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충남지부가 22일 충남도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늘봄학교가 졸속 추진되고 있다며 전면 폐기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 무한정보신문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충남지부가 22일 충남도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늘봄학교가 졸속 추진되고 있다며 전면 폐기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 무한정보신문

정부가 출생률 반등의 계기로 만들겠다며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개선된 ‘늘봄학교’ 최종계획안을 제시했지만, 이에 대한 학교 현장의 반발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늘봄학교’는 초등학생에게 정규수업 전후로 제공하는 교육·돌봄 통합 서비스다. 기존엔 주로 오후돌봄(최장 오후 7시까지) 위주로 진행됐지만, 늘봄학교 도입으로 정규수업 전 아침돌봄과 방과후 학교 종료 뒤 저녁돌봄 등 다양한 유형의 돌봄 제공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부는 24일 발표한 ‘2024년 주요정책 추진계획’을 통해 초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한 늘봄학교를 올해 1학기에 2000개교 이상에서, 2학기엔 모든 초등학교에서 확대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늘봄학교 추진 방침에 따라 예산교육지원청은 최근 기존 방과후·돌봄 전담 인력 1명 외에 늘봄업무 인력 1명을 추가 배치했다. 담당자에 따르면 우리지역에선 보성초등학교와 덕산초등학교가 1학기에 늘봄학교 운영을 신청했다. 충남도교육청은 늘봄업무를 담당할 기간제 교사 50명을 채용해 지원할 계획인 가운데, 덕산초만 기간제 교사 1명을 신청했다.

정부계획에 따르면 정규수업 뒤 2시간 동안 학교생활 적응을 위한 놀이 중심의 예체능, 심리·정서 프로그램이 무상으로 제공되며, 희망 학생은 누구나 오전 7시부터 최장 오후 8시까지 늘봄 프로그램을 통해 학교에 머물 수 있다.

또 늘봄 도입으로 인해 교원 업무 가중 논란을 고려해서인지 2025년까지 ‘교원과 분리된 운영체제’ 완성을 목표로 단계별 추진 계획도 밝혔다. 이를 위해 올해 1학기부터 늘봄 신규업무를 담당할 기간제교원 등 전담인력을 배치하고, 2학기에는 모든 초등학교에 늘봄학교 업무 전담조직인 ‘늘봄지원실’을 설치해 전담 실무인력이 늘봄 업무를 담당하기로 했다. 목표연도인 내년엔 ‘늘봄지원실장’에 지방공무원을 채용하는 등의 전담 체제를 최종 완성하되, 과도기단계인 올해엔 교감·공무원 등이 ‘늘봄지원실장’을 맡기로 했다.

하지만 교원단체들은 제대로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시행되는 늘봄학교의 파행을 우려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교육부 계획이 발표되자 당일 성명서를 통해 학교에 늘봄지원실이 설치되는 것만으로 교사의 업무 완전 배제가 어렵다는 점과 기간제 교사에게 업무를 부과하겠는 것은 비정규직 차별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꼬집으며, 늘봄학교 계획 철회와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전교조는 성명서에서 “교육부와 교육청에서 이미 학교마다 무작정 늘려놓은 각종 프로그램으로, 학교 현장은 만성적인 공간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며 “결국 늘봄은 돌봄의 질을 높일 수도 없고, 아동의 권리도 충분히 보장할 수 없으며, 학교라는 교육기관의 교육여건마저 악화시킬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교육부에 제안했던 △늘봄 포함 방과후와 돌봄 업무 전체를 교사 업무에서 전면 배제 △늘봄 운영 시간 중 발생한 문제에 대한 책임 소재에서 교사 배제 △전국 교육지원청에 방과후돌봄지원센터 설치와 역할 강화 △늘봄 신청교에 전담 인력(교사 제외) 1인 이상 배치 △겸용교실 금지 △늘봄에 관한 교내 민주적 협의 보장 △지자체 연계형 돌봄 확대 등 7가지 요구안을 다시 꺼내 들며, “수많은 요구 중 오직 업무와 관련된 요구만을 수용해 현장 교사의 의견을 업무와 관련된 영역에만 한정시켰으며,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외침을 업무 갈등으로 왜곡시켰다”고 비판했다.

교원의 행정업무 부담 문제는 늘봄학교 도입 때문에 촉발된 것은 아니다. 

기자가 학교 현장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25일 군내 한 초등학교에 문의했을 때, 마침 돌봄교실 담당교사는 내년도 돌봄전담사를 채용하기 위한 면접을 진행 중이었다. 

이날 이 학교 교감은 “기존 방과후학교, 돌봄교실 제도가 시행될 당시에도 교원 업무 부담 우려가 제기됐었다”며 학교마다 전담 교원이 방과후학교와 돌봄교실 운영에 배치돼 △수요조사 △강사 근태관리 △만족도 조사 △돌봄 시 필요한 간식 등 비용 처리 △돌봄전담사 휴가·결근시 빈자리를 채우기 위한 교사 배치 업무 등 당초 취지와 달리 운영되는 현실을 지적했다.

또 “방과후학교나 돌봄교실이든, 늘봄학교든 어느 것이든 학교에서 학생들이 하교하지 않고 머물기를 바라는 학부모들의 신청을 받아 운영되는 제도다. 학교 입장에선 교육청의 요구대로 현황을 파악해야하고, 어느 공간을 쓸지 계획서를 내라는 등의 업무가 교사에게 가중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면서 “방과후학교의 경우 당초 기대했던 사교육비 절감, 교육격차 해소, 사교육 수요의 학교 내 흡수 등의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그러면서 “늘봄지원실을 별도로 설치한다고는 하지만 그게 학교 안에 있는 이상, 교원 중 누군가는 학교에 같이 있을 수밖에 없어 학교와 교사 모두에 부담이 된다”며 “교육은 학교가 돌봄은 지자체가 역할을 분리해 맡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전교조 충남지부는 교육부 계획안 발표 3일 전인 22일 충남도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사의 가르칠 권리보장 △늘봄 업무에서 교사 완전 배제 △국가가 예산을 책임지고 지자체가 운영하는 돌봄체계 마련 등을 요구하며 “돌봄과 방과후의 연장에 불과한 보여주기식 졸속 늘봄 정책은 전면 폐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부에 따르면 교사에게 늘봄학교 업무를 전가하지 말라는 서명에 교사 1106명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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