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회사법인 은성농원 정제민 대표. 그가 술 원료를 전량 예산사과로 사용하는 이유는 “술 원료가 그 지역에서 생산한 원료로 사용했느냐가 경쟁력의 핵심”이라 보기 때문이고, 이것이 예산사과도 회사도 사는 길이라고 강조한다. ⓒ 무한정보신문
농업회사법인 은성농원 정제민 대표. 그가 술 원료를 전량 예산사과로 사용하는 이유는 “술 원료가 그 지역에서 생산한 원료로 사용했느냐가 경쟁력의 핵심”이라 보기 때문이고, 이것이 예산사과도 회사도 사는 길이라고 강조한다. ⓒ 무한정보신문

국내 주류 시장에서 개인 취향이 뚜렷한 젊은 층의 인기를 얻고 있는 추사40, 추사백, 사과와인을 생산하며 우리지역을 사과와인의 메카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농업회사법인 은성농원(대표 정제민)이 최근 호주 수출에 물꼬를 텃다.

수출량은 은성농원이 지난 2021년 초 출시해 주력 상품으로 자리한 추사백(25도) 825병과 사과와인 300병으로, 소량 수출이긴 하지만 향후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관심을 모아지고 있다. 에이비 인베브(AB InVeb)사를 통해 지난 1월에 호주 수출이 성사됐다. 

정 대표는 “현재 현지 시장 반응을 살펴보는 정도다. 에이비 인베브는 호주 주점이나 바 중심으로 한국의 개성있는 술을 해외에 소개하면서, 장래 주류 소비자들의 변화를 준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한국 소주 한 병의 수출원가가 500원도 안된다. 그런데 소주나 맥주가 아니면 수출이 안되는 환경이다. 은성농원이 생산하는 발효주, 증류주는 기본 원가가 비싸다. 저렴한 한국 술에 익숙해져 있는 외국 바이어들에게 우리가 한 병에 6000~7000원 부르니까 다들 놀란다”며 “초기 수출이 어려웠지만, 한류문화에 힘입어 국산 주류를 찾는 동남아시아 젊은 층들이 조금씩 늘면서 한국의 프리미엄 술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중이다”라고 세계에서 국산 술이 차지하는 위상에 대해 설명한다.

그에 따르면, 첫 수출국은 지난 2018년 대만이다. 많은 양은 아니어도 매년 꾸준히 늘고 있었는데, 코로나19로 중단됐다가 최근 재개했다. 이어 2022년 홍콩과 베트남 수출로 이어지면서 동남아시아인들에게 한국의 프리미엄 술의 존재를 알리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은성농원의 네 번째 수출국이 된 호주에 예산사과로 만든 술을 본격적으로 알리기 위한 시동을 걸고 있다. 

그는 “동남아시아의 한식 관련 식당들이 처음엔 한인들 위주로 운영되다가 한류문화 확산과 함께 주 고객층이 점점 현지인들로 바뀌면서, 한국 술을 찾는 외국인들도 증가하고 있다”며 “우리 술이 아직 대세는 아니지만 희망을 가지고 있다. 예전보다 좋아지고 있다”고 낙관적 전망을 내놨다.

그에 따르면 국내에선 주로 젊은 층 사이로 주류 소비패턴이 변화하고 있다. 한 번 마시더라도 좋은 안주에 좋은 술을 찾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것. 한때 국내 주류시장에서 43%를 차지했던 소주 소비량이 줄고 그 자리를 와인이 대체하고 있다고 한다.

 

은성농원에서 출시한 추사40, 추사백, 사과와인. 전량 예산사과 농가로부터 직접 구매한 사과로 만든 술이다. ⓒ 무한정보신문
은성농원에서 출시한 추사40, 추사백, 사과와인. 전량 예산사과 농가로부터 직접 구매한 사과로 만든 술이다. ⓒ 무한정보신문

정 대표는 이렇듯 주류문화가 주정을 희석한 술에서 좋은 원료로 만든 와인 중심의 술문화가 확산되면서 값싼 외국산 와인이 너무나 많이 수입되고 있는 점을 안타까워했다.

이 와중에 예산사과로 만든 증류주와 브랜디가 서울 주점과 바 등에서 젊은 층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면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여기에 ‘그 지역에서 생산한 원료로 만든 지역의 술’이, 은성농원이 출시한 추사40(브랜디), 추사백(25도), 사과와인(12도)에 넘볼 수 없는 경쟁력을 갖게 했다.

또 은성농원의 매출 증대는 실질적인 예산사과를 소비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술 생산에 사용하는 사과는 전량 예산지역에서 사과농가로부터 공급받는다. 2019년까지 술 생산을 위해 지역농가들에게서 구매한 사과가 20~30톤이었는데, 지난해 300톤 가량 매입했다.

정 대표는 “와인 제조에 사용되는 사과는 보통 우리가 먹는 사과와 품질 기준이 다르다. 사과의 신맛이 강해야 와인 품질도 좋은데, 이런 사과는 먹는 사과 품질 기준으로 보면 소비자들이 외면하는 사과다. 그런데 술용으로 좋다”고 설명한다.


지역 맞춤형 품종 개발해야 

그러면서 “주스 가공 업체들은 1상자(17㎏)에 8000~1만원에 쳐주지만, 우리는 2만원에 매입한다. 매년 사과농가들을 대상으로 그해 필요한 사과 생산 설명회를 열어 예약재배를 하기 때문에 농가들에게 안정적인 판로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정 대표는 회사 운영 초기 유통업체를 통해 술 제조용 사과를 구매하기도 했지만, 이 경우 예산 이외의 지역에서 생산된 사과가 포함돼 있는지 확인이 어렵고, 그렇게 되면 예산사과 와인으로 홍보하면서, 실제 사용되는 사과는 예산지역 사과가 아닌 모순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그 지역에서 생산된 원료로 만든 지역의 술’이라는 핵심 경쟁력을 상실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데, 정 대표는 이 철칙이 무너지는 것을 가장 경계하고 있다. 

그는 장차 우리나라의 주류 소비 패턴이 브랜드 파워를 앞세운 대기업 중심의 대량생산에서 지역과 원료, 그리고 자신이 마시는 술의 스토리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이동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국내 사과생산 여건이, 변화하고 있는 소비 경향을 뒷받침 해줄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다.

 

은성농원 양조장 내 감압·상압 방식 증류기. 감압방식은 소주 형태의 ‘추사백’ 시리즈를 저렴하게 빨리 많이 생산하기 위해 도입했고, 상압다단식 동증류기를 통해 생산한 술은 전량 오크통에서 오랜 시간 숙성한 뒤 브랜디로 만들어 출하한다. ⓒ 무한정보신문
은성농원 양조장 내 감압·상압 방식 증류기. 감압방식은 소주 형태의 ‘추사백’ 시리즈를 저렴하게 빨리 많이 생산하기 위해 도입했고, 상압다단식 동증류기를 통해 생산한 술은 전량 오크통에서 오랜 시간 숙성한 뒤 브랜디로 만들어 출하한다. ⓒ 무한정보신문

그는 “우리가 만든 술이 생명력을 가지려면 예산지역의 사과농업이 살아 있어야 하고, 그래야 경쟁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농민들은 고령화돼 있고, 노동력도 부족한 상황이다. 기후변화의 위험요소도 안고 있다. 예산사과 농가가 몇 년전에 1100여 농가에서 지난해 1000농가 아래로 떨어졌다. 4~5년 사이 15% 준 것 같다. 그만큼 농사 환경이 어렵다는 방증이다”며 “이런 상황에서 외국에서 사과가 수입되면, 설상가상 우리나라 농가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다. 만일 수입산 사과로 술을 만들면 당장 저렴한 가격으로 생산원가를 낮출 순 있겠지만, 필연적으로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다. 사과와인이 다른 술과의 차별되는, 경쟁력을 갖게 한 핵심요인인 그 지역의 생산된 원료로 만든 술이라는 장점을 발휘할 수 없기 때문에 경쟁력 약화는 명약관화한 일이다”라고 진단한다.

그는 생각해 볼 수 있는 정부 대책으로 폐원보상제도, 타작목재배 전환 지원 등을 들며, 만일 사과농가가 폐원하고 포도·블루베리 등 타 작목으로 전환할 경우, 전환된 품목 시장의 생산량 증가가 가격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에 전환에 신중할 것을 요구한다. 

지난해 사과 재배 역사 100주년을 기념한 예산사과의 발전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저희가 사과 과수원 면적이 1만평 정도 된다. 술 생산에 필요한 물량을 일일이 직접 농사로 충당할 순 없다. 예산 기후조건에 맞으면서 가공에 적합한 사과품종 재배에 신경을 더 써야 한다. 여기에 사과부산물을 사료, 거름으로 활용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그는 “예산군이 예산상설시장, 출렁다리 등 최근 관광분야에서 전국에서 명성을 얻고 있지만, 이를 활용한 지역 농산물 판매·홍보에 적극 나서지 못하면서 농민의 소득을 높이는 방향으로 결실을 내지 못하고 있다”며 “로컬푸드로 지역을 톡톡히 알리고 다른 지역들의 사례를 참고해 예산시장, 예당호 등 주요 관광지에 파머스마켓 등 로컬 농산물 마켓을 강화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지난 2004년에 시작한 ‘예산사과와인축제’도 참고할만하다. 정 대표가 단순한 상품판매 한계를 극복하고, 예산사과와인의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 체험과 결부시켜 기획한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매년 10월 1일부터 11월 15일까지 열리는 사과수확 체험 기간 중 11월 첫째 주 토요일에 맞춰 20년째 지속하고 있다. 매년 2만명이 넘는 방문객 가운데, 외국인만 7~8000명 가량 될 정도라고 한다. 이들은 한 번 맛본 예산사과와인의 맛을 자연스럽게 국내외로 전파하는 메신저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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