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소와 인디언의 무덤 위에 세워진 미국에서 천천히 풀을 뜯는 네 발 달린 은행계좌라는 별명이 붙은 들소 이야기를 읽으면서 자연을 파괴하면 거기 서 있던 인류에게도 재앙이 닥치고 환경과 인권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지 알게 됩니다.

위태로운 생태계를 더이상 나빠지지 않게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현실은 숨이 턱에 차 있습니다. 어려운 숙제는 되도록 미루게 되고 모르는 척 잊고 살고 싶은 게으른 사람들은 그저 분리수거 해내면서 자족하고, 쓰레기 덜 버리면서 환경을 생각합니다. 이에 저자는 좀 더 숨가뿐 목소리로 폐해들을 보여주며 강권합니다. 

국가를 등에 업은 거대 자본들과 그에 결탁한 정치세력은 여전히 기세등등 무소불위의 주먹을 휘두르고 있는 현실 앞에서 정치는 자꾸만 뒷걸음만 치고 경제성장만이 우리의 살길이라며 경제를 살린다는 명분 아래 저질렀던 국가의 온갖 미친 악행 앞에서 영화 ‘택배기사’에 나오는 산소마스크 쓴 미래가 코앞임을 실감합니다.

환경을 뜻하는 에코(eco)와 집단학살을 의미하는 제노사이드를 합쳐서 만든 단어, 에코사이드(ecocide)는 자연환경을 대규모로 파괴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인류세’란 용어도 처음 들어봅니다. 크뤼천이 2000년에 처음 제안한 용어로 새로운 지질시대 개념으로 지구의 환경체계는 급격하게 변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지구환경과 맞서 싸우게 된 시대를 뜻한답니다. 

처음에는 고무나무를 살리기 위해 싸운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아마존 열대우림을 살리기 위해 싸운다는 깨달음이 들었습니다. 이제 나는 인류를 위해 싸우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213p)

MZ세대는 알아도 인류세는 모르고 층간소음엔 분노하면서 호흡기를 망가뜨리는 자동차 소음과 분진에는 무감한 사회를 사는 우리들에게 저자는 환경위기가 어떻게 인권위기로 연결되는지 오랫동안 고민하며 말합니다. 

선의의 행동이 당장 원하는 결과를 내지 않더라도 꾸준히 계속하는 자세가 필수적이다. 행동의 현재성과 효과의 미래성 사이를 흐르는 조바심의 강물을 참을성 있게 건널 수 있어야 한다. (317p)

답이 없는 현실 앞에 답처럼 보이는 말을 따라 걸어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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