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향천유치원의 한 교실, 피아노 선율이 울려 퍼진다. 피아노 선율의 박자에 맞춰 발 끝이 톡톡 바닥을 치는 소리가 들려온다. 깊게 들이마시고 내쉬는 호흡의 흐름과 그 흐름에 맞춰 부드럽게 몸을 움직이는 사람들. 무용인가? 춤인가? 에어로빅?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함께한 모두에게 빛이 나는 것 같았다. 

지금은 사과꽃발도르프학교의 새학사로 되살려진 옛 향천유치원의 2024년 1월 6일 토요일 오전의 풍경이다. 사과꽃발도르프학교의 겨울방학 중 오이리트미 선생님을 모셔 진행한 오이리트미 워크숍이었다. 유치원의 폐원 이후 공간에서 아주 오랜만에 이뤄진 수업이었을 것이다. 새롭게 태어난 공간에서 이뤄진 첫 수업이 생명력이 가득한 오이리트미 수업이었다니, 참 시작이 좋다. 

겨우내 움츠렸던 몸을 쫘악 펴고 기지개를 펴는 듯한 느낌을 받은 것은 사람들 뿐만이 아니었을 것 같다. 그 날 수업에 참여한 한 아이와 어머니는 ‘온 몸 구석구석 사랑받는 느낌이었다’라고 후기를 전했다. 발 끝, 몸의 선, 사람들의 웃음소리, 피아노 선율, 환대해 준 사람들까지 마음에 오래 남을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오이리트미? 이름부터 낯선 오이리트미를 처음 접했을 때의 풍경이 떠오른다. 공연장에 선녀의 옷가지처럼 하늘하늘한 실크 옷을 입은 사람들이 대형을 이루며 서 있었다. 무대 한 편에서는 독일어로 이야기, 노래, 때로는 시와 같은 언어를 읊어주셨고, 선녀같은 사람들은 언어의 흐름에 맞게 때로는 절도있게 때로는 잔잔하고 부드럽게 온 몸을 움직였다. 

대형은 모였다가 흩어지기도 했고,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하지만 도대체 이게 무엇인지? 아름다운 추상화를 감상하는 느낌으로 몽롱한 채로 공연장을 나왔다. 

오이리트미(Eu-rythmie)는 그리스어로 ‘Eu’ 아름다운, ‘rythmie’ 리듬, 즉 ‘아름다운 리듬’을 뜻한다. 발도르프 교육의 창시자라 할 수 있는 루돌프 슈타이너가 그의 배우자 마리 폰 지버스와 함께 만들어낸 움직임 예술이다. ‘눈에 보이는 언어’, ‘눈에 보이는 음악’이라고도 불린다. 

예를 들면, 알파벳 하나하나에 해당하는 동작이 있어 그 동작들이 어우러져 시를 표현하기도 하고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한다. 학습 장애, 근육의 훈련이 필요한 아이들을 위하여 움직임의 치유 효과에 집중한 치유 오이리트미라는 분야도 있다. 

오이리트미는 발도르프 교육에 있어 가장 특징적인 과목이라고 불린다. 하지만, 발도르프 교육에 오이리트미가 필요한 이유가 무엇인지 이전에는 잘 알지 못했다. 아름답고 고급스러워 보이기는 한데, 도대체 아이들에게 어떤 도움이 된다는 건지 막연하기만 했다. 

하지만 수업을 경험해보니 발도르프 교육에서 오이리트미를 하는 이유를 몸으로 직접 느낄 수 있었다. 올라가는 음에서 호흡을 들이마시며 몸을 펼치고, 내려가는 음에서 호흡을 내쉬며 몸을 모으는 동작을 하며 호흡과 리듬이 내 몸 안에 살아있게 된다. 손과 발의 끝을 박자에 맞춰 움직이며 몸의 상하, 좌우, 전후 공간의 균형을 잡아나갈 수 있게 된다. 

숨가쁜 사회에 속도를 맞춰가며 많은 아이들이 몸과 마음, 호흡마저 불안정하게 되었다. 오이리트미를 통해 배울 수 있는 안정된 호흡과 리듬, 몸의 균형이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공부를 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줄 것이다.

수도권에서도 접하기 어려운 오이리트미 수업을 예산 사과꽃발도르프학교에서 시작한다. 금오산 자락의 맑은 공기와 푸른 자연이 가득한 사과꽃발도르프학교에서 피아노 선율과 함께 아름다운 리듬, 움직임이 가득한 오이리트미 수업이 기대된다. 예산의 많은 아이들이 이 귀한 시간을 함께 누리며 자신만의 리듬을 찾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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