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섬을 보았다.필자가 세상의 이것 저것 놀이를 찾아 보는 만큼이나 공을 들이는 것이 세상의 이곳 저곳 놀이터를 찾아 다니는 것이다.어느 해에는 서울 곳곳에 창의와 모험이 넘치는 놀이터를 지었다는 신문기사를 보았다. 그리고 최강유랑단 모두가 그 겨울의 주말마다 서울 창의모험놀이터를 돌아 다녔다. 이후에도 순천 기적의 놀이터, 일본 모험놀이터 등 곳곳의 놀이터를 최강유랑단 모두가 함께 찾아가 놀아보고, 살펴보고, 부러워도 해봤다.급기야 내가 사는 마을에 놀이터를 만들어 보겠다고 여러 사람과 신상을 볶고 있다. 이것 저것을 들었다 놨다
리액션은 공감이다.힘든 하루해를 마치고 퇴근하는 아빠. 그 아빠 앞에 정의의 건맨이 나타났다. 한껏 폼을 잡고 아빠에게 총구를 겨누고 있는 아이. 아빠의 반응은?① 무표정한 얼굴로 아이를 뒤로 한 채 “여보 밥줘” - 최악이다.② 환한 미소로 아이를 안아 들며 “아이고 우리 아들” - 바보다.③ 놀란 표정으로 두 손을 번쩍 들며 “살려주세요” - 바로 이거다.아빠가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던 아이. 아이는 온갖 상상을 더하며 아빠의 등장과 아빠의 반응을 기대했을 것이다.아빠는 아이를 위해 악당이 된다. 하지만 현상금까지 걸린 극악무도
“우리가 시작해 봅시다”필자가 사는 신양면은 면소재지가 있는 농촌마을이다. 우리 마을도 업(業)을 찾아 이곳으로 들어서는 이보다, 이곳에서 태어나서 업(業)을 찾아 도시로 나서는 이가 더 많은 곳이다. 이러한 농촌의 문제점 해결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고 있고 우리 마을에도 그런 사업이 들어섰다.신양면은 농산어촌의 인구유지 및 지역별 특색 있는 자원 개발을 통한 소득 향상과 삶의 질 개선을 위해 2017년 준공을 목표로 2015년부터 면소재지 정비사업에 나섰다.마을일에는 무관심 했던 필자. 사업이 끝나갈 즈음인 2017년도가 되
마중불. 해가 진 마을에 아이와 어른들을 마중할 불.2009년 여름. 나와 아내는 서로의 원하는 바를 위해 거래를 단행한다. 나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기를 희망했고, 아내는 그것을 동의해 주는 대신 면단위 지역으로 이사를 제안했다.1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나는 사회복지사라는 새로운 직업을 얻었고 우리 가족은 신양면의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했다. 그렇게 최강유랑단은 시작되었다.내가 세상을 달리 살아볼 방법을 찾고자 했다면 아내는 세상을 달리 살아볼 환경을 찾았던 것이다. 거래가 성사되기까지 쉽지만은 않았다. 내가 찾은 새로운 직업은 월급
최강유랑단은 음식을 먹는 것에 있어서는 협동하기를 싫어한다. 그렇다고 최강유랑단 모두가 그런 건 아니다. 단장인 필자만큼은 음식에 있어서도 협동하기를 아주 좋아하며 가끔 강요하기도 한다.아비가 찌개백반과 계란찜을 제안하면 어미와 아이들은 따로국밥과 계란후라이로 자신들의 생존권을 지켜낸다. 제한된 음식을 놓고 동시다발적 식사를 할 경우 아비의 엄청난 속도와 양을 그들은 따라 잡을 길이 없기 때문이다.“아이들이 불안해 하잖아요. 좀 천천히 먹어요.”어미의 만류에도 아비의 폭풍흡입은 여전했고 어미는 개인용 식판을 검색하는 지경에까지 이르
긴가민가란, 그런지 그렇지 않은지 분명하지 않은 모양을 일컫는 말이다.인간이 삶을 살아내는 과정에는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한 순간의 결정이 그 사람의 인생을 좌우할 만큼 중요한 선택의 시점도 있다. 하지만 우리의 일상에는 이러나 저러나 별스러울 것이 없는 선택의 순간이 즐비하다. 식당에서 먹고 싶은 메뉴를 주문할 때에도, 편의점에서 갈증을 해소할 음료수 하나를 고를 때에도 우리는 매번 결정의 순간에 놓이게 된다.이렇듯 사소한 결정 하나에도 많은 고민을 하는 이들이 있다. 결정 장애자. 필자 역시 그중에 한 사람이(었)다
“아무것도 아니야”마법의 주문이다. 억장이 무너지듯 슬픔이 밀려오고, 심장이 터질 듯한 분노가 차오르며,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은 고통이 스며들 때 외치게 하는 주문이다.아이들과 현장에서 함께 놀다 보면 이런 아이들이 속출한다. 친구의 허튼 말 한마디에도 슬픔을 주체하지 못하고, 작은 승패의 결과에도 분노하며, 부딪힘과 넘어짐에 아픔을 호소하는 아이들이 넘쳐난다.그런 아이들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고, 아이의 두 어깨를 감싸 쥐며 주문하는 마법의 주문.“친구야. 힘들지. 자 나를 봐.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 눈동자를 바라보렴. 네가
여러분 그거 아세요?매월 넷째주 토요일. 오후 2시에서 5시까지. 우리 지역 어디에선가 놀이터가 팝(pop)하고 나타났다가 업(up)하고 사라진다는 사실을요. 이번 달에는 5월 25일 광시에 있는 황새공원에 출현한데요.팝업놀이터 ‘개구쟁이’라고요, ‘놀찾사(놀이를 찾아 가는 사람들)’가 작당을 해서 판을 벌리고 놀다 간데요.그런데 오해는 하지 마세요. 많이들 놀러 오시라고 광고하는 거 아니예요. 이전에도 벌써 많이 분들이 왔다 가셨데요.그런데 여러분들이 잘 모르시는게 있는 것 같아서 말씀드려요. 팝업놀이터 ‘개구쟁이’는 우리 지역의
‘놀이란 일상생활과는 다르다는 의식을 동반하는 자발적인 행위나 활동이다’ -요한 호이징가의 호모 루덴스 中-일상을 벗어나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최고의 놀이는 여행이다. 그러나 집 떠나면 개고생이라고 했던가. 그런 상황에서 가장 그리운 것은 별스럽지 않은 일상이다.부녀자둘의 경우도 시작은 상호간의 동의와 자발적 참여로 이루어진 여행이었다. 하지만 세대 간의 차이와 상호간의 이해충돌로 즐겁지 않은 상황도 생겨났다.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선택하는 것이 패키지여행이다. 이 경우 참여자는 고민의 여지없이 차려진 일정에 승차하고 그 안에서
여행 내내 각자의 욕구를 채워 나가던 부녀자둘. 하지만 넉넉지 못한 경비 덕에 먹고 싶은 것만큼은 다 먹어보지 못했던 그들을 위한 아비의 선언.“오늘 저녁은 돈 걱정하지 말고 먹고 싶은 것 먹어보자.”그러나 식당들이 즐비한 거리를 걷다 지친 그들은 잠시 멈춰 서서 궁리를 시작했다. 그때 그들의 뒤에서 들려온 한국말.“어디서들 왔어? 좀 있으면 장사하는데.”그 소리에 뒤를 돌아본 부녀자둘 앞에는 넉넉한 인상의 어르신 한분이 계셨다.부녀자둘의 한국말이 반가워서 말을 건네셨다는 어르신. “여기 낮에는 채소랑 과일 팔아. 저녁에는 오꼬노미
놀이 덕후 아비를 위해 준비된 둘째 날의 일정. 하네기 플레이파크. 세타가야구에 있는 하네기 플레이파크는 일본 최초의 모험놀이터이다. 이곳은 1979년 행정과 시민의 협동으로 만들어진 첫 번째 사례로, 현재는 일본 전역에 200여개의 모험놀이터가 운영 중이다.그곳 아이들은 자신의 책임으로 자유롭게 논다던데, 아이가 하고 싶다고 생각한 것은 자신의 손으로 뭐든지 해볼 수 있다던데, 정말 그럴까? 그럼 어느 정도일까? 그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부녀자둘이 떴다.그곳에 도착한 부녀자둘의 첫 인상.“이건 뭥미?”이미 많은 사전정
동경시내 한가운데 던져진 부녀자둘. 녀석들에 대한 믿음이 얕아진 아비와 현지의 실제적 현실을 맞닥뜨린 녀석들. 당혹감과 긴장감에 휩싸인 부녀자둘이 선택한 것은 비움이었다. 일단 서로의 기대치를 낮추고 여행 일정의 일부분을 수정했다.동경에서의 첫날 방문지로 선택했던 도쿄 스카이트리 일정을 취소하고 선택한 일정은 숙소 탐색과 숙소 주변의 동경거리 탐방이었다. 일정 하나를 덜고 시간적 여유와 함께 그들의 숙소를 낱낱이 살펴보는 기회를 얻었다.그들이 선택한 숙소는 도쿄 센트럴 유스호스텔. 일단 가격이 저렴했다. 도미토리 형식으로 객실 하나
부녀자둘 중에 아비는 생긴 것 같지 않게 꼼꼼하다. 아이들에 일상을 두루두루 묻기를 즐겨하며 대답의 대부분을 믿고 신뢰하려 한다. 하지만 넓은 믿음에도 불구하고 그 믿음의 깊이는 얕았다.여행의 일정과 함께 부녀자둘 각자의 역할을 나누고 난 뒤에도 아비는 못내 녀석들이 못미더웠다. 녀석들이 모두 잠든 틈을 이용해 일본의 지하철 이용법 등을 살피는 아비.다음날 이것저것 물어 보면 요리 조리 곧잘 대답하는 녀석들. 일단 믿기로 했다. 이번 여행의 주도권은 녀석들에게 양도키로 결심했으니까.그렇게 시작된 여행. 공항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가
아비(父) 하나, 딸(女) 하나, 그리고 아들(子) 둘. 이렇게 부녀자둘이 함께 했던 일본 동경에서의 3박4일. 그중에 어미는 없었다.우리는 여행을 통해 일상을 비켜난 쉼과 다양한 경험을 통해 배움을 얻기도 한다. 혼자만의 여행에서는 자신을 돌아보며 성찰의 시간을 갖기도 하고, 누군가와 함께하는 여행에서는 서로를 알아가는 기회를 얻기도 한다. 하지만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들은 귀중한 만큼 쉽지 않은 여정이 되기도 한다.최강유랑단 대부분의 여행은 단원 중 최강 실세인 최씨 엄마의 제안과 권유로 시작된다. 2017년 최강유랑단 모두가 함
드디어 첫 단추를 채웠다.노개런티(돈이 필요없고), 노브레인(생각이 필요없고), 노코멘트(말이 필요없는) ‘놀이를 찾아가는 사람들(놀찾사)’와 함께한 팝업놀이터 ‘개구쟁이’.별스런게 별로 없고, 별스럽지 않은 날에 별스럽지 않은 이들이 한데 모여 만드는 별스런 놀이터. 참여의 주최가 불분명하고 판을 버린 이나 판을 찾아든 이나 모두가 행복한 놀이터. 드디어 그런 판을 벌렸다.매월 넷째주 토요일 오후. 예산지역 이곳 저곳에서 펼쳐질 놀이판.그 첫 약속. 2019년 3월 23일 토요일. 그러나 그날은 날씨가 별스러웠다.
그곳에 내 아버지의 직업은 없었다.초등학교와 중학교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체험영역 중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진로직업체험이다. 초등학교는 창의적 체험활동으로 중학교는 자유학기(년)제를 통해 미래의 나를 찾아가는 활동들을 꾸준히 해나가고 있다.도시에 위치한 키*니아, 잡*드와 같은 체험센터는 다양한 시설과 프로그램을 통해 여러 직업을 경험해 볼 수 있는 곳이다. 우리 마을의 아이들도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거치며 한번 이상은 참여할 기회가 주어진다. 시골의 아이들에게는 도시 나들이와 함께 평상시 쉽게 접해볼 수 없는 다양한 직업의 세계
자식은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자란다.인간은 놀이를 통해 삶을 배워 나간다.놀이를 통해 신체를 단련하고, 승패를 가른 후에는 패자를 배려하거나 패배를 인정하는 과정을 통해 삶에 태도까지 배워 나간다. 그러나 모든 놀이가 패를 갈라 승부를 가르는 ‘경쟁’의 요소로만 채워지는 것은 아니다.놀이의 요소 중 흉내내기 역시 호기심 가득한 아이들이 즐겨하는 놀이의 한 영역이다. 그중에 가장 대표적인 놀이가 소꿉놀이다. 아이들은 소꿉놀이를 통해 어른의 모습으로 그들의 일상을 흉내내곤 한다.밥을 지어 먹고 설거지를 하거나 빨래를 하는 아이. 삽질이
우리 집에는 텔레비전이 없다. 큰아들 7살, 둘째 딸 5살, 막내는 태어나기 전, 우리 가족이 신양으로 거주지를 옮기면서부터였다. 그 당시 가장 힘들었던 이는 바로 필자였다.텔레비전이 있을 법한 자리에는 책장이 들어섰고 리모콘이 놓여 있을 법한 곳에는 책들이 굴러다니게 되었다.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고, 스마트폰이나 닌텐도 게임기 하나 없었던 녀석들에게 주된 놀잇감은 책이었다. 책을 높이 쌓기도 하고 그 책으로 성을 짓기도 하면서 놀던 녀석들은 어느 순간 그 안에 그림들을 살피게 되었다. 우리 눈에는 글씨로 보이는 활자들 역시도 녀석
필자는 지난해 겨울 가족과 함께 유럽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일정 내내 우리 가족은 그 나라의 일상 중에 서로의 관심사를 찾아보기 위해 노력했다. 필자가 자주 찾은 곳 중에 하나가 장난감 가게였고, 그 과정에서 눈길을 끌다 못해 자린고비 필자의 지갑을 열어 제낀 놀잇감이 하나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스토리 큐브(Story Cubes)다.스토리 큐브는 2013년 영국에서 열린 게임엑스포에서 교육용게임 부문, 최고의 상상력게임에서 은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구성품인 플라스틱 큐브 9개에 서로 다른 그림이 그려져 있어 무려 1007만769
귀성길이나 먼 거리의 가족 나들이 길에 온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놀이가 있다면 그 중 단연 으뜸은 말잇기 놀이다. 이 놀이는 단순하지만 구성원 모두의 참여가 가능하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가족 간의 대화와 웃음꽃이 피어나기도 한다.말잇기 놀이를 하다 보면 참여 대상자의 독서력이나 사고력이 어느 정도 판단 가능하다.생각하는 인간은 그 생각을 말로서 표현하고, 그런 말들을 적절히 배열하여 글로써 표현하게 된다. 생각이 한 건물의 기초설계 과정이라고 한다면 말은 건축물의 시공과정이며, 글쓰기는 최종적으로 완성된 건축물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