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하늘 아래/ 나는 서 있습니다./ 세계의 중심에 선 나/ 오른손은 떠오르는 해와 만나고/ 왼손은 저무는 해를 가리킵니다./ 내 코는 북극성을 향하고/ 내 등은 남쪽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동, 서, 남, 북/ 내가 어디에 서있든/ 나는 편안합니다. 아침 1교시, 과목시를 외고 학교 옥상에 올라 눈부시도록 밝은 태양과 마주했다. 아이들의 첫마디는 예상대로였다. “여긴 왜 올라온 거예요?” 주변을 바라보며 잠시 기다리니 “저기는 어디예요? 치유의 숲이다! 우리가 학교에 오는 길이 보여”하며 아이들도 함께 주변을 살핀다. 이 때다.
옛 향천유치원의 한 교실, 피아노 선율이 울려 퍼진다. 피아노 선율의 박자에 맞춰 발 끝이 톡톡 바닥을 치는 소리가 들려온다. 깊게 들이마시고 내쉬는 호흡의 흐름과 그 흐름에 맞춰 부드럽게 몸을 움직이는 사람들. 무용인가? 춤인가? 에어로빅?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함께한 모두에게 빛이 나는 것 같았다. 지금은 사과꽃발도르프학교의 새학사로 되살려진 옛 향천유치원의 2024년 1월 6일 토요일 오전의 풍경이다. 사과꽃발도르프학교의 겨울방학 중 오이리트미 선생님을 모셔 진행한 오이리트미 워크숍이었다. 유치원의 폐원 이후 공간에서 아주 오랜
“사과꽃밭 도르프학교?”우리 학교를 처음 접했을 때입니다. 읍내의 한 카페에서 발견한 책자의 제목을 읽어보는데, 글자들이 도저히 생경해서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그때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어요. ‘근처에 조그만 학교가 하나 있구나’.두 달쯤 지나서였을까요. 작년과 올해 사이의 문턱, 한 학교에서 영어 교사를 구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스무 살부터 서울에서 쭉 살다가 예산에서 생활한 지 약 3개월째. 낯선 지역에서 새로운 쓸모를 찾을 수 있다니 이렇게 반가울 수가요. 어떤 학교인지도 잘 모르는 채 덜컥 제가 하겠다고 전화를 드
아침 7시 10분, 알람소리에 조건반사로 이불을 머리까지 끌어올린다. 이불 속은 얼마나 아늑하고 깊은지, 아침마다 다시 태어나는 기분이다.내가 듣는 알람 소리를 그도 듣는다. 녀석도 나와 똑같이 이불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나를 키워준 어머니께서 했던 일을 나도 똑같이 매일 아침 반복하고 있다. 다만 그때 내가 어머니께 들었던 말들을 아이에게 똑같이 들려줄 수는 없다. 대신 모든 것이 스스로 깨어나도록 시간을 내어 준다. 사실은 그 시간을 보장해 줄 것을 아내로부터 지시(?) 받았다. 그러니 아침의 1시간은 얼마나 길은지, 또 어찌
겨울방학을 하루 앞둔 아침, 눈이 가득 쌓인 길을 사과꽃발도르프 아이들과 달리기를 했습니다. 가볍게 준비운동을 합니다. 코로 숨을 쉴 수 있을 만큼 천천히 달립니다. 천천히 달리면 주변 풍경을 즐기는 작은 여유도 가질 수 있습니다. 달리기 시간은 단 5분. 학교 주변을 두 바퀴 정도 뛰는 시간입니다. 저는 욕심이 많은 사람입니다. 하고 싶은 것을 적어둔 긴 목록을 늘 가지고 있습니다. 심심할 틈이 없죠. 문제는 하고 싶은 것이 생기면 그냥 하지 못하고 관련 책을 읽고 장비와 준비물을 챙기다 흐지부지 해지는 것입니다. 목록이 늘어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