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세의 나이로 요양보호사 자격 취득 시험에 도전해 한번에 취득한 한기분 어르신이 환하게 웃고 있다. ⓒ 무한정보신문
81세의 나이로 요양보호사 자격 취득 시험에 도전해 한번에 취득한 한기분 어르신이 환하게 웃고 있다. ⓒ 무한정보신문

뼈가 쑤시고 허리도 아프다. 걷는 것은 물론 심지어 앉았다, 일어나는 것도 고역이다. 젊은 시절 상상도 안해봤을 지팡이가 어느새 자신의 손에 쥐어있다. 누구나 나이 들면서 자연스럽게 겪는 불편함이고, 어떤 경우엔 부득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덕산의 한 아파트에서 노후를 보내고 있는 87세 어르신은 그동안 자녀들과 재가복지센터의 돌봄을 받았지만, 24시간 밀착해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나타났다.

그의 아내 한기분 어르신이 81세의 나이로 요양보호사 자격 시험에 합격한 것.

지난해 10월 31일 한 요양보호사 학원에 등록한 것을 시작으로 책을 펴든 어르신은 3개월 보름만인 지난 2월 16일 마침내 요양보호사 자격 합격의 기쁨을 누렸다.

고령의 나이에 당당히 요양보호사가 된 주인공 한기분 어르신은 “학원에서 공부하면서 기저귀 가는 법, 환자를 옆으로 눕혔다 일으켜 세우는 법, 어떤 음식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 지 등을 배웠다”며, 달라진 점은 “예전엔 엄두도 못내던 일들이었는데, 기술을 배우고 요령을 터득하니 한결 수훨해 졌다”며 어깨를 으쓱한다. 

한기분 어르신의 합격을 누구보다 반겼던 이는 당연히 남편이었다. 농담이지만 남편으로부터 가끔 “의사 공부하남, 의사 공부혀”라는 말을 들었을 정도였다고 하니, 어르신이 시험 준비를 위해 어떤 노력과 열정을 쏟았을지 짐작이 된다.

시험 준비를 도와 준 김기숙 가야실버통합요양센터 대표에 따르면 시험은 이론(35문항)과 실습(45문항)으로 구성돼 있으며 각각 60점 이상을 받아야 한다. 이론 4주는 학원에서 월~금 매일 8시간씩 공부했고, 실습의 경우 2주는 학원에서 알선한 홍성 청로요양원에서, 1주는 가야실버통합요양센터에서 진행했다.

시험 내용은 어르신들을 돌보는 기술, 노인개념, 노인을 돌보는 것과 관련 있는 상식 등 내용을 이해해야 풀 수 있는 문제들이다.

김 대표는 “올해는 수험생들이 컴퓨터 모니터 화면을 보며 마우스를 움직여 시험을 치렀다”며 “80대 어르신에겐 쉽지 않았을 텐데, 한 번에 시험에 합격한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라며 한기분 어르신을 추켜세웠다.

어르신이 취득한 자격 종류는 ‘요양보호사 가족케어’다. 이는 장기요양등급을 받은 가족을 요양하며 급여를 받는 것으로, 가족이 직접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해 가족을 돌보면 국가에서 돌봄비용을 지원해는 주는 제도다.

부부는 한달에 60여만원을 받는다고 한다. 

“나 때문에 (자격증을) 땄으니까 돈 받으면 반은 나 줘야 혀”라는 남편의 말을 전하는 한기분 어르신이 수줍은 듯 웃는다. 

슬하에 2남 2녀를 둔 어르신은 “지난해 봄에 할아버지가 아플 때 며느리가 많이 도와줬는데, 지금부터는 내가 직접 돌볼 수 있어 좋고, 나라에서 급여를 받을 수 있어 너무 좋다”는 말과 함께 자격증 원본을 보여주며 환한 미소를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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