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재까지 음식, 술, 담배 등 외부 물질에 의한 인체 손상을 소개하였다. 앞으로 몸 안에서 인체를 손상시키는 물질에 대하여 소개할 예정이다. 그 물질은 질병이 왜 발생하고 어떡하면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지에 대한 근­거를 제공한다.

'선상의 점심파티'. ⓒ 르누아르 (1880-1881년)
'선상의 점심파티'. ⓒ 르누아르 (1880-1881년)

그림 <선상의 점심파티>에는 햇살이 유난히 밝은 날 번잡한 일상에서 멀리 벗어난 선상에서 젊고 활기 가득한 남녀들이 점심모임 중이다. 중앙에 위치한 식탁에는 먹고 마실 음식과 술이 넘치도록 풍성하다. 식탁 대각선 쪽 여성은 보호하듯 감싼 남성의 사랑스러운 눈길과 체취를 음미하며 환한 미소가 온 얼굴을 뒤 덮는다. 

그림 우측 두 남자는 한 여성을 사이에 두고 경쟁적으로 유혹 중이고, 여성 우측 남성은 여성의 허리를 힘껏 감싸며 더 적극적 의사를 표한다. 두 남자와의 밀당과 낮술에 기분 좋게 취한 여성은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살포시 눈을 감았다. 

햇빛 밝은 날, 풍성한 음식과 술, 눈부신 황금색 모자, 근육질 남성, 흥에 취한 여성, 살가운 접촉, 선망의 눈길 등 그림 <선상의 점심파티>에는 그림을 보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일종의 마성이 있다. 왜 그럴까?

인간은 진화하였다. 그 과정에 사 냥실력이 월등하였던 동물들이 동시대에 존재하였으나 인간은 마침내 살아 남았고, 예측할 수 없는 척박한 자연환경도 극복하고 지구상에서 가장 뛰어난 생명체로 거듭났다. 진화과정 중 생존에 긴요한 ‘가성비 높은 능력’이 개발되었고 후손에 전달될 수 있도록 ‘프로그램화’ 하였다. 세월이 흐르고 후손의 성공경험이 더해지면서 프로그램은 생존가능성이 더 높은 내용으로 점점 업그레이드되었다. 

행복은 모든 인간이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삶의 주 목표이다. 행복을 느끼기 위한 행위는 다양하다. 음식 먹기, 이성교제 및 하나되기 몸화합, 재물쌓기, 일 성취, 승진, 음악·그림 감상, 독서, 운동, 영화관람 등등. 그런데 인간 진화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생존’과 ‘번식’이며, 인간의 뇌는 진화심리학적으로 생존과 번식에 관련된 행위에서 근원적 행복을 느끼도록 프로그램화 되어 있다.

음식물 섭취는 물질로 이루어진 육체를 보존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인간은 음식을 먹지 못하면 결코 생명을 유지할 수 없으며, 음식을 구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면 곧 생존의 어려움으로 받아들여진다. 

이성과의 하나되기 몸화합은 자손을 남겨 자신의 존재를 길이 보존하기 위한 본능적 행위이다. 물질로 이루어진 육체는 언젠가는 사라지지만, 자손은 자신의 존재가 계속 이어지는 귀중한 존재이다. 그와 같은 본능적 행복에는 이성과의 만남이라는 선결과정이 요구되며, 사랑하는 이성과의 만남은 반사적으로 그리고 언제나 기쁨을 유발하고 행복을 느끼게 해준다. 

그림 <선상의 점심파티>에는 인간 뇌에 프로그램화된 행복조건이 흠뻑 담겨 있다.

인간의 행복프로그램과 관련하여 흥미로운 내용 중 하나는 수년 전 시청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었던 드라마 <미생>이다. 그 드라마는 당시 메인방송국이 아닌 케이블방송에서 방영되었는데, 그 이유에 관한 풍문이 무척 흥미롭다. ‘달달한 애정행각’의 내용이 없어 흥행가능성이 미약하다고 판단되어 메인방송국에서 거부했다는 뒷말이 있었다. 

그만큼 시청자들은 ‘남녀의 애정행각’에 깊이 공감한다는 의미인데, ‘남녀의 애정행각’은 우리 인간 뇌에 이미 장착된 행복프로그램에 딱 들어맞기 때문이다. TV 드라마에서 가장 흔한 주제가 남녀간 애정에 관련된 스토리이다. 

찬찬히 살펴보면 모두 엇비슷한 내용이다. 서로 사랑하는 남녀의 달콤한 상황이 있고, 그러한 두 남녀의 관계를 축복하는 상황과 질투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꼭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역경의 상황. 좀 과하게 표현하면 천편일률적이다. 단지 각 드라마마다 시대배경이 다르고, 무대장치가 다르고, 주연하는 배우들만 다를 뿐이다. 그런데 신기한 사실은 매번 비슷한 내용으로 진행되는데, 항상 수많은 시청자들을 TV 앞에 붙잡아 놓는다. 

본 연재의 관점에서 특별히 주목해야 될 내용은 인간 뇌에 장착된 ‘행복프로그램’에 반대되는 상황이다. 

'사랑의 어두운 면'. ⓒ 안토니 프레드릭 샌디스(1867년)
'사랑의 어두운 면'. ⓒ 안토니 프레드릭 샌디스(1867년)

그림 <사랑의 어두운 면>에서 금발의 젊은 여성이 알록달록 어여쁜 꽃을 손으로 짓누르듯 꽉 쥐는 것도 그리고 어딘가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왼쪽 눈은 상대를 태워 버릴 기세로 이글이글 불타고 있다. 기름기 잘잘 흐르는 고급의상과 고가의 팔찌로 정성껏 치장하여, 크나큰 기대에 무척이나 들뜬 마음으로 어떤 모임에 참석한 품새이다. 그런데 그 모임에서 본인이 기대하였던 상황과 전혀 다른 장면을 마주하곤, 순간적으로 질투와 분노의 화신으로 돌변한 모습이다. 

그림 <사랑의 어두운 면>에는 행복프로그램에 반하는 상황에 반사적이고 자동적으로 분출되는 강렬한 분노를 보여준다.

정리하면 인간의 뇌는 ‘생존’과 ‘자손 남김’이 원만히 만족되는 상황에서는 자동적으로 행복을 느끼게 끔 태어날 때부터 이미 설치되었다. 그런데 만약 행복프로그램이 충족되지 않거나 반하는 상황일 때에는 충족되었을 때 기쁨과 환희의 깊이만큼 질투와 분노의 감정이 걷잡을 수없이 휘몰아친다. 더 나아가 그것을 쟁취하기 위해서 심한 경우에는 양심, 도덕, 윤리, 진리마저도 헌신짝처럼 내던지며 최악의 경우에는 피 튀기는 싸움도 불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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