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로 유명해지기 전(왼쪽)과 후(오른쪽)의 방비엥 모습. 동일 장소다.
여행지로 유명해지기 전(왼쪽)과 후(오른쪽)의 방비엥 모습. 동일 장소다.

그런데 인간에 의한 ‘파괴’는 전쟁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전쟁은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최악의 결정일 뿐이다. 인간에 의한 ‘파괴’는 다양한 장소에서 나타난다. 명분이 있다면, 논리적인 과정으로 자신의 행위를 정의롭다(?) 생각하고 파괴를 시작한다. 이 쯤에서 나는 여행을 준비하는 부모들에게 여행에 관해서 고민할 수 있는 이슈를 제시해 본다. 


라오스 방비엥 

라오스가 여행지, 관광지로 유명하지 않았던 시절 라오스 방비엥의 블루 라군이 기억난다. 고요한 나라 라오스 답게 방비엥은 루앙프라방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잠시 쉼을 할 수 있는 신례원 정도 크기의 작은 도시였다. 

몇 해 전 지상파 방송사의 여행 프로그램으로 소개된 후 불과 2년이 안되어 방비엥은 ‘코리안 타운’이 되었으며, 각종 밤문화(?)가 등장했다. 자연스럽게 방비엥의 사람들은 한국어가 가능한 수준이 되었다. 이것은 라오스 여행 자원의 ‘파괴’ 아닐까? 

다행스러운 일인지 모르겠지만, 코로나19로 인한 펜데믹은 인간의 ‘파괴’로 부터 방비엥의 여행 자원을 구출했다. 그러나 지금도 방비엥은 라오스 여행자들 사이에서 ‘코리안타운 온 라오스’라 불리고 있다. 그리고 안타까운 얼굴을 한다. “휴~”와 함께. 


베트남 다낭 

동남아시아 여행가들은 베트남 다낭이 라오스 방비엥의 동일한 수순을 밟고 있다고 한다. 당연히 베트남 사람들도 다낭으로 가는 여정을 좋아한다. 바다가 있고, 베트남 중부지역 고유의 문화가 다낭 주변에 살아있기 때문이다. 베트남 여행을 준비하는 가족들과 여행 상의를 하는 과정에 한 번은 나오는 여행 목적지가 ‘다낭’이다. 

아직 라오스 방비엥 정도는 아니지만, 베트남의 여행가들은 다낭의 옛 여행 자원이 조금씩 사리지고 있다는 표현도 한다. 베트남 다낭은 인간에 의한 여행 자원의 ‘파괴’가 진행 중인 건 아닐까?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에 아빠, 엄마가 자녀와 함께 이야기를 하면서 좋은 주제라 생각한다. 여러가지 목적으로 여행을 준비하고 있는 우리 여행자들에게 진지하게 부탁드린다.

“혹시 나의 여행 목적을 위해 ‘파괴’ 라는 행동을 하는 여정은 아닌지 생각해 보세요”

그리고 자녀들과 꼭 함께 ‘파괴’를 주제로 이야기 했으면 한다. 왜냐하면 먼 훗날 아빠와 엄마가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었을 때, 그리움에 찾아갈 수 있는 여행지가 존재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혹시 우리의 지금의 선택이 ‘다수를 위한, 공익을 위한, 지역을 위한’이라는 정의로운(?) 명분과 체계적이며, 효과적이며, 효율적이라는 논리적 과정으로 있는 그대로 지켜봐도 아름다운 여행 자원을 다시는 복구가 어려운 수준으로 ‘파괴 중’인 건 아닐까? 그것도 잘했다고 칭찬하면서…”라는 질문을 이 글을 보는 여행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에게 하면서 2023년 여행 시즌을 맞이한다. 시즌을 시작하기 전 미셀 푸코의 <광기의 역사>를 다시 봐야겠다.

저작권자 © 예산뉴스 무한정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