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우리에게 자연 앞에 작은 존재인 인간과 대비되는 초인의 모습으로 나타나거나 흔히 숱한 돌부리에 넘어지며 이따위 인생이라니, 투덜거릴 때 거센 파도의 모습으로 와서 ‘어이쿠’ 갈길 잃은 젖은 영혼을 후려친다. 

소란스럽게 흐르는 우리 삶을 바다의 언어로 풀어낸 로랑스 드빌레르는 난파된 배에 서 있는 듯 두려운 우리에게 흔들리지 않는 삶의 지표를 말해주려고 애쓴다. 밧줄에 몸을 묶고 파도에 맞서지 않으면서 그 시간을 버텨내고 육지에 다다를 때까지는 포기하지 말라고도 말한다.

새로운 로빈슨이 있다면 아마도 환경운동가가 되거나 미니멀리스트가 되어 세상의 종말을 예언하는 사람이 될 것이라고 말할 때 ‘풀석’ 웃음이 나기도 한다.

무인도에서조차 진정한 자신과 함께한다면 그곳은 진짜 무인도가 아니라며 침묵의 위대함을 얘기해주기도 하고 무언가를 끝없이 증명해야 하는 세상에서 분주함으로 쫓기지 말고 고독을 즐기라고도 말해준다.

늘 옳은 건 없다고 믿으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를 권하기도 한다.

용기를 내서 새로운 길을 가며 용기는 밥 먹을 때만 쓰는 거라고 생각하지 말고 인생이라는 긴 항해에서 무한한 상상력을 마음껏 활용하며 답답한 상황에서 벗어나보라고도 작가는 말해준다.

인간은 아름다운 것을 흉한 것으로 바꾸는 탁월한 능력을 지녔다는 통찰에 드디어 ‘그렇지’라고 말해지는 순간도 물론 있었다. 

늘 답도 없어 보이는 팍팍한 난제들에 발목 잡혀서 분노만 장전했지, 한 발도 나서지 않는 모양새로, 그렇다고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앞에서 고개 숙인 철학자가 의지할 수 있는 건 ‘바다’ 뿐이라는 책을 덮으며, 지중해의 푸른 빛을 떠올리고 의미있는 삶을 사는 해법을 찾았다고 말해지진 않아서 좀 슬펐다.

후쿠시마 오염수가 우릴 덮치는데도 정치적 해법과 갈라치기만 하고 있는 이 시점에, 기후 위기로 인한 수온 상승으로 양식장의 광어가 둥둥 떠오르는 이 무시무시한 현실 앞에 할 수 있는 일들과 해내야 할 일들 사이에서, 철학적 사유와 따뜻한 마음만으론 해결되지 않는 바다에 대한 숙제 탓인지, 모두들 매혹적이고 아름다운 바다에 대해 말하고 새롭게 펼쳐질 인생에 대해 감탄하는 내내 가슴이 뛰지 않아 당황하고, 문제와 답만을 기대하며 책을 읽고 있다가 ‘그럼 참고서를 읽던지’ 혼잣말도 했음을 고백한다.

MBTI에 감성적인 F라고 당연히 생각했었는데 ‘나, T인가?’ 했었다는 사족을 붙이며,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 어려운 작업이고 그렇게 다져진 마음으로 또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용기를 챙겼으니, 톤 좋은 스님의 염불이 끝나듯 주섬주섬 일상의 바다에 서서 또 나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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