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읍 ‘주교리(舟橋里)’의 본래 이름은 ‘배다리’다. ‘다리’는 ‘산’이나 ‘높은 곳’을 이르는 옛말이다. 그러니까 ‘배다리’는 ‘배가 드나드는 산동네’라는 뜻을 갖는다. 

‘다리(達)’는 백제시대에 널리 쓴 우리말이다. 1500년도 더 된 그 옛날에 쓰던 말이다. 고려시대의 역사서 ‘삼국사기’에는 백제시대의 높은 벼슬에 ‘달솔(達率)’과 ‘풍달(風達)’이 기록되어 있다. 이때의 ‘달’은 높다는 뜻이다. 이 ‘다리’는 고려시대에는 이미 사라진 말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오래된 지명이나 일부 옛말에는 아직도 남아 있다. 높은 방은 ‘다락방’, 산동네는 ‘달동네’라 부른다. 마을 이름에도 많이 남아 있어 돌이 많은 산 아래 있는 마을은 ‘독다리’, 작은 산 아래의 마을은 ‘잔다리’라고 불린다. 해가 잘 드는 곳은 ‘양달’, 그늘진 곳은 ‘음달/응달’이라고 쓴다. 

위에 따르면 ‘주교리(舟橋里)’는 ‘배다리’를 한자로 바꿔 기록한 지명이다. 문헌에 따르면 조선시대 초기(태종5, 1405) ‘예산현 현내면’에 속한 마을로 ‘주교리’가 나온다. 이때는 ‘다리’라는 말이 사라진 지 수백 년이 지난 뒤였다. 이에 ‘다리’가 ‘산’을 뜻하는 말인 줄 모르는 이가 ‘다리 교(橋)’자를 붙여 기록했다. 우리의 옛말을 잘 아는 이가 기록했다면 ‘주산(舟山)’이 되었을 것이다. 

예전에는 배가 주교리까지 들어왔단다. 서해의 물결이 밀려오면 무한천의 수위가 1미터쯤 상승했다 한다. 이때가 되면 생선이나 해물을 실은 작은 어선들이 주교리까지 들어왔다고 한다. 배가 주교리로 들어오려면 아산만을 통해 고덕 구만포를 지나고 신암면을 지나 무한천을 따라 올라와야 한다. 

그런데 서해의 아산만에서 무한천 상류로 올라오는 동안 처음으로 산을 만나는 곳이 주교리다. 청양과 신양의 산골짜기를 흘러온 무한천은 주교리를 지나면서부터 서해에 이르기까지 들판을 흐른다. 반대로 얘기하면 삽교천을 거쳐 무한천을 거슬러 올라온 배는 예산읍 무한산성이나 주교리 앞에서 처음으로 산을 만나는 것이다. 

위와 같이 옛말을 통해 접근하면 ‘주교리’는 1000년도 넘는 유서 깊은 마을이며, 순우리말 지명 ‘배다리’는 ‘삽교천과 무한천 물길을 따라 들어온 배가 처음으로 만나는 산동네’란 뜻을 갖는다.

※ 위 글은 <예산읍지> ‘주교리편’의 내용을 상당 부분 차용하였습니다. 

※ 다음은 ‘삽교’의 우리 지명을 살펴보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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