周易(주역)에 原始反終(원시반종)이란 말이 있다. 무슨 일이든 처음 시작할 때 그 일의 끝을 헤아려야 한다는 뜻이다.

사람이 어떤 약속을 하거나 행동할 때, 말부터 뱉어내거나 몸으로 일을 저질러 놓곤 그 말과 행실을 추스리지못해 허둥대는 사람이 많다. 뒷수를 예상하지 않은 경솔함 즉, 反終(반종)하지 못한 결과다. 바둑이나 장기 3급쯤이면 수 십수 헤아린 다음 착수한다. 그리고 종료 후엔 복기한다. 포석, 중반전, 끝내기의 어떤 부분에서 잘못되었는지를 점검하자는 것이다. 이미 저질러진 게임이야 되돌릴 수 없지만 향후의 비슷한 상황에서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100세를 넘겨 사는 김형석이란 할아방, 이 분이 지은 <백년을 살아보니>란 책에서 인생의 황금기는 60~75세까지라 했다. 여기서 말한 황금기란 무슨 뜻이고 하필 이 나이를 왜 가리켰을까? 식견있는 무한정보 독자라면 벌써 눈치채리라. 정년을 맞았으면 食色之樂(식색지락-먹고 마시며 이성과 노니는 즐거움)을 탐하지 말고 자기 삶을 복기해보란 의미다.

周易(주역) 공부는 그림감상을 의미하는데 그림 중에 ䷧라는 게 있다. 雷水解(뇌수해)라고 읽는데 보다시피 여섯 개의 작대기로 이루어졌고 이를 卦(괘)라고 부른다. 모두 64卦(괘)가 있다. 이 卦(괘)를 BC 4000년경 伏羲(복희)란 분이 그렸다 한다. 밑에서 세 번째 ⚋ 라는 작대기에 負且乘致寇至貞吝(부차승치구지정린)이라는 글이 쓰여져 있다. 이 글을 爻辭(효사)라고 하는데 BC 1100년경 周公(주공)이란 사람이 썼다. 

그 후 BC 500년경 孔子(공자)가 周公(주공)의 글인 負且乘致寇至貞吝(부차승치구지정린)에 대해 해설서를 썼는데 作易者其知盜乎 易曰負且乘致寇至 負也者小人之事也 乘也者君子之器也 小人而乘君子之器 盜思奪之矣 上慢下暴 盜思伐之矣 慢藏誨盜 冶容誨淫 易曰 負且乘致寇至 盜之招也(작역자기지도호 역왈부차승치구지 부야자소인지사야 승야자군자지기야 소인이승군자지기 도사탈지의 상만하포 도사벌지의 만장회도 야용회음 역왈 부차승치구지 도지초야)라고 했다. 

어떤 사람은 한자가 쓰여졌기에 골치 아프구나! 요즘 같은 글로벌 시대에 무엇하러 한문공부 하겠는가! 라고 넘기겠지만 식견있는 사람은 驚天動地(경천동지)할 내용임을 알고 맹감떡보다 단맛 있음을 안다. 伏羲(복희)가 살았던 때엔 글자가 없었다. 그래서 문자로 자신의 생각을 남기지 못했고 그림으로만 후대에 전했다. 

그러다 문자가 생겨났던 시절, 周公(주공)이란 사람이 伏羲(복희)가 남겼던 그림에 해설서를 지어 남긴 것이었는데 周公(주공)의 글 또한 쉽지 않자 孔子(공자)가 다시 참고서를 지은 것이었다. 孔子(공자)이후 2500년이 지난 우리들은 孔子(공자)의 글 읽기 또한 어렵다. 공자의 참고서를 필자가 여기서 다 설명하자매, 지면의 한계로 중략하고 慢藏誨盜 冶容誨淫(만장회도 야용회음)이란 여덟글자만 간략한다. 

慢藏誨盜(만장회도)는, 소중한 물건을 간수하지 못해 도둑이 훔쳐갔다면 간수하지 못한 사람의 잘못이 큰가? 아니면 도둑에게 모든 죄책을 물어야 하는가? 冶容誨淫(야용회음)은, 야하고 천박스레 화장한 여자가 시정잡배에게 농락당한 결과는 여자의 부추김 때문인가? 아니면 잡배만의 잘못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 것이다. 이 질문에 여러분은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周易(주역)과 같은 古典(고전)을 읽을 때 字字句句(자자구구) 그대로 읽는 걸 知義(지의)라 하고, 이른 바 행간의 글을 이해하는 걸 일러 解意(해의)라 한다. 그렇다면 慢藏誨盜(만장회도)를 우리는 어떻게 解意(해의) 해야 할까? 아버지가 아버지 노릇을 못할 때 자식과 가문은 망가지는 것이고, 국민이 나랏님 잘못 뽑았을 때 나라는 분열되고 내창고 거덜난다는 걸 의미한다.

처음으로 돌아가, 지성인이라면 60줄되어 은퇴할 무렵 지나온 삶 전체를 복기해야 옳다. 周易(주역)은 거울이다. 사람이나 사회의 삶과 운명, 그리고 우주자연의 노정을 그대로 비춰주기 때문이다.

※ 인연있는 벗들 모여 예산에서 周易(주역)을 공부하면 좋겠습니다. 16drop@hanmail.net으로 연락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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