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예산마을영화제’가 오는 17일 오후 5시 개막식을 시작으로 19일까지 3일 동안 예산시네마에서 펼쳐진다.

영화제는 예산 주민이 직접 자신이 뿌리내리며 살고 있는 예산의 마을을 기록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에 공감하는 주민들이 모여, 지난 5월 ‘예산군마을영화제작단’을 꾸리면서 첫 단추를 끼웠다. 때마침 ‘예산군농촌신활력플러스사업추진단’ 자율공모사업에 선정되면서 마침내 ‘예산마을영화제’가 탄생될 수 있었다.

마을영화제작단은 정기정 대표를 필두로 구성현 교사가 영화제추진위원장을, 한택호 전 예산참여자치연대 대표가 영화제선정위원장을 맡았고, 홍보분야에 정현진씨, 운영관리에 김영진씨가 함께했다.

영화선정위원회는 한 위원장을 중심으로 심규용 성공회 신부, 이명재 활동가, 현영애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이 선정위원에 합류했다.

이들이 선정한 상영작은 총 13편이다. 이 가운데 △건강한 농촌 △농사의 뿌리 △꽃내꿈터 아이들 △사과꽃 4편은 예산주민들이 직접 메가폰을 들고 제작했다. 나머지는 선정위가 주제와 작품성 등을 기준으로 △가을이 오면 △오키나와, 이시가키섬 활동보고 △코랄러브 △봄바람 프로젝트=여기, 우리가 있다 △알카라스의 여름 △비건식탁 △양지뜸 △느티나무 아래 △이상한 나라의 놀이대장 9개 작품을 선정했다.

마을영화제작단은 영화의 형식을 빌어 현재의 예산지역 농촌 마을의 모습을 기록하는 일에 주안점을 뒀다. 이렇게 제작된 영화를 매개로 주민들에게 영화 속 마을의 생생한 삶의 현장을 전하자는 것이 마을영화제작단이 의도한 목표 중 하나다. 

같은 군에 속해 있으면서도 지근거리에 위치한 마을에 대해 잘 모르는 주민들에게 영화 속 마을 사람들이 무엇을 고민하며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취지도 포함돼 있다.

제작단은 가장 먼저 영화의 배경 장소로 우리 지역 촬영지 4곳을 선택했다. 현영애 감독은 응봉·신양면 2곳을, 구성현 교사는 대술초등학교를, 정기정씨는 대안학교 사과꽃발도르프를 맡았다. 

현영애 감독은 이미 지난해 열린 ‘시산리 마을영화제’ 집행위원장 경험을 살려, 마을에 더 천착한 내용의 영화를 만들었다. <농사의 뿌리>는 응봉면에서 태어나 평생 농사짓는 사람들의 시선을 따라간다. 무엇보다 이 마을에 산업단지가 들어서는 것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농민들의 마음이 어떤지 영화를 통해 엿볼 수 있다. 그는 “마을 주민들이 이런 상황에서 ‘안돼’라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어떤 해결책을 제시할 수 없는 답답함을 표현했다”고 소개했다.

<건강한 농촌>은 신양면에서 친환경 농사를 짓는 주민들의 이야기다. 논 한가운데 대형 송전탑이 있는 걸 보고 놀랬다는 현 감독은 “꿈을 갖고 건강한 농사를 위한 길을 찾으며, 적정기술이 적용된 농기계를 만들기 위해 대장간을 만든 주민들의 모습을 그렸다”고 설명했다.

영화는 사업 선정 뒤 기획과 준비과정을 거쳐 6월부터 촬영에 들어갔지만, 긴 장마로 인해 본격적인 촬영은 8월 이후에 진행돼 실제 촬영기간은 3개월 정도다.

구성현 교사와 정기정 대표의 경우 촬영장비를 다루는데 어려움은 없었지만, 실제 촬영은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진행했다. 또 촬영 시기가 늦다보니 두 명 모두 처음 의도했던 내용을 담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현 감독은 마을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없어 시작하는데 다소 어려움은 있었지만, 촬영기간 여러 차례 마을을 오가면서 마을에 대한 윤곽을 그릴 수 있었다고 한다.

개막작 <꽃내꿈터 아이들>은 대술초등학교 6학년 8명 아이들의 성장스토리다. 구 교사는 “학교가 농촌에 위치한 작은 학교이기 때문에 가족처럼 지낼 것 같지만, 아이들 마다 개성이 다르고, 각자 남모르는 상처도 있다. 학교가 작다 보니 이런 면들이 더 도드라지게 보인다”며 “영화를 통해 그들이 사춘기를 겪으며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사과꽃>은 보수성이 강한 예산군에서 독일에서 유래한 대안학교 ‘사과꽃발도로프’가 어떻게 운영될 수 있는지, 또 존재한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도대체 어떤 학교인지 잘 모르는 예산 주민들의 궁금함을 풀어줄 수 있는 영화다. 

또 다른 개막작 <가을이 오면>은 경남 창원시의 10대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단편영화다. 사계절을 의인화한 학생 보미(봄)·여름·가을·겨울 가운데, 어느 날 가을이 갑자기 실종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친구들은 가을이 사라진 이유가 기후위기 때문임을 깨닫고 환경 보호활동을 한다. 

폐막작 <이상한 나라의 놀이대장>은 놀이를 통해 오뚜기처럼 일어나는 법을 익힐 수 있다며 ‘아이들은 놀아야 한다’는 주제를 담고 있다.

다른 작품들을 살펴보면 <오키나와 이시가키섬 활동 보고>는 오키나와 열도를 군사기지화하는 계획을 알게 된 사람들이 자위대 미사일 기지 개장을 앞둔 이시가키 섬을 찾아 기지 건설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다큐멘터리다. <코랄러브>는 세계 최대 연산호 군락지인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마을 앞바다의 ‘산호정원’이 배경이다. 2012년 해군기지 준설로 인한 조류의 변화와 기후변화로 인해 연산호가 파괴되고 있는 현장을 기록했다.

<여기, 우리가 있다>는 전국 곳곳의 투쟁 현장을 순례하는 ‘봄바람 순례단’의 40일 동안의 순례기다. <알카라스의 여름>은 ‘알카라스’에서 복숭아 농사를 짓는 가족 이야기를 중심으로 쇠퇴하고 있는 농업에 대한 이야기다.

<양지뜸>은 경북 성주 사드 기지의 최인접 마을인 소성리를 배경으로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내용을 담았다. <비건 식탁>은 우연히 채식을 시작한 주인공이 비건을 추구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느티나무 아래>는 충북 괴산군 ‘우리씨앗 농장’에 있던 느티나무를 모티브로 씨앗을 지키고 생명을 보살피는 것의 가치를 전한다.

현 감독은 “농촌 마을은 가끔 텔레비전 예능프로그램에 나오는 휴식처나 낭만과 순박한 인심만 있지 않고, 많은 얼굴을 갖고 있다. 그래서 계속 영화가 만들어 질 것이고 영화제도 계속 되길 바란다”며 “세계 마을과 마을이 만나고 사람이 만나 소통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예산마을영화제’를 주저함 없이 초대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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