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교’ 지명에 관한 현대의 자료는 ‘삽교읍지’와 ‘위키백과’ 정도다. 

먼저 2006년에 발간된 ‘삽교읍지’에는 ‘삽(揷)’을 ‘붉은 색상’을 뜻하는 백제말이라고 하면서, ‘삽교천’이 홍수에 범람하며 물빛이 붉은 황톳빛을 띤 것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삽교천의 옛말로 ‘삽내, 사읍천(沙邑川), 삽천(揷川), 신천(薪川)’ 등이 있는데, 이 냇가에 다리가 놓임으로써 ‘삽다리’가 되었다고 한다. 

‘위키백과’에는 삼국사기에 나오는 백제 지명 ‘駟盧(사로), 斯羅(사라), 沙羅(사라), 徐羅(서라)’ 등에서 ‘사’와 ‘서’가 ‘새롭다(新)’ 또는 ‘동쪽’의 뜻을 갖고 있는데, ‘삽교’의 ‘삽’은 ‘사’에서 나온 것이라 했다. 이를 근거로 ‘삽교’는 ‘삽내’이며, ‘삽’은 ‘새’라고 했다. 그러니까 ‘삽교’는 ‘새로운 시내, 동쪽 시내’란 뜻을 갖는다는 말이 된다. 

과연 그럴까? ‘삽교’라는 지명이 백제 시대나 그 이전부터 있었던 이름이라면 적어도 2000년의 역사를 갖는다. 그 깊은 세월 속에서 시대가 바뀌고 말도 바뀌었다. 우리 글이 없던 그 옛날, 한자로 기록된 지명의 근원을 찾는 일은 어렵다. 그래서 학자들이 주장하는 말과 근거를 따라가다 보면 얼핏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그러나 위 두 자료는 과거의 문헌 자료에 얽매여 억지로 꿰맞춘 주장이다. 옛 우리말을 잘 모르기 때문에 풀이를 엉뚱하게 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먼저 ‘삽교읍지’의 내용은 믿기 어렵다. ‘삽’이 백제말이라는 근거가 없고, 범람하는 붉은 황톳물은 상상력으로 그럴듯하게 갖다 붙인 것으로 보인다. ‘위키백과’의 내용은 조금 더 그럴듯하지만 진짜 그런 것인지 확인이 되지 않고, ‘삽교’의 ‘교(橋)’에 대한 설명이 없다. 

한잣말 ‘삽교(揷橋)’는 ‘곶다리’다. ‘橋(교)’는 ‘다리’를 뜻하는 한자인데, ‘다리’는 백제 시대 널리 쓰였던 말로 ‘山(산)’이다. 고려 시대에 와서 ‘다리(達)’라는 말이 없어지고, ‘뫼’와 ‘산’이란 말이 되었다. ‘다리’라는 말이 없어지자 이 말을 모르는 조선의 양반들이 ‘다리 교(橋)’로 기록한 것이다. 

그리고 ‘揷(삽)’은 ‘곶, 곶을 삽’이다. ‘곶’은 ‘바다로 쑥 들어간 지형이나, 어느 곳으로 튀어난 지형’을 뜻하는 우리말이다. 

옛말 ‘곶다리’는 ‘다리’란 말이 ‘산’으로 바뀌면서 ‘곶산’이 되고 지금의 ‘꽃산’이 되었다. 지도를 펼쳐보자. ‘꽃산’은 삽교역과 신가리 사이에 있는 작은 산이다. 넓게 펼쳐진 들판 가운데 조그맣게 꽂혀 있는 산이다. 말 그대로 ‘삽교’는 ‘들판 가운데 솟은 산동네’다. ‘꽃산 마을’이다. 

 

※ 다음은 ‘역말(삽교읍 역말, 오가면 역말)’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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