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연한 봄, 산에 산벚꽃과 연둣빛 이파리가 수채화처럼 물들어 가는 4월은 정원도 하루가 다르게 빠르게 변화한다. 며칠 여행이라도 다녀오면 마법사가 다녀간 듯 달라져 있는 모습에 놀란다. 그 속도만큼 큰 설렘으로 1년에 한 번 만나는 꽃들과 차례로 인사를 나누는 시간이다. 아침 햇살에 비치는 맑은 꽃잎과 기름칠한 듯 반짝이는 장미의 새잎을 바라보면 마냥 흐뭇하다. 4월 초의 정원에서 수선화를 뺄 수 없다. 나는 수선화를 여러 종류 심는다. 일찍 피는 품종과 늦게 피는 품종을 섞어서 심으면 감상 시간을 늘릴 수 있다. 가장 좋아하는 수
3월의 정원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경건해진다. 마른 나무 가지에서 올라오는 새순과 낙엽을 살며시 들추면 보이는 다년생 화초들의 새싹에서 ‘자연의 위대함’을 진정으로 깨닫는 순간이 바로 봄이다. 반복되는 모든 일은 지겨움을 느끼게 하지만, 계절의 반복 그중에서도 봄이 오는 것은 늘 새롭고 경이롭고 감사하다. 무채색 정원에 고운 물감으로 채색하듯 꽃이 하나하나 피어나면 마치 태어나서 처음 보는 것처럼 감동한다. 사실 정원의 봄은 그렇게 쉽게 오지는 않는다. 늘 마음이 먼저 와서 기다리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올해 역시 야속
봄은 같은 마당에서도 햇볕이 잘 비추는 곳부터 온다. ‘꽃가루 400℃’ 원칙이 있다. 1월 1일부터 하루 중 최고 기온을 합하여 400℃가 되면 꽃이 핀다는 이론이다. 지금은 몇 ℃ 정도 쌓였을까.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허리 굽혀 열심히 들여다본다. 이 모습을 본 이웃은 아무것도 없는데 뭘 그리 보느냐고 묻는다. 이미 꽃들의 자리를 알고 있기에 금방 찾을 수 있다. 솔잎 같은 크로커스 잎, 돌고래 입술 같은 히아신스의 잎도 보인다. 작년 가을, 이 알뿌리들을 심을 때 약속했기에 믿고 기다리면 틀림없이 와 준다. 2월, 그리고 입춘
나는 정원을 가꾸어 온 지 6년째로 접어들고 있다. 정원은 나에게 기대 이상으로 많은 즐거움을 주며 다른 취미에 비해 아주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는 일이라는 확신이 든다. 그 이유는 정원은 친구이자 스승이며 나의 모든 감각을 황홀하게 일깨워 주는 예술품이기 때문이다.1월 이야기사람들은 보통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하지만 정원 지기들에게는 1월이 잔인한 달이 아닐까 생각한다. 봄은 아직 너무나 멀고 땅은 얼어있어 호미질조차 할 수 없고 꽃이 피는 시기를 한없이 기다리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할 일이 많지 않아 편안한 이 시간을 잔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