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경력 40년이 넘은 ‘사랑과 평화’와 ‘전인권 밴드’를 불러놓고 누가 더 높은 점수를 받나 경쟁을 하게 한다고! 

처음 MBN의 새로운 방송 프로그램 <불꽃밴드>의 뉴스를 접하고 경연이라는 말에 황당해 했었다. 하지만 ‘권인하 밴드’, ‘다섯손가락’, ‘이치현과 벗님들’같이 방송에서 라이브를 볼 수 없는 밴드의 이름이 하나씩 보이면서 ‘오랜만에 텔레비전에서 밴드 라이브를 볼 수 있겠구나’하는 기대감이 생기기 시작했고 이내 방송 날짜를 확인하게 되었다.

시대가 변하고 유행하는 음악도 그에 따라 변한다는 건 만고의 이치다. 하지만 어느 시대에도 단 한가지 장르만 존재한 적은 없다. 오랫동안 내가 활동했던 일본만은 재즈나 록은 언제나 상수처럼 음악씬에 어느 정도 영역을 차지하고, 활동하는 밴드와 무대가 있고 환호해주는 팬들이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현재 아이돌과 트로트만 존재하는 것 같다. 국내 대중음악이 다양하지 못하는 비판은 8~90년대에도 없지는 않았는데, 지금 돌아보면 그 때는 ‘장르의 황금기’라고 불러야 할 정도로 현재 음악씬, 특히 음악 관련 방송 프로그램은 편식이 심하다. 

오랫동안 활동을 하지 못해 멤버들이 고정돼 있지 않은 팀들은 애써 예전에 활동을 같이 했던 연주자들을 찾아나서는 수고를 했다고 한다. 같은 시대를 경험한 멤버들간의 음악은 그만한 시간의 깊이가 더해져서 다른 울림을 전달할 것이다. 오랫동안 서로 다른 삶에서 서로 다른 희노애락을 겪었을 멤버들간의 삶도 음악과 인터뷰 속에 잘 녹아 들어가 있으리라 기대한다.

흔히 문제가 되는 악마의 편집도 경력 3~40년 된 출연진들의 내공에는 오히려 유쾌하게 전달되리라 의심하지 않는다.

일단 시작되었으니 방송도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아서 방송이 끝난 뒤에 더 많은 사람들 앞에서 찐 라이브가 전국 여기저기에서 펼쳐지길 진심으로 바란다.

‘사랑과 평화’는 비슷한 시기에 데뷔한 밴드들이 거의 다 사라진 후 최근까지 가장 꾸준히 활동을 지속하고 있어 젊은 팬들도 많다. 리더 퍼커션과 보컬을 맡고 있는 이철호는 자기 관리면에서도 참 모범적인 선배 뮤지션이다. 이런 선배가 자리를 지키고 ‘부활’이나 ‘김종서 밴드’가 받쳐주니 역시 프로그램이 딱 균형 잡혀 화면에서 보기에도 좋다. 

이번을 계기로 70년대 전후에 신중현과 김홍탁 같은 록 뮤지션들이 주말마다 시민회관(현재 세종문화회관)을 만석으로 채우며 공연하던 시대가 있었다는 사실도 이번 기회에 재평가 되고, 다시 대중음악계에 밴드 음악의 장이 만들어지기를 바라면 너무 한 번에 많은 걸 바라는 걸까? 

아무튼 좋은 시도임에 틀림없다. 밴드음악을 하는 후배들에게 위안과 자극이 될 것이다. 8월 3일 목요일 첫 방송을 타는 <불꽃밴드> 한 사람의 음악인으로 또 밴드음악을 사랑하는 음악 팬으로 기대와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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