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산면 하평리에서 붉은부리찌르레기 12마리가 사체로 발견됐다. 바로 위 사인으로 추정되는 투명방음벽이 있다. ⓒ 무한정보신문
봉산면 하평리에서 붉은부리찌르레기 12마리가 사체로 발견됐다. 바로 위 사인으로 추정되는 투명방음벽이 있다. ⓒ 무한정보신문

붉은부리찌르레기 한 무더기가 사체로 발견돼,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봉산면 봉산로 3의 앞길, 즉 덕산-고덕 간 국도 40번의 하평삼거리 근처에서 새의 사체가 발견됐다. 시멘트 방벽 위에 아크릴 재질로 된 방음벽이 설치된 곳 아래다. 제보자는 7일 처음 조류의 사체 더미를 발견했다고 전했다.

사체 12마리의 부리는 붉은색이며 끝부분은 검은색, 다리는 주황색이다. 날개깃 기부에 흰색 반점이 있고, 아래꼬리덮깃은 회색 또는 흰색인 것으로 보아 ‘붉은부리찌르레기’로 추정된다.

국립생물자원관에 따르면 붉은부리찌르레기는 농경지, 초지, 인가 주변에서 생활한다. 나무 위에서 열매나 곤충을 먹거나 초지, 농경지에서 곤충을 잡아먹는다. 원래는 중국 남동부와 베트남 북부에서 서식한다.

예산황새공원 김수경 박사는 “찌르레기는 우리나라에 널리 분포해 있다. 하지만 붉은부리찌르레기는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지 얼마 안 됐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국내에선 2000년 4월 강화도에서 수컷 1개체가 처음으로 관찰된 뒤 제주도, 경기도 파주·의왕, 전북 군산 등지에서 서식과 번식이 확인됐다.

이번 사고는 희귀종인 붉은부리찌르레기가, 투명방음벽이 있는 것을 미처 인지하지 못한 채, 부딪혀 집단폐사한 것으로 짐작된다. 

내포에 거주하는 제보자는 “충돌 방지를 위해 ‘매’ 그림을 투명방음벽마다 넣어, 새 떼가 피해 갈 수 있도록 보완하는 경우를 봤다. 하지만 군은 마땅한 조치가 없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예산군과 충남도의 통계는 없지만, 2018년에 발표된 환경부·국립생태원 공동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서 매년 야생조류 800만 마리, 하루 평균 2만여 마리가 유리창이나 방음벽에 부딪혀 목숨을 잃는 것으로 파악됐다.

김미선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예산에서도 투명방음벽을 확인하다 보면 가끔 2~3마리 정도의 새가 부딪혀 죽어 있다. 야생 조류가 방음벽이나 높은 건물에 부딪혀 죽어 가는 것을 생각하면, 하루 빨리 군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2019년 ‘야생조류 투명창 충돌 저감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유리창이나 투명방음벽은 패턴을 그릴 때 높이 5㎝, 폭 10㎝ 미만 그리고 선은 가로선의 경우 3㎜, 세로선 6㎜ 이상으로 그려야, 조류가 장애물로 인식해 비행 중 부딪치지 않는다. 매 그림보다는 이 패턴을 그려 넣는 것이 유리하다며, 지금까지도 지침으로 이용하고 있다.

2023년 6월 개정된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 공공기관 등에서 설치하는 인공구조물에 대해서는 야생동물의 충돌이나 추락 피해가 최소화하도록 관리해야 한다. 하지만 민간에서는 강제조치가 없다는 것이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지자체 조례의 경우 충남도는 본청과 천안, 아산, 서산만이 조례를 갖췄다. 

이 조례는 대부분 공공시설물에 대해서는 ‘할 수 있다’라는 규정을 통해, 조류 충돌 저감 대책을 마련할 수 있게 열어 뒀다. 민간에게 강제토록 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자체장에게 저감 대책을 권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예산군 담당자는 “조류 충돌 방지를 위해 앞으로 다른 지역 조례를 살펴보겠다”라고 답했다.

그동안 가창오리 무리도 예산을 찾아오고, 기후 변화로 붉은부리찌레르기 등 새로운 야생조류가 발견되는 만큼, 주민들은 군이 발 빠른 예방 대책을 내놓길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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