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촌공사 예산지사가 보관 중인 마을지. 태안청년협동조합은 이 책을 근거로 지난해 12월 준공금을 챙겼다. ⓒ 무한정보신문
한국농어촌공사 예산지사가 보관 중인 마을지. 태안청년협동조합은 이 책을 근거로 지난해 12월 준공금을 챙겼다. ⓒ 무한정보신문

한국농어촌공사 예산지사(아래 농어촌공사)의 용역사 관리에 구멍이 뚫리면서 생돈 1434만9000원을 허투루 사용한 정황이 드러났다. 

더구나 농어촌공사는 안이한 비용집행으로 벌어진 일을 3개월이나 지나 뒤늦게 파악하는 등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데다 “우리도 용역사로부터 사기를 당했다”며 책임을 떠 넘기려는 듯한 태도마저 보이고 있다.

발단은 태안청년협동조합이 지난 2021년에 농어촌공사로부터 낙찰받은 ‘마전1리 농어촌 취약지역생활여건 개조사업’에 포함된 여러 사업 가운데 일부인 대술면 마전1리 마을지 발간과정에서 벌어졌다.

결론부터 말하면 태안청년협동조합이 농어촌공사로부터 수주 받은 마을지 발간 실무를 예산군 활동가들과 인쇄소에 맡긴 뒤 책이 발간되자, 정작 제작비 지급을 거부하면서 마을주민과 활동가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태안청년협동조합은 농어촌공사에 해당 마을지를 자신들의 성과물로 납품한 뒤 지난해 12월 준공금 명목으로 1434만9000원을 챙겼고, 반면 태안청년협동조합이 준공금을 챙길 수 있는 핵심 근거가 된 마을지 제작을 위해 수개월 동안 사진촬영, 인터뷰, 편집·인쇄 등 노동을 제공한 주민들은 단 한 푼도 받지 못하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졌다.

농어촌공사는 준공금 집행 전에 태안청년협동조합으로부터 납품받은 결과물이 실제 비용을 들여 제작한 것인지 여부에 대한 검토를 전혀 하지 않았다.

농어촌공사 김영선 농어촌사업부장은 “용역사와 일단 계약하면 우리는 결과물만 보고 비용을 집행한다”며 “결과물을 만들기 위한 과업을 용역사가 직접 수행했는지, 아니면 다른 사람들에게 맡겼는지 등 제작과정에 대해 우리가 관여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만일 용역사가 자신에게 저작·소유권이 없는 결과물을 제출했다는 것을 알고도 준공금을 집행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김 부장은 “당연히 집행할 수 없다. 이번 문제는 우리도 나중에 알게 됐다. 계약팀에 환수 가능한 방법이 있는지 등을 문의해 놓았다”라고 답변했다.

준공금 지급 근거가 됐던 성과물(마을지) 제작의 주역은 예산군에서 사진촬영, 인터뷰 등의 일을 하는 활동가들과 편집·인쇄를 했던 인쇄소다.

태안청년협동조합은 농어촌공사의 소개로 예산군행복마을지원센터를 찾았고, 김영서 사무국장이 중간 역할을 맡았다.

김 사무국장이 태안청년협동조합 담당자와 카카오톡으로 주고받은 내용에 따르면, 마을지 제작 활동가들과 인쇄소는 태안청년협동조합 측의 약속만 믿고 마을지 제작에 착수해 책을 완성했지만 피해를 봤다. 태안청년협동조합이 태도를 돌변해 당초 제작비로 지급하기로 약속했던 제작비(1700만원) 지불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해당 카카오톡 대화 내용엔 마을지 발간에 들어간 비용 1700만원 지불을 약속했다가, 태안청년협동조합 측이 준공금을 받은 뒤 거부한 정황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기 때문에 제작비 지급이 불가하다는 태안청년협동조합 담당자의 답변 내용도 등장한다.

김 사무국장은 “태안청년협동조합이 정상적으로 이행할 수 없는 금액과 부족한 제작기간을 저희에게 제시해 못하겠다고 했지만, 태안청년협동조합 담당자가 1700만원에 제작해 달라고 먼저 요청해 센터 활동가들이 개별적으로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며 “계약을 체결해 수행한 것이 아니고, 태안청년협동조합이 인건비와 인쇄비를 당사자에게 직접 지급하기로 했다. 마을지 제작 착수 당시 태안청년협동조합도 동의한 사항이다”라고 반박했다.

결국 제작비를 단 한푼도 받지 못한 인쇄소와 마을지 제작 참여자들은 막대한 손해를 감수하고 마을지를 폐기처분하기로 결정했다. 

주민들도 피해자다. 인터뷰와 사진촬영을 위해 농사일을 접고 시간을 내야 했고, 마을지 발간에 대한 기대와 희망에 찬물을 끼얹었기 때문이다. 

이도희 태안청년협동조합 대표에게 14일 자신들의 노력을 통해 만든 결과물인 아닌 마을지를 발주처에 납품한 이유를 물었다. 

이 대표는 “저희가 검수하지 못한 채 납품됐다. 세금계산서만 받았고, 인쇄소에서 어떤 연락도 받지 못한 채 납품됐다”며 발주처(농어촌공사)에 납품한 것은 “인쇄소와 행복마을지원센터에서 추진했고, 저희는 사진과 우편을 받은 것으로 확인했다”고 답변했다. 

이에 김 사무국장은 “인쇄소가 농어촌공사에 마을지 3부를 우편발송한 것은 태안청년협동조합이 그렇게 하라고 의뢰해 이뤄진 것이다”라며 이 대표의 해명을 황당해 했다.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마을지 제작·납품 책임은 공사와 계약을 맺은 태안청년협동조합에 있다. 결과물이 어떤 경로를 거쳐 왔든지, 결과물을 보낸 주체가 태안청년협동조합이라는 사실이 바뀌진 않는다. 인쇄소가 납품했다는 표현은 정확한 사실이 아니다. 이 건은 공사와 인쇄소가 계약을 맺고 진행한 사업이 아니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마을지 제작자들이 납품본 9권에 대해 반환 요청했음에도 돌려주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이 대표는 “저희 검수는 받지 않았으면서 세금계산서는 저희 쪽으로 발행했기 때문에 저희 회사와 인쇄소의 소유권 문제 역시 해결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에 김 국장은 “발주처의 입장에서 용역사의 사업비 지출 근거가 없는데 어떻게 준공금을 줄 수 있겠나. 세금계산서는 태안청년협동조합 측이 준공검사를 받기 위해 요청해 발행한 것이다”라며 “준공검사가 끝나자 조합이 태도를 돌변해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제작됐다는 이유로 제작비 지급을 거부했다. 조합측 주장대로 계약서도 작성하지 않았고, 우리도 제작비용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마을지에 대한 소유권과 저작권은 당연히 인쇄소와 활동가들에 있다”고 반박했다.

김 국장은 또 “전체 사업 추진과 성과물을 만들어내야 하는 책임은 군으로부터 위탁받은 농어촌공사에게 있는 만큼, 법에 규정된 하자보수 책임을 이행해 주민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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