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군 사과농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당면한 제반 어려움들의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 무한정보신문
예산군 사과농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당면한 제반 어려움들의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 무한정보신문

기후온난화와 농산물 수입개방 등에 대비하기 위해 예산군이 앞장서 도입한 ‘엔비(ENBY)’ 사과의 수명이 다한 것일까?

엔비사과는 군이 지난 2009년 뉴질랜드 엔자사(社)와 협약을 맺고 유럽 사과 묘목 30그루를 도입해 시험재배를 시작하면서 예산 땅에 뿌리를 내린 품종이다. 

도입 당시 과일이 단단해 식감이 좋고 당도(16~18브릭스)가 높아, 시장 경쟁력이 높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과수농가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군은 해외견학을 추진했고, 사과수출단지를 조성했다. 2016년엔 브랜드 사용권 등 전권을 위임받은 한국에이전트 회사인 (주)에스티아시아가 능금농협과 계약을 체결했다. 

27일 예산군농업기술센터 2층 교육실에 모인 군내 과수농가들 사이에서 엔비사과 농사를 포기할지를 고민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날 모임은 예산군사과발전연구회가 예산군의 사과발전을 위한 과수농가들의 허심탄회한 의견을 수렴해 행정이 정책화 할 방안을 도출할 목적으로 마련한 토론회로, 군농정담당자와 과수농가 등 60여명이 함께했다.

예산군농어업회의소와 예산군 주최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 농가들은 기상이변·인력난·가격하락 삼중고에 봉착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과 속사정들을 쏟아냈다. 

고덕에서 엔비사과를 재배하는 농민은 “유통센터에 입고했는데, 선별을 어떻게 했는지 29%가 결점이 발견돼 제 값을 받지 못했다. 저는 그런 결점이 있다는 것을 올해 처음 알았다”며 “유통센터의 선별과정이 투명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토론 패널로 나선 정연순 농어업회의소 사과분과장은 “엔비가 14년전부터 도입되면서 엔비사과협의회라는 단체가 생겼고, 능금조합에서 맡다보니 계속 그쪽 농가만 신경쓰고 있는 상황”이라며 “어느 날부턴가 능금조합이 운영하는 APC가 엔비 선별작업에 들어가면 후지, 홍로 등 다른 품종 농가들의 설자리가 점점 사라지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엔비 도입 당시 뉴질랜드 회사와 맺은 계약서를 보여달라고 했더니 보여주지 않은 것, 선별할 때 생산자들이 참여하지 못하는 것, 판매금액을 두 세번 나눠주는 것 등의 문제들을 제기하면 회사에 찍힐까 아무 말도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현장에 있던 농민들은 “회사가 이야기하는 결점은 돋보기로 봐야 찾을 수 있는 정도다. 선별과정에 생산자 참여가 절실하다”며 “지난해 18㎏ 사과 1상자당 가격이 2만원이면 농사를 그만둬야 한다. 파과를 와인공장에 팔아도 2만원이다. 최소 5만원은 나와야 한다. 가격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동권 농어업회의소 회장도 “선별과정에 전체 농가가 갈 수 없더라도 대표자를 뽑아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사람에게 품값을 주고 하루종일 감시하는 방법도 강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구자운 농업기술센터 과수팀장 역시 “외국회사와 계약한 부분이라 법을 무시할 순 없기 때문에 신품종 대체 방안을 강구하거나, 선별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보탰다.

토론자로 나선 이연길 연구회 부회장은 “농가들이 계약서에 서명한 이상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공정거래위원회, 변호사와 상담을 했다. 이건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사과나무는 한번 심으면 10~20년 가는데, 이제는 1년 짓다가, 수익성이 높은 품종으로 과감히 전환할 필요가 있다”라고 해법을 제시했다.

정 분과장은 “부여의 마늘, 양파 생산자들이 경매장을 만들어 시중보다 2000~3000원을 더 많이 받는다. 사과농가도 연구회 차원에서 지원받아 시설을 빌려 상인과 농가가 직접 경매장을 운영해 유통한다면 5000원씩 더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선 예산 사과농가들이 마음을 합하고 모이는데 우선 집중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런 불만들을 농가들이 쏟아내자 권오영 예산능금농협 조합장은 28일 <무한정보>와의 통화에서 “엔비사과는 20만 상자가 넘게 나오는데다 저장력이 약해 먼저 선별해서 내보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저장력이 강한 후지사과가 선별순서에서 밀린다”며 뾰족한 방법이 없음을 시사했다.

또 “지난해 18㎏ 1상자 평균 가격이 4만5000원이다. 선별기계가 자동으로 돌아가면서 품질을 선별한다”며 “만일 2만원을 받았다면 정말 농사를 못 지었다는 이야기다. 농가 자신부터 농사를 잘 짓고 나서 내 권리를 주장했으면 좋겠다”고 항변했다.

생산자들의 선별과정 참여의 경우 “올해부터 선별과정에 농가들을 입회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신규 APC설치에 대해선 “농림부가 이미 권역별로 1개씩 설치를 지원해 예산군에 설치된 것인데, 여기에 추가 지원할 리 만무하다”며 농협 의견을 밝혔다.

한편, 능금농협 관계자는 이날 토론 현장에서 보이지 않았다. 윤 회장은 “사과분과에서 토론회 계획안을 농협측에 전달했지만 오지 않았다”고 답했다.

불참이유에 대해 권 조합장은 “직간접적으로라도 정식으로 초대받지 않았다. 토론회가 있다는 사실은 전해 들어 알고는 있었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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