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원(왼쪽) 조합장과 신현기 친환경사업단 상무가 조합원이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콩 정선기를 가리키고 있다. ⓒ 무한정보신문
이연원(왼쪽) 조합장과 신현기 친환경사업단 상무가 조합원이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콩 정선기를 가리키고 있다. ⓒ 무한정보신문

지역농협은 ‘조합원의 농업 생산성을 높이고 조합원이 생산한 농산물의 판로 확대와 유통 원활화 도모’(농협법 제13조)를 위해 설립한 조직이다.

현재 전국에서 1111개(2024년 1월 1일 기준)가 운영되고 있으며, 우리지역은 10개 조합(예산·삽교·신양·광시·덕산·고덕·예산중앙·능금농협·축협·산림조합)이 있다. 

그동안 외형적 성장에 비해 농민의 고령화와 조합원 이질화 등으로 경제사업과 영농지도 등 고유사업 비중이 줄어들면서, 조합원과 거리가 멀어지고 심지어 ‘임직원을 위한 조합이다’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존재하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렇듯 지역농협이 처한 열악한 농촌·농업의 상황 속에서 덕산농협은 군내 친환경쌀 재배농가들과 콩 재배 농가들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친환경 쌀 정미기. ⓒ 무한정보신문
친환경 쌀 정미기. ⓒ 무한정보신문

지난 2011년 충남1호로 인가받아 친환경사업단을 설립한 덕산농협은 3년 뒤 봉산 하평리 일원 1만평 규모의 부지에 98억원을 들여 친환경미곡처리장, 저장창고 등을 갖춘 친환경단지를 완공하고, 2013년 가동을 시작해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덕산과 광시 지역 친환경쌀 재배 농가들의 생산물량에 대한 공동작업·판매대행을 수행하고 있다.

가동 원년 250여 농가로부터 쌀 1500톤을 수매했던 것과 견줘 지난해엔 덕산(40농가)과 광시 지역 100여 농가로부터 290톤을 수매해 대폭 줄었지만, 덕산농협은 친환경 쌀 재배 농가들에 △친환경 인증절차 △종자(육묘) △우렁이 △약제 등을 계속 지원하고 있다.

특히 조합의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40㎏ 기준 조곡(건조벼) 수매가 1만원 지원을 견지하면서 군내 친환경 쌀 재배 농가들의 영농을 돕는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정부보조금 1만원이 추가됐다. 그 결과 군내 친환경 쌀 재배 농가들이 지난해 받은 수매가(40㎏ 조곡 기준)는 8만800원(농협+정부보조금=2만원 포함)이다.

덕산농협 친환경사업단 신현기 상무는 “올해 10농가가 신규참여 의사를 밝혔다. 지원금이 늘어난 영향으로 보인다. 올해 생산량은 지난해보다 조금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저희가 수확 작업 외에 거의 모든 농작업과 판매대행 등을 지원하고 있다. 농민들은 농사에만 전념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덕산농협 친환경 쌀 제품인 ‘영양눈쌀’과 ‘황새의 비상’. ⓒ 무한정보신문
덕산농협 친환경 쌀 제품인 ‘영양눈쌀’과 ‘황새의 비상’. ⓒ 무한정보신문

친환경사업단이 친환경 쌀 재배 농가들에게서 수매한 물량은 브랜드 명 ‘황새의 비상(백미)’과 ‘영양눈 쌀(현미)’로 가공해 전량 학교 급식으로 납품하고 있다. 지난해 수매량 290톤 가운데 200톤은 군내 유치원 3곳, 초중고 35곳, 어린이집 17곳에, 나머지 90톤은 서울 지역 학교 10곳에 납품했다.

이연원 덕산농협 조합장은 “학교 급식을 통하지 않으면 적자가 예상되고, 농가 입장에선 농협의 지원금 없이 그대로 내다 판다면 일반벼와 동일한 가격으로 경쟁할 수밖에 없다”며 “덕산농협의 지원금은 군내 친환경 쌀 재배 농가들이 친환경 농법을 유지할 수 있는 지렛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덕산농협 친환경사업단은 쌀 외에 콩 재배 농가들에게도 큰 힘이 되고 있다. 조합은 지난해 덕산지역 70여 콩 재배 조합원들이 19만평에서 재배한 콩 170톤을 수매한 뒤 정선, 색채선별 등의 과정을 거쳐 서리태는 1㎏ 당 7000원(시중가 6100원), 백태는 4800원(시중가 4200원)에 수매하고 있다. 

이를 위해 친환경단지 내에 대형정선기 4대(군내 유일)와 색채선별기를 갖추고, 콩 재배 농가들의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조합원에 한해 정선기는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색채선별기의 경우 시중에선 1㎏당 130원을 받지만 덕산농협은 80원을 받는다.

 

고랑·두둑 몇 개를 동시에 만들 수 있는 농기계. 이연원 조합장은 북해도 농민이 사용하는 신형 장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 무한정보신문
고랑·두둑 몇 개를 동시에 만들 수 있는 농기계. 이연원 조합장은 북해도 농민이 사용하는 신형 장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 무한정보신문

또 조합원을 대상으로 파종과 수확 시기에 장비대를 지원하고 있다. 콩을 수확하려면 콤바인이 필요한데, 친환경사업단이 보유한 콤바인 4대로 신청 농가들에 작업비 5만원을 받고 농작업을 대행하고 있다. 시중가 8만원보다 3만원 저렴한 비용이다. 

신 상무는 “65세 이상 고령농을 대상으로 지원하고 있는데, 저희 조합 콩 재배 농가들이 거의 다 해당된다고 보면된다”며 “사실상 엄청난 혜택을 주는 것이다. 시중가보다 비싼 가격에 수매하고, 장비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다보니 덕산지역 이외 지역에서 조합원 가입자가 유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콩 재배 농가에 한해 이모작을 할 수 있도록 밀 수매도 지원한다. 가을에 밀 수확 뒤 콩을 심으면 된다. 수매 물량은 60여톤이다. 덕산농협에 따르면 조합원들이 생산하는 밀 품질이 전국에서 제일 좋다고 한다. 

이 조합장은 “저희가 1년 내내 조합원을 모집하지만 매년 조합원 실태조사를 해 보면, 빠져나가는 인원들이 있다. 고령화로 영농을 포기하는 분들이나 돌아가시는 분들이다. 신규가입자가 있기 때문에 조합이 유지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지방소멸이란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지역농협이 살아남고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 여건 변화에 적극적인 대응, 역량을 지닌 전문경영인의 책임감 있는 리더십, 시스템의 혁신, 조합원들의 능동적인 참여는 필수다. 덕산농협이 과연 농업의 대내외적 환경변화에 대응하는 지역농협이 가야할 길을 보여 줄지 관심과 기대가 쏠리고 있다.

 

[ 인터뷰 ] 이연원 덕산농협 조합장

친환경 쌀, 콩 등 “경제사업 더 집중”

덕산농협이 친환경 쌀과 콩에 주력하고 있는 배경엔 변화된 국내 쌀 시장 환경이 자리하고 있다. 이연원 조합장은 쌀 소비감소를 핵심 원인으로 꼽는다. 

이 조합장은 백미 위주의 도정이 쌀 소비감소를 부추긴 원인의 하나로 지목한다. “지금 우리가 먹는 백미는 사실상 설탕 전 단계로 보면 된다. 100년 전 우리나라 사람들이 먹었던 쌀과 전혀 다르다. 지금과 같은 도정기술이 없던 조선시대 사람들은 당연히 현미를 먹었다”며 “이처럼 우리 인체는 현미를 먹을 준비를 하고 있는데 백미 위주의 쌀이 제공되다보니 점점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하면서 쌀 소비감소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일본은 쌀 영양분의 66%가 쌀 눈에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현미먹기 운동을 했다. 우리도 대대적인 현미먹기 운동을 벌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덕산농협이 고가의 도정기계를 갖추고 ‘영양눈쌀’을 생산하는 이유다.

그는 또 “우리나라는 일본처럼 쌀이 갖고 있는 가치를 최대한 홍보해서 국민들이 먹도록 하든지 아니면 생산 면적을 줄이든지 해야하는데, 쌀 생산량 감소보다 소비감소가 큰 상황이다. 대체작물로 전환해 재배면적을 줄여야 한다”며 “콩을 현실적으로 벼를 대체할 수 있는 작물”로 내세웠다.

다만 “쌀 농사만큼 쉬운게 없다. 기계화 돼 있는데다 판로 걱정을 하지 않아도 돼 대체작물로의 전환이 말처럼 쉽지 않다”며 “벼농사는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의 차이가 10% 정도라면 콩은 그 차이가 몇 배다”며 “그 차이를 줄여야 하는 게 관건이다”라고 말했다.

이 조합장은 현재 일본 북해도 농민들이 사용하는 밭 작업용 신형 농기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 장비는 고랑과 두둑을 한번에 10개씩 만들 수 있기 때문에 효율이 높아 그만큼 농민들의 농작업 수고를 덜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덕산농협은 그동안 다른 지역농협들과 마찬가지로 주로 신용사업에 집중했다. 하지만 부침이 심한 부동산 가격이 농협에 안정적인 금융사업에 있어 주요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데다 부동산 가격의 하락과 내포신도시 조성으로 금융자원이 그 지역으로 쏠리면서 금융사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 조합장은 “일본이 버블경제가 붕괴될 때 부동산 가격이 평균 1/6로 떨어졌다. 우리나라도 그쪽으로 가고 있다. 신용사업은 거의 한계에 와 있다”며 “경제사업에 더 집중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예산뉴스 무한정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