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을 대신해 아이를 돌본다는 늘봄학교. 부모와의 정서적 교감 속에서 지내야할 시기에 긴 시간 부모와 떨어져 있는 것이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반론도 있지만, 직장을 다녀야 하는 부모들은 퇴근하기 전까지 학교가 자신의 아이를 돌봐준다면 안심이 된다.

교육부가 5일 발표한 ‘2024년 늘봄학교 추진방안’에 따르면 기존 초등학교 방과후와 돌봄은 없어지고 늘봄학교 하나의 체제만 존재하게 된다. 

구체적으로 △방과후학교·돌봄교실→늘봄학교 △방과후프로그램·돌봄서비스→늘봄과정 △방과후·돌봄교실→늘봄프로그램·늘봄교실 등으로 전환된다. 기존 돌봄전담사는 늘봄전담사(공무직)로, 방과후강사는 늘봄프로그램강사(계약직)로 바뀌며, 늘봄지원실장·늘봄실무직원이 신규 배치된다. 이에 교육지원청에 늘봄지원센터를 구성하고, 학교엔 늘봄지원실이 신설된다.

시행 첫해인 올해 초등 1학년이 지원 대상이다. 2025년에는 초 1~2학년, 2026년에는 모든 초등학생까지 연차별로 확대된다. 대상 학교는 올해 1학기 전국에서 2000교 이상을 우선 운영하고, 2학기부터 전국 모든 초등학교(2023년 기준 6175교)에서 운영하게 된다.

도교육청은 지난해 72교를 시범 운영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교육부 정책에 따라 올해 1학기 늘봄학교 운영교를 118교(2학기 422교)로 확정하고 △시군교육지원청 늘봄지원센터 설치, 추가인력 배치, 센터 중심 전담업무 체계 구축 △늘봄 정책협의체(지자체·교육지원청·교원단체) 구성 △학교 밖 다양한 자원과 연계, 특수교육학생·다문화학생 등을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과 인력 지원 △지자체와 협력해 지역 늘봄교실 점진적 확대 △충남형 거점 늘봄센터 구축(천안·보령) 등의 방안을 마련했다.

예산군에선 24개 초등학교 가운데 덕산초와 보성초 2교가 1학기 늘봄학교를 신청했다. 

하지만 개학을 불과 10여일 남겨둔 22일 현재 두 학교 모두 늘봄업무를 전담할 기간제 교사를 채용하지 못하고 있다. 채용되더라도 개학에 임박한 시점이어서 신규 인력이 늘봄학교 업무를 충분히 숙지하지 못한 상태로 투입될 우려가 있다.

또 일부 늘봄프로그램은 강사를 채용하자마자 곧바로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학부모들 입장에서는 어떤 강사가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하는지도 모른 채 신청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등 혼선이 예상된다.


늘봄학교로 사라진다는 
방과후·돌봄, 여전히 공존

1학년 학생 수가 6명인 덕산초의 경우 별도의 전용교실 없이 늘봄학교를 운영할 계획이다. 맞춤형프로그램으로 신청한 피아노·현악기·컴퓨터·스포츠 4개 강좌의 강사 채용을 23일 확정했다.

늘봄이 도입됐음에도 방과후·돌봄이 공존한다. 늘봄학교와 돌봄교실의 종료시간이 각각 오후 3시와 5시여서, 늘봄학교를 마친 학생들의 공백시간을 메꿀 수 있도록 해야하기 때문이다. 방과후학교는 전교생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 학년군별로 정규수업이 끝나는 시간부터 운영한다.

큰학교로 분류되는 보성초는 올해 1학년 117명을 대상으로 1개 강좌에 강사 3명을 투입할 계획이다. 학교 관계자는 “늘봄학교 운영을 위해 3교실을 신설한다. 방과후는 축소하고 돌봄교실은 기존대로 3교실을 운영한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기존 방과후·돌봄을 늘봄학교로 통합해 별도 인력이 전담하기에 그동안 교사가 부담해야 했던 관련 행정업무를 해소할 수 있다고 했지만, 현장은 기존 방과후·돌봄에 더해 늘봄업무 영역이 학교 안으로 추가된 꼴이 됐다.

또 보성초가 늘봄학교 종료시간과 하교 시간 사이의 공백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으로 돌봄교실 외에 학교 인근 ‘다함께돌봄센터’ 활용을 고려했지만, 1.5㎞ 이상 거리부터 학교통학버스 운행이 가능하다는 규정에 부딪혔다. 이같은 문제가 발생하면 지자체와 머리를 맞대고 해결방안을 찾아야 하는데, 예산군은 교육지원청의 ‘늘봄정책협의체’ 참여 요청에 미온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덕산초 돌봄담당 교사는 “정규수업 뒤 적절한 시간에 아이들을 돌볼 순 있다고 본다. 하지만 학교가 보육기관도 아닌데 아침과 저녁돌봄까지 맡는다는 것에 동의하기 힘들다”며 “보육은 지자체가, 교육은 학교가 책임지는 방향으로 정책을 새로 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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