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과 2학년 1반(8명) 학생들이 외식서비스실에서 커피 드립백 제조 실습을 하고 있는 가운데 손에 브이자를 하며 새해 인사를 하고 있다. ⓒ 무한정보신문
전공과 2학년 1반(8명) 학생들이 외식서비스실에서 커피 드립백 제조 실습을 하고 있는 가운데 손에 브이자를 하며 새해 인사를 하고 있다. ⓒ 무한정보신문

우리 지역의 다양한 축제 현장에서 익숙한 솜씨로 만든 커피, 차, 음료로 봉사하는 예산꿈빛학교 학생들의 모습을 보는 것이 어느새 친숙해졌고, 지금은 어쩌다 안 보이면 근황이 궁금할 정도가 됐다.

예산꿈빛학교는 지적장애를 비롯한 시각·청각·지체장애와 중복장애를 가진 학생을 대상으로 특수교육을 운영하는 학교다. 설립 과정에서 인근 주민들이 기피시설로 보고 펼침막을 설치할 정도로 반대했던 분위기는 지금은 찾아볼 수 없다. 교사, 학부모, 학생 등 꿈빛학교 교육공동체가 지역주민들과의 끊임없는 소통·교류를 위한 노력이 통했다. 

지난 2022년 3월 2일 충남도 내 군 단위 첫 특수학교로 문을 연 예산꿈빛학교는 봉산면 옛 덕산중고등학교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4층의 건축 연면적 1만2911㎡ 규모로 설립했다. 이로써 아산성심학교나 보령정심학교까지 원거리 통학을 감수해야 했던 예산지역 학생들의 불편을 해소할 수 있게 됐다.

꿈빛학교는 도내 특수학교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 각종 전문시설과 장비를 갖춘 직업교육실을 비롯해 장애특성을 고려한 △시청각장애 지원실 △언어치료실 △감각통합훈련실 △심리안정실 등 다양한 시설들을 갖췄다. 

또 충남 특수학교 최초 인공지능(AI) 융합교육 운영을 위한 △AI체험실 △실감형 콘텐츠 체험교실 △e-스포츠실 △일상생활 체험실 등 다양한 체험 교실도 구비돼 있으며, △초·중학교 중도중복장애교육과정 △고등학교 직업교육중점교육과정 △자유학년제 등 장애 특성과 사회 전환 중점 교육과정도 운영하고 있다.

미래꿈터실의 널찍한 미닫이 문을 열고 정보부장 교사가 “오케이 구글! 전등 켜”라는 말 한마디에, 어두웠던 교실 공간 곳곳에 전등이 켜지면서 금새 환한 불빛을 가득 채운다.

학교가 자랑하는 시설 가운데 한 곳인 이곳에서 학생들은 사물인터넷 등 AI체험 외에도 키오스크를 통한 주민등록 등의 행정서류 발급, 은행 현금자동인출기(ATM) 사용법 등을 연습할 수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공간은 ‘일상생활 체험실’이다. 안방, 거실, 주방, 욕실 등 아파트 한 채를 그대로 옮겨 놓은 것처럼 조성했다. 학생들은 이곳에서 침구정리, 세면, 양치질에서부터 냉장고 사용, 다양한 전열기·주방도구 사용 등 가정 내 일상생활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상황에 맞춰 연습을 한다.

이곳을 방문하자 마침 학생 몇명이 얼굴 마사지 팩을 하고 누운 채, 교사들이 곁에서 돕고 있었다. 이런 것들도 학생들이 사회로의 원만한 적응을 돕기 위한 교육이다. 

개교 당시 21학급 85명으로 시작한 학교는 현재 27학급 118명(영아 4명, 유아 8명, 초 30명, 중 24명, 고 17명, 전공과 32명, 순회학급 3명)이 재학 중이다. 오는 2월 제2회 졸업식, 3월 제3회 입학식이 예정된 가운데, 고등학교 졸업생은 모두 전공과로 진학했고, 올해 전공과 졸업생 16명 가운데 9명의 취업이 확정된 상태다. 
 

전공과 학생 3명이 교사의 지도를 받으며 블렌딩 티에 넣을 과일칩을 직접 포장하고 있다. ⓒ 무한정보신문
전공과 학생 3명이 교사의 지도를 받으며 블렌딩 티에 넣을 과일칩을 직접 포장하고 있다. ⓒ 무한정보신문

학교 설립은 당시 충남도교육청 특수교육 담당 김성희 장학사가 아산성심학교 교감으로 옮겨 개교준비팀을 꾸려 추진했고, 제1대 교장에 취임했다.

김 교장은 “군지역 특수학교는 예산꿈빛학교가 유일하다. 예산지역만으로는 학생 확보가 어려워 홍성지역 학생들도 받는 것으로 준비했다. 또 모든 것이 가능한 종합학교여야 했다. 장애 학생 한명 한명에 맞춤 교육을 할 수 있도록 가능한 좋은 시설과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학교는 지역사회에 녹아들고
주민들은 장애인 편견 걷어내

학교는 개교 첫해 썰렁했던 빈 공간에서 출발해 하나씩 시설을 갖췄다. 원칙은 장애로 인한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한 무장애시설이다. 동시에 지역주민들에게 특수학교에 대한 거부감을 완화하기 위한 노력도 함께했다. 교내 카페, 체육시설, 전공과 실습실 등을 지역주민들에게 개방했다. 

직업훈련교육과정에 해당하는 전공과에서 바리스타 과정을 이수하고 자격증을 취득한 학생들의 진로를 위해, 2023년 4월 ‘학교기업 예산꿈빛학교’를 설립했다.
 

배해연(21, 고2) 학생이 교내 카페인 ‘꿈빛카페’에서 주문한 커피를 대신 건네주자 같은 반 친구들이 좋아하고 있다. ⓒ 무한정보신문
배해연(21, 고2) 학생이 교내 카페인 ‘꿈빛카페’에서 주문한 커피를 대신 건네주자 같은 반 친구들이 좋아하고 있다. ⓒ 무한정보신문
오는 3월 졸업을 앞둔 전공과 2학년 최주은(23) 씨. 2022년 전공과 1학년 때 인턴과정을 거쳐  ‘꿈빛카페’ 1호점에 채용됐다. ⓒ 무한정보신문
오는 3월 졸업을 앞둔 전공과 2학년 최주은(23) 씨. 2022년 전공과 1학년 때 인턴과정을 거쳐 ‘꿈빛카페’ 1호점에 채용됐다. ⓒ 무한정보신문

학교기업을 설립한 취지는 첫째 직업진로에 현장실습기회를 제공하고, 둘째 착한 소비를 유발하면서 학교를 알리는 것이다. 교내 ‘꿈빛카페’ 1호점을 시작으로 충남도교육청진로융합교육원에 2호점을 운영 중이다. 

학교기업은 커피 로스팅, 커피 드립백, 예산 사과를 활용한 블렌딩티백, 연수세트(빵·음료 세트), 나무 도마 등을 학생들이 직접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

홍은주 교감은 “학생들이 만든 제품은 예산농협, 예산축협, 삽교 하나로마트, 홍성축협, 예산군청 예스엔젤카페, 충남도교육청 등 오프라인 매장과 인터넷쇼핑몰, 학교장터 S2B, 네이버 페이, 카카오페이 등 온라인 매장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며 “학교기업을 통해 8개월만에 1억2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여기서 발생한 수익은 전액 학교교육활동비로 사용한다”고 흐뭇해 했다.

세탁실습실 ‘꿈빛크린’에서 전공과 2학년 2반 학생들이 대인서비스 교과 수업을 받고 있다. ⓒ 무한정보신문
세탁실습실 ‘꿈빛크린’에서 전공과 2학년 2반 학생들이 대인서비스 교과 수업을 받고 있다. ⓒ 무한정보신문

‘꿈빛크린’ 역시 지난해 시작한 프로그램이다. 기업 형태는 아니고 교내 직원, 교육청 직원 등을 대상으로 운동화를 세탁하며 대인 소통·교류 등의 능력을 키우기 위한 교육과정의 일환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학교 홍보도 하고, 여기서 얻는 수익금은 전액 장학금으로 활용하는 등 일석삼조의 효과를 얻고 있다.

학생들의 지역 주민들을 위한 봉사도 중요한 프로그램중 하나다. 면민 체육대회, 쪽파축제, 해봄센터 커피축제를 통해 자연스럽게 학교를 알렸다. 마을청소, 이불세탁 봉사, 마을산책, 편의점·도서관 이용 등을 통해 주민들과 자연스러운 만남의 기회를 만들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지역사회에 서서히 녹아들었고, 장애 학생들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편견을 서서히 걷어낼 수 있었다.

김 교장은 “학교를 졸업하고 일반인들과 어울려 살아가야 할 학생들이 사회로의 성공적인 전환을 돕기 위해 주민들과 어울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중요하다. 이를 통해 지역주민들이 장애 학생들에 대한 선입견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며 “개교 첫해엔 첫인상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카페를 만들어 시음 방식으로 주민들이 무료로 맛볼 수 있도록 했다. 학교를 개방했고, 학교행사에 주민들을 적극 초대하는 등 다양한 노력의 결과, 주민들이 학생들이 얼마나 선한지 알리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지역 주민들이 학교를 가리켜 ‘특수학교’가 아닌 ‘우리동네 학교’로 여기고 있다”며 변화된 지역사회의 분위기를 전한다.

그동안 학교가 뿌린 꿈의 씨앗들이 하나씩 꽃망울이 돼 사람들을 미소짓게 하고 있다. 설립 당시 지역주민들이 가졌던 막연한 우려가 기우였음을 확인해 준 시간이었다. 개교 3년째인 올해 비상하는 청룡의 모습처럼, 학생들이 꿈을 향해 어떤 날개짓을 펼지 기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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