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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씨짓기<최강유랑단의 놀이찾아 삼만리>
  • 강동완 <세상놀이연구소>  yes@yesm.kr
  • 승인 2019.03.11 14:44
  • 댓글 1

우리 집에는 텔레비전이 없다. 큰아들 7살, 둘째 딸 5살, 막내는 태어나기 전, 우리 가족이 신양으로 거주지를 옮기면서부터였다. 그 당시 가장 힘들었던 이는 바로 필자였다.

텔레비전이 있을 법한 자리에는 책장이 들어섰고 리모콘이 놓여 있을 법한 곳에는 책들이 굴러다니게 되었다.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고, 스마트폰이나 닌텐도 게임기 하나 없었던 녀석들에게 주된 놀잇감은 책이었다. 책을 높이 쌓기도 하고 그 책으로 성을 짓기도 하면서 놀던 녀석들은 어느 순간 그 안에 그림들을 살피게 되었다. 우리 눈에는 글씨로 보이는 활자들 역시도 녀석들에게는 자그마한 그림에 불과했다.

그렇게 놀던 가락의 엉아나 누이 덕인지 막내 녀석이 책을 다루는 자세는 남 달랐다. 앞선 두 녀석들의 경우 가끔 두꺼운 책을 가져와 내 무릎에 올라타면 은근슬쩍 여러 장을 넘기며 얼렁뚱땅 이야기를 이어 붙이기도 했지만 막내 녀석에게는 통하지가 않았다.

“아니, 아니, 잠깐. 이건 아니잖아”

이토록 집요한 녀석이 스스로 만들어 필자에게 가르치려 들던 놀이가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글씨짓기’다.

글씨짓기는 글씨를 쓰는 것도 아니고 그리는 것도 아니며 손수 짓는 것이다.

자석이 부착된 한글의 자음과 모음 더미를 이용해 그림책의 제목이나 책안의 글자들을 보고 냉장고에 똑같이 붙여나가는 것이다.

특별할 것도 없는 이 놀이가 필자에게 귀한 이유는 그 누구의 제안이나 촉진의 과정 없이 녀석이 스스로 만들어 내고 반복해 나갔다는 점이다.

비움은 채움을 동반하게 한다. 하지만 비워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채움은 과부하를 낳는다. 그 어떤 훌륭한 동기부여가 이루어진다 해도 도를 지나친 채움은 독이다.

아이들의 학습을 위해 비워지고 있는 것들이 아이들의 놀이다. 그것은 아이들이 아닌 어른들이 한 짓거리다. 그 어른들이 다시 놀이를 채워 내고 있다.

놀이는 자연과 같아야 한다. 다양한 형태의 모습으로 언제나 그 자리에 수많은 여백과 함께 존재하며 인간(아이)이 스스로 드나들고, 넘나들 수 있는 자연물과 같은 놀이환경 조성이 중요하다.

이미 훼손되고 사라져 버린 자연환경이라면 최소한 자연 친화적인 환경으로 조성되어져야 하듯이 놀이 환경도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동의가 이루어진 것이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어른들의 숙제이자 의무다.

 

■ 글씨짓기 시전요령

① 글씨를 활자가 아닌 그림처럼 생각하라.
② 아이 앞에서 히죽거리며 보란 듯이, 신난 듯이 해보라.
③  ‘나도(내가) 할래’ 라는 반응에도 한번 정도는 튕겨라. “싫어 내가 할거야’
④  아이가 틀린 부분이 있어도 지적은 하지 마라.
⑤ 틀린 부분은 함께 들여다 보며 숨은그림찾기를 하듯 찾아보라.
⑥ 강도 높게 지속적, 반복적으로 칭찬하라.
⑦ 학습에 대한 목적성을 개나 주고 욕심은 버려라.
- 출처 : 아내에게 주워 들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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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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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둥맘 2019-03-11 22:00:01

    저희 집에도 비슷한 글자자석이 있는데 한번도 이렇게 해보지 못했네요.
    아이랑 시간 가는줄 모르고 해봤습니다.
    좋은글 감사하고 응원합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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