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예산군 농민들을 경악하게 하는 일이 벌어졌다.

사과 주산지인 예산군 공식행사 자리에 예산 사과음료 대신 외국산 사과주스가 예산군 농민들 앞에 놓여 있었던 것.

예산군이 주최하고 예산문화원이 주관한 ‘2024년 신년하례회’가 4일 오전 11시 더센트럴웨딩홀에서 열렸다. 식전공연, 국민의례, 신년인사, 축하떡 절단, 만세삼창, 새해 덕담나눔 등으로 진행된 이날 신년하례회 현장에는 군수를 비롯한 군청 부서장, 군내 주요기관·단체장, 언론인, 기업 등 약 400여명이 함께 했다. 참석자들 가운데는 농민들도 있었다.

식순에 따라 국민의례가 시작될 즈음 예산군농어업회의소 관계자들이 있던 탁자 주위부터 술렁이기 시작했다. 예산문화원이 준비한 행사 음료인 사과주스가 외국산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탁자 위 음료수가 외국산 음료수라는 사실을 처음 인지한 사람은 윤동권 예산군농어업회의소 회장이다. 윤 회장은 마침 애국가를 제창하고 있던 상황이라 조용히 주관 단체인 예산문화원 관계자에게 사과주산지인 예산군의 공식 행사인 신년하례회 자리에 미국산 사과주스를 탁자 위에 올릴 수 있는지에 대해 따져 물은 뒤, “당장 미국산 사과주스는 치우고, 교체할 음료가 없다면 생수로 바꿔 줄 것”을 요구했지만, 예산문화원측이 이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자 현장에 있던 윤 회장을 포함한 예산군농어업회의소 이래복·황선덕 부회장, 김택영·김기천 감사 등 5명은 항의 차원에서 애국가가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신년하례회 현장을 빠져 나왔다.

황 부회장은 “행사장 음료로 사용할 수 있는 예산 사과음료가 있다. 사과의 고장이라며 사과를 상징물로 내세우는 예산군이 설마 군 공식행사장에 예산 사과로 만든 음료수 대신 미국산 사과주스를 내놓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라며 “행정이 평소 말로는 농업과 농촌을 강조하지만, 실상은 농업과 농촌에 대한 그들의 인식과 태도가 어떤지를 알게 된 순간이었다”라고 개탄했다.

이에 예산문화원 관계자는 “작년까지 신암막걸리를 준비했는데, 이번엔 행사를 목전에 두고 술 대신 사과음료로 바꿔보자는 제안에 따라 급하게 인터넷으로 주문했다. 행사 직전 설정을 위해 음료 박스를 개봉해보니 공교롭게 미국산 사과주스였다”며 “농어업회의소 측의 지적이 있기 전에 문제가 될 수 있겠다는 염려를 했다”고 설명했다.

문제의 사과주스를 치워달라는 농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행사는 이미 시작됐고 건배사 등이 이어지는 순간이라 다른 음료로 바꿀 상황이 안돼, 그대로 강행할 수 밖에 없었다”며 “대신 농민들에게 수차례 정중히 사과했다”고 해명했다.

윤 회장은 “본인에게 사과할 일이 아니라 지역 군민들을 무시한 것이니 군민들에게 사과해야 한다”며 지역신문에 사과문을 실을 것을 요구했다. 예산문화원 관계자는 “조만간 입장을 정리해 밝히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담당 부서인 군 문화관광과 관계자는 “작년엔 술로 건배제의를 했지만, 올해는 사과주스로 하면 좋겠다는 제안을 했고, 당연히 예산사과 주스가 준비될 것으로 알았다”며 “탁자 위 음료수가 미국산 사과주스라는 사실은 행사장에 가서야 알 수 있었다.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더 세심히 챙기겠다”고 말했다.

예산군농민회는 당일 즉각 성명서를 발표하고 군과 문화원의 행태를 규탄했다. 농민회는 성명서에서 “사과음료를 가공하는 예산농가들에게 요청하거나 마트에 가서 산다면 바로 구할 수 있는 수량임에도 외국산 사과음료를 올려놓았다는 것은 군내 농가들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다고 보여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예산군은 상징 캐릭터 가 사과일 정도로 주산지다. 신년하례회 주최측이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는데, 그럼에도 외국산 사과 음료를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는 사실은 예산 농민들에 대한 무시라고밖에 느껴지지 않는다”며 “예산군청은 예산 농민들 앞에 사과하고 재발방지 약속과 대책을 마련해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돼서는 안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