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농산물유통센터 사과세척기가 선별기에 올릴 사과를 세척하고 있다. ⓒ 무한정보신문
예산농산물유통센터 사과세척기가 선별기에 올릴 사과를 세척하고 있다. ⓒ 무한정보신문

최근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사과 수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국내 언론을 통해 전해지면서 사과의 고장인 예산지역 농가들에도 파문이 일고 있다.

한 사과농가는 “가장 걱정했던 것이 윤석열 정부 들어서면서 물가를 잡겠다는 명분으로 농산물 시장을 개방하는지 여부였는데, 그게 현실화 되는 것 같다”며 “거론되는 사과 수입국 중에 가장 문제가 되는 나라가 미국이다. 미국은 우리나라와 같은 위도에 사과 주산지가 있기 때문에, 만일 우리나라의 사과 수확시기에 미국산 사과가 들어온다면 국내 농가들은 생산을 포기해야하는 상황에 몰릴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또 “농업경쟁력을 높이자는 이야기도 있지만, 미국산 사과와 경쟁상대가 될 수 없다. 특히 엔비사과의 경우 예산군 140여 농가가 140㏊에서 재배하는데, 내가 알기로 미국 워싱턴 인근 1개 농가가 100㏊에서 엔비사과를 재배하고 있다. 경쟁력 측면에서 비교자체가 될 수 없는 상황이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일단 수입자체를 막아야 한다. 외국산 사과가 들어올 경우 국내 생산기반이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경쟁력은 1~2년 만에 갖춰지는 것이 아니다. 받아들이면서 경쟁력을 갖추자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강조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관계자는 17일 <무한정보>와 가진 전화 통화에서 사과 수입에 앞서 진행하는 ‘외국산 수입위험분석절차’(IRA)에 대해 “사과 가격 상승 등 다른 요인은 고려하지 않고, 통상적으로 진행하는 절차다”라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11개 국가가 우리나라에 사과를 수입해 줄 것을 요청했다. 전문가들이 과학적 증거에 기반해서 현재 수입위험분석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사과 수입 자체를 부인하지 않았다. 농정 당국이 말하는 11개국엔 미국, 뉴질랜드, 일본, 독일 등이 포함돼 있다.

미국은 이미 1993년부터 이 절차를 신청해 2단계를 통과했고, 현재 3단계 진행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무역장벽 보고서(NTE) 등을 통해 여러차례 사과 등에 대한 IRA를 통과 시켜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일본이 5단계로 절차상 가장 많이 진행됐고 △뉴질랜드 3단계 △독일 2단계 △중국·이탈리아·포르투갈 1단계로 아직까진 수입위험분석 절차를 통과한 나라는 없다. 

현행법에 따르면 외국산 농산물을 수입하기 위해선 IRA를 통과해야 한다. 외래병해충의 국내로 유입 등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다른 국가에서도 일반적으로 적용하는 절차다. 총 8단계 절차로 △접수 △착수통보 △예비위험평가 △개별병해충위험평가 △위험관리방안 평가 △검역 요건 초안 작성 △입안 예고 △고시 등을 거쳐야 한다.

사과는 저장성이 좋아 장기간 보관이 가능해 만일 수입 사과가 싼값에 들어온다면 시장을 잠식하는 것은 순식간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 때문에 지난해 기준 2만4687㏊로 과일 재배 면적 가운데 가장 넓고 지역적으로도 남부지방에서 강원도까지 넓게 분포돼 있는 사과농가가 입게 될 타격으로 국내 과수농가 전체에 끼치는 영향이 만만치 않을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전국사과생산자협회는 최근 성명을 통해 “우리나라 대표 과일인 사과가 수입된다면 단감과 배 또한 수입이 진행될 것이며, 이들 품목농가의 폐원과 작목 전환은 전체 과수 품목이 무너지는 도미노 현상을 불러올 것”이라면서 “물가를 잡고 농산물 가격을 안정화하기 위해 외국산으로 대체한다면 한국 농업 생산기반을 무너뜨리는 정책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향후 세계적인 기후위기와 극심한 자연재해시 지금보다 더 비싼 가격으로 사과를 수입해서 먹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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