는 거 같아요(이야기 듣고 나는 잠시 우쭐했음)”라고 말을 시작한 후배 여행가는 밤새 자신이 진행했던 여행과 사진을 보여주었다. 

 

나 역시 “여행에 이상 이하가 어디있어~(스스로 멋있으려고 최선을 다했음)”로 말을 시작해서, 그동안의 여행 내용과 여행 중 여행자와 추억이 담긴 사진을 보여주었다. 이야기를 하다보니, 밤을 세웠고, 후배 여행가는 서울행 첫 기차를 타고 여행사로 출근했다. 기차에 오르는 후배 여행가에게 메모 한장과 호두과자 한박스를 선물했다.

메모 내용 : 호두과자 언제 누가 만들었는지 뭐가 중요하니? 호두과자 먹는 사람이 맛있으면 된 거지~ ^^ 후배 여행 스타일도 매력적이야~ 인샬라.

후배 여행가에게 문자 메세지가 왔다. 

“고마워요. 형. 인샬라”

후배와 사무실 앞에서 함께한 여행가들의 시간과 여행가들의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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