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이 요리교실을 마치고 직접 요리한 음식들을 맛보고 있다. ⓒ 무한정보신문
어르신들이 요리교실을 마치고 직접 요리한 음식들을 맛보고 있다. ⓒ 무한정보신문

온준희(88, 예산읍 예산리), 강석환(88, 예산읍 발연리) 어르신은 어린 시절부터 친구였다. 군청에서 함께 일한 뒤 은퇴해 사는 것도 판박이다. “우리는 2살 늦게 호적에 올린 것도 똑같아”라고 웃으며 여든여덟 나이에 요리를 배우는 것도 똑같다. 예산군보건소가 6월 8일~7월 28일 행복마을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남자어르신 요리교실’이다.

4남매를 둔 온 어르신은 2000년대 초 아내와 사별하고 셋째와 살고 있다. “자식들이 내려와 밥과 반찬을 자주 챙겨 주지만, 바로 한 음식들도 해 먹고 싶어 요리교육을 신청했다”고 한다. 두 어르신은 닭볶음탕과 콩나물무침을 만드는 첫 번째 수업에서도 “형님 허락도 없이 닭을 씻고 감자를 썰고 그러나”라며 ‘싱겁지만 정겨운’ 농담을 주고받으며 즐겁게 교육받았다.

건장한 체격으로 맨 앞에서 강사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진지하게 따라하는 지영구(69, 대술 방산리) 어르신은 “지난해도 올해도 음식을 배워 집에 갖고 가면, 아내와 같이 먹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올해는 ‘장보기’ 강의를 30분간 배정했다. 남성어르신들이 요리를 배우면서도 쉽게 요리를 할 수 없었던 이유가 장보기를 할 줄 몰랐기 때문이라는 요청사항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장보기수업에 손주를 데리고 와 ‘스윗파파’가 된 백운관(63, 예산읍 주교리) 어르신은 “평소 닭볶음탕을 어떻게 하는지 관심 자체가 없었다. 그런데 장보기를 같이 하니 닭부터 마늘, 파, 감자까지 생각보다 신경 쓸 것이 많다”고 새로운 경험을 전했다.

안창훈(64, 대흥 금곡리) 어르신은 예화여고 교장을 지냈다. 그는 “읍내에 살다 은퇴하고 금곡리에 새 터전을 잡았다. 취미생활로 여러 가지를 하는데, 요리까지 배워보려 한다. 지난해도 배웠지만 올해는 또 다른 음식을 배울 수 있어 기대된다”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요리교실은 ‘이고당 요리교실’, ‘홀로남 요리교실’ 등으로 운영하다가 홀몸어르신이 늘어나면서 ‘남자어르신 요리교실로 개편했다. 2021년 기준 65세 이상 홀몸어르신은 5596명에 달한다. 박진아 건강증진팀장은 “남자어르신들이 많이 좋아하신다. 워낙 요리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어서 진지하게 임하신다”며 “그날 배운 요리를 도시락으로 준비해 집으로 가져가 식구들도 함께 즐기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몇몇 어르신들은 농협 등에서 열린 요리교실에 참여한 경험이 있어 음식들은 최대한 겹치지 않게 진행하고 있다. 정소연 담당주무관은 “지난해 소고기미역국, 제육볶음, 자반고등어 등을 했다면, 올해는 닭개장, 소불고기, 꽈리고추 멸치볶음 등을 하는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2016년부터 요리를 가르치고 있는 고하나 강사는 “예전에는 읍면 전체를 돌아다니면서 홀몸어르신들을 위해 요리교실을 운영했었다. 지금도 보건소에서 비슷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참여하고 있다”며 뿌듯해했다.

박진아 건강증진팀장은 “예전에 읍면으로 조리도구와 요리재료 등을 들고 다니며 여러 에피소드를 겪으면서도 요리교실을 멈출 수 없었던 것은 워낙 호응이 좋았기 때문”이라며 “하반기는 보건소에서 요리교실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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