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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녀자둘(父女子二)의 동경 여행기 - 믿음<최강유랑단의 놀이찾아 삼만리>
  • 강동완 <세상놀이연구소>  yes@yesm.kr
  • 승인 2019.04.15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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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녀자둘 중에 아비는 생긴 것 같지 않게 꼼꼼하다. 아이들에 일상을 두루두루 묻기를 즐겨하며 대답의 대부분을 믿고 신뢰하려 한다. 하지만 넓은 믿음에도 불구하고 그 믿음의 깊이는 얕았다.

여행의 일정과 함께 부녀자둘 각자의 역할을 나누고 난 뒤에도 아비는 못내 녀석들이 못미더웠다. 녀석들이 모두 잠든 틈을 이용해 일본의 지하철 이용법 등을 살피는 아비.

다음날 이것저것 물어 보면 요리 조리 곧잘 대답하는 녀석들. 일단 믿기로 했다. 이번 여행의 주도권은 녀석들에게 양도키로 결심했으니까.

그렇게 시작된 여행. 공항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가는 것이 처음인 아비는 첫날 아침부터 헤매기 시작했다. 결정적인 순간에 네비게이션의 의견에 반하는 방향을 선택하기를 몇 번. 출국시간이 임박해 오면서 아비의 긴장도와 짜증지수는 급상승. 이를 눈치 챈 빅손(big son : 큰아들).

“아빠, 괜찮아. 우리 저 앞에 내려줘. 그럼 우리가 짐 들고 7번 게이트 앞에 가 있을 테니까 아빠는 주차하고 거기로 와. 그럼 시간 충분해”

순간 빅손이 커 보이기 시작했다. 짐을 나눠들고 공항으로 뛰어가는 녀석들의 뒷모습에 믿음이 샘솟기 시작했다.

공항에 들어서서도 눈치껏 탑승권 자동발급기를 이용하거나 비행기 안에서 작성할 서류를 곧잘 해내는 녀석들의 모습에 아비의 믿음은 더욱 깊어지고 있었다.

그렇게 도착한 일본 나리타 공항.

“빅손. 이제 어떻게 하면 되는겨? 지하철 이용권은 어디서 사면 되는겨?”

거기까지는 생각 안했다는 빅손. 그러나 이미 깊어진 믿음과 그 부분은 사전 숙지를 이루어낸 아비는 기꺼운 마음으로 그 절차를 주도했다. 통역의 임무를 부여받은 아비의 어설픈 영어와 친절한 현지인의 도움을 바탕으로 부녀자둘은 숙소로 가는 지하철을 탈 수 있었다.

출발과 동시에 안내 전광판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아비. 빅손에 대한 믿음만으로 더한 질문을 참고 있는 아비. 그러나 참다 못한 아비.

“빅손. 우리 어디서 내리면 되는 겨?”

“…”

“길찾기 앱같은 거 있을 거 아녀. 그거 한번 봐봐. 이러다 지나치것다.”

“아빠. 미안. 아직 안 깔었어. 지금 깔게”

산산이 부서지는 믿음이여. 다시금 상승하는 긴장감. 그때 건너편 자리에서 들려오는 한국어. 대학생 쯤으로 보이는 청년 다섯. 그들의 대화 속에서 우리가 가야할 숙소명이 들려 왔다.

“저 형들 우리랑 같은디 가나보다. 니가 가서 함 물어봐. 글구 무슨 앱 쓰는지도 함 물어보구”

“아빠, 이번 한 번만 아빠가 해줘. 그럼 다음부터는 내가 다 할게. 제발”

잠시잠깐 서로를 응시하던 부자. 끝내 아비가 일어서고 아비는 한국의 청년들에게 원하는 답과 함께 구글앱이라는 신세계를 얻어왔다. 천신만고 끝에 도착한 숙소. 아비는 억지 웃음과 함께 속내보다 더한 칭찬과 격려를 아이들에게 건넸다. 그러나 다시금 믿음의 깊이는 얕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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