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한정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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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체할 후보 선수 없이 경기를 치러야하는 감독과 선수들은 어떤 마음일까. 만일 다치기라도 한다면? 지치기라도 한다면? 선수들의 매니저이자 든든한 후원자인 부모의 마음은?

지난 10월 천안고등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제32회 충남학생체육대회 남자초등부 배구대회에서 오가초 배구부 6명(5학년 5명, 4학년 1명)의 선수들이 교체할 단 한 명의 후보선수 없이 출전해 우승을 차지했다. 

오가초는 이번 대회에서 충남도민체육대회 우승팀인 천안 부영초를 준결승에서 2대0으로 꺾는 이변을 일으켰다. 결승전에서 만난 청양초를 상대로 1세트 1대0으로 앞선 뒤 2세트에서 24 대 24 듀스로 가는 접전 끝에 27 대 25로 승리했다. 2차 평가전인 2024년 3월 충남소년체육대회에서 우승하면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전국소년체육대회 출전 자격을 얻게 된다.

앞서 지난 4월에 열린 제51회 충남소년체육대회에서 우승한 오가초 배구부는 5월 울산에서 열린 전국소년체전에 19년 만에 충남도 대표로 참가해 8강에 올랐다. 이 대회에서도 후보 선수 없이 6명의 아이들이 똘똘 뭉쳐 이룬 기적이다.

현재 6학년 1명, 5학년 5명, 4학년 1명, 3학년 1명 등 총 8명으로 구성돼 있는 오가초 배구부 선수들은 매일 정규수업이 끝나면 학교 실내 체육관으로 향한다. 배구가 좋아 배구를 시작했고, 배구를 통해 꿈을 실현하고 싶은 이들에게는 더없이 행복한 시간이다.

장효실(48) 감독은 “다른 학교 선수들의 체격과 비교하면 왜소하기까지 한 우리 아이들이 이런 결과를 낼 줄은 감독인 저로서도 솔직히 예상 밖이었다”며 “교체할 후보가 없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뛰다보니 정신력과 투지가 강해진 것 같다”고 우승 비결을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도내 초등학교 배구팀은 엘리트와 클럽으로 구분돼 있으며, 엘리트 배구팀을 운영하는 학교는 오가초 외에 청양초(청양), 한내초(보령), 부영초(천안), 둔포초(아산) 5개교이고, 클럽팀은 홍남초(홍성), 계룡초(계룡), 대덕초(당진)가 있다.

 

오가초 배구부 선수들이 팀을 나눠 자체 연습경기를 하고 있다. 경기장 밖에서 차분하던 아이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진지한 모습으로 훈련에 몰두하고 있다. ⓒ 무한정보신문
오가초 배구부 선수들이 팀을 나눠 자체 연습경기를 하고 있다. 경기장 밖에서 차분하던 아이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진지한 모습으로 훈련에 몰두하고 있다. ⓒ 무한정보신문

이번에 오가초 배구팀이 우승한 충남학생체육대회는 도내 엘리트팀·클럽팀 모두 출전 가능하다. 내년에 있을 2차 평가전은 엘리트팀들 끼리 실력을 겨룬다.

충남에서 5개 초등학교 졸업생을 받는 곳은 천안 쌍용중학교 배구부뿐이다. 이외 안양 연현중학교가 받는다. 지난해 평가전부터 올해 전국대회에 출전해 팀을 이끌었던 6학년 김택준 군이 연현중학교에서 스카웃 제의를 받았다. 지난해에도 2명이 이 학교로 진학했다.

김 군은 예산초등학교에서 야구를 하다가 힘들어 운동을 쉬고 있던 중에 학교 선배의 권유로 배구로 전환했다. “초등학교 3학년 겨울방학 때 공놀이 수업 때 배구를 알게 됐어요. 4학년에 올라가자마자 여섯번째 선수로 배구팀에 들어왔는데, 충남도소년체육대회(제49회)에 출전해 준우승을 했어요”라며 “지고 있다가 역전승 할 때 가장 기뻐요. 계속 배구를 하고 싶어요”라는 의지를 밝혔다.

대회 규정은 5·6학년이 출전할 수 있다. 6학년 김 군의 한 학년 아래의 동생들인 5학년 최명국·김태웅·최장산·조지항·이은빈 5명이 앞으로 주축이 돼 팀을 이끌어야 한다. 1개의 온전한 팀을 구성하려면 1명이 더 필요한데, 내년에 출전 자격이 주어지는 4학년 김민겸 군이 여섯번째 선수 역할을 맡게 된다.

막내 3학년 최용락 군은 배구가 하고 싶어 보성초에서 전학을 온 경우다. “포지션은 볼보이예요”라고 농담도 던질 줄 아는 최 군은 “공격수가 되고 싶어요. 공격수가 되려면 키가 커야 해요. 그래서 밥 많이 먹고, 잠도 잘 자고 해서 키가 컸으면 좋겠어요”라며 나름대로의 포부를 밝혔다.

최명국·김태웅 군은 3학년 때 방과후 공놀이 시간에 놀이 배구를 하면서 배구 재능을 꽃피운 경우다. 최군은 4학년이던 지난해 충남학생체육대회 한 달 전에 여섯번째 선수로 팀에 합류해 우승 주역이 됐다. 

최장산 군은 “4학년 여름 방학 때 동생과 물놀이하고 있는데, 감독님이 배구를 해 볼 생각이 있는지 물어봤어요. 그때부터 시작했어요”라고 말한다. 장 감독에 따르면 최 군은 배구가 하고 싶어 올해 양신초에서 올해 1월 오가초로 학교를 옮겼다. 최 군은 “작년에 처음 형들과 같이 해보니까 내가 못해 미안했는데, 지금은 훈련도 열심히 해서 실력도 좀 느는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조지항·이은빈 군은 2학년때 배구 선수의 꿈을 키웠다. 포지션이 세터인 이 군은 “머리를 잘 써야된다. 정신을 잘 차려야 한다”며 자신이 해야할 역할을 잘 이해하고 있다. 장 감독은 “시합에선 훈련 때의 기량을 두배로 발휘하고, 항상 웃으면서 팀 분위기를 살리는 친구”라며 이 군을 붇돋웠다. 

4학년 김민겸 군은 “수비전문이예요. 수비할 때 큰소리로 ‘마이 싸인!’을 외치는 것이 중요해요”라고 배운 것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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