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군 공공도서관이 부모 동의 없이 청소년들이 열람할 수 없다는 ‘평화의 소녀상’. 이 책을 포함해 86종의 책을 수개월째 서가에 빼내 별도 보관하고 있다. ⓒ 무한정보신문
예산군 공공도서관이 부모 동의 없이 청소년들이 열람할 수 없다는 ‘평화의 소녀상’. 이 책을 포함해 86종의 책을 수개월째 서가에 빼내 별도 보관하고 있다. ⓒ 무한정보신문

예산군공공시설사업소가 운영하는 공공도서관이 지난해 11월 예산군의회와 지역사회 일각으로부터 시대착오적 ‘사전 도서검열’이라는 지적을 받았던 86종의 책에 대해 여전히 열람 제한을 풀지 않고 있다.

5개 공공도서관에서는 <생각이 크는 인문학>, <꽃할머니>, <유니세프가 들려주는 어린이 권리>,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한 평등 수업>, <평화의 소녀상> 등은 부모의 동의 없이 청소년들이 봐서는 안 되는 책들로 분류하고 있다<무한정보 2023년 12월 11일자 보도>.

이는 지난해 5월쯤 충남의 한 학부모 단체가 도교육청에 해당 도서들이 포함된 100여 종의 도서목록을 제시하면서 공공도서관에서 해당도서들을 폐기할 것을 수차례 요구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이들은 2022 개정 교육과정에 ‘성평등’, ‘섹슈얼리티’, ‘재생산권’, ‘성소수자’ 등 용어가 교육과정에서 배제됐다며, 도서관에서도 청소년들에게 관련 도서를 볼 수 없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산교육지원청이 운영하는 ‘예산도서관’에도 지난해 5월 ‘꿈키움성장연구소’ 단체 회원들이 직접 찾아와 서가에서 찾은 30여종의 도서들을 보여주며 폐기를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군공공시설사업소 도서관팀과 예산도서관이 ‘금서 논란’에 대응하는 방식은 달랐다. 

군 공공도서관이 해당 도서들을 서가에 빼내 별도 보관하고 있다는 사실은 예산군의회가 예산군에 군정질문을 위한 자료를 요청하는 과정에서 알려졌다.

당시 심완예 의원은 “어린이들이 손만 뻗어도 닿을 수 있는 위치에 비치돼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153종의 도서들을 연령대별로 등급을 정해 아이들의 열람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이에 “청소년도 알 권리가 있다. 아이들에게 선택권을 줘야 한다. 도서관이 ‘옳다 아니다’를 판단해선 안된다”며 “어떤 책을 읽을 것인지 소비자의 몫으로 돌려줘야 한다”는 강선구·이정준 군의원의 비판 목소리도 동시에 제기됐다. 

군 도서관팀 측은 심의원이 문제를 삼기 전부터 이미 자체 직원회의를 통해 86종의 도서들이 별도 보관, 열람제한 조치를 결정한 것으로 확인했다. 해당 도서들에 대해 열람·대출 금지, 폐기 등을 요구하는 외부 민원이 있었던 것도, 예산군수나 상위 행정기관인 충남도의 압력이 있었던 것도, 도서관운영위원회 결정사항도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도서관 관계자가 밝혔던 설명은 지난해 11월쯤 도가 시군 감사 시 143종의 도서목록을 제시하면서 현황조사를 했다는 정도다. 그럼에도 군립도서관 측이 해당 도서들을 서가에서 빼내 별도 보관 조치를 결정한 이유를 묻자 “동향을 살펴보니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는 판단에서였다”는 해명을 내놨다.

군 도서관팀 관계자는 “군의회의 논란이 있은 뒤 열린 도서관 운영위원회에서 열람제한을 풀어야 한다는 의견은 있었지만, 정식 안건으로 다루진 않았다”며 “오는 3월 예정된 운영위 회의에서 정식 안건으로 논의해 문제가 된 도서들을 어떻게 처리할지 결정할 것이다”고 밝혔다.

이정순 의원은 “군의회의 지적을 수용하지 않는 군립도서관의 태도는 문제다”며 “부서 책임자인 공공시설사업소장에게 따져 물을 생각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예산교육지원청이 운영하는 ‘예산도서관’은 이 문제를 어떻게 대응했을까? 외부 민원이 없었다는 군 도서관팀과는 달리 예산도서관은 ‘금서 논란’으로 거론되는 도서들을 일일이 검토한 뒤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별도 보관하고 있지 않다.

예산도서관 관계자는 “꿈키움성장연구소 회원 6명이 도서관을 찾아와 서가에 골라낸 책들을 보여주며 폐기할 것을 요청했는데, 처음엔 황당했다”며 “책 속 이미지만 보지 말고 그 안에 텍스트가 전하는 내용을 볼 것을 권하며 설득해 돌려보냈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공문을 통해 보내온 도서 목록 가운데 소장 도서들을 사서들이 함께 검토했고, 대부분 문제가 될 내용은 없었다. 그래도 논란의 소지가 있어 보이는 4~5권만 아동 열람실에서 청소년 열람실로 재배치하는 정도로 조치했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군립도서관에서 도서 검색은 되나 서가에 찾을 수 없었던<엄마 인권 선언>, <Girl’s Talk> 책을 예산도서관에서 찾아보니 1층 서가에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꽂혀 있었다. 부모의 동의를 요구하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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