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음악 축제의 계절이고 봄은 여름 축제를 준비하는 시간이다. 거대 자본이 들어간 음악 페스티발 소식이 이어진다. 코로나로 오랫동안 야외 공연을 즐기지 못했으니 음악팬들의 기대도 클 것이다. 

지난 3월 한국에서 우드스탁 페스티발이 오리지널 저작권을 갖고 개최된다는 기사를 보게 됐다. 저작권을 내세우며 한국에서도 우드스탁이 열린다는 말들이 오고간 건 거의 10년도 넘은 일이라 이번에도 기대보다는 걱정하는 소리들이 더 많이 들린다. 

정식 명칭은 ‘우드스탁 뮤직 앤 아트페어(Woodstock Music&Art Fair)’. 1969년 8월 15~17일 3일간 미국 뉴욕주에서 있었던 전설적인 록 페스티벌이다. 모든 록 페스티벌의 시초이자 1960년대 후반을 휩쓸었던 히피 문화의 절정이었다. 주민 반발과 정부 당국의 규제로 공연 부지 선정에 어려움을 겪어 공연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었는데, 어느 농장주가 73만평의 농장을 제공해 성사될 수 있었다. 

애초에 공연장으로 만들어진 곳이 아니었기 때문에 우드스탁은 음향 시설은 물론 화장실이나 급수시설 등 위생 시설이 제대로 설비되지 않았다. 페스티벌 중에 있었던 폭우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해 거대 진흙 뻘이 되기도 했는데 낙천적인 히피들은 폭우에 샤워하고 물 웅덩이에서 수영을 하고 놀았다고 한다.

한국에서 우드스탁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음악팬들이 반가워하기보다 우려하는 이유는 다른 건 다 접어두고 우선 그 형식이 지나치게 권위적인 데 있다는 생각이다. 상업적 성공을 이야기하면서 홍보를 하고 주최 주관에 나서는 관료 집단들의 이름에서 과거 우드스톡의 히피정신을 찾을 수 없다. 굳이 우드스탁이란 이름을 저작권료까지 지불하며 갖다 쓸 이유가 있나 싶다.

한국에도 진짜 사랑과 평화의 우드스탁이 있다. 러브캠프라는 이름으로 2003년 홍천 모곡이라는 작은 마을 숲속에서 시작해서 2011년 개최자가 안타깝게 사망한 후 3년 간 중단되었다가 그 경험을 이어가고자 했던 참가자들이 2014년 다시 시작해서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는 축제다. 

러브캠프는 개최자가 자기 고향 땅에서 친구들 열댓 명과 모여 연주하고 노래하고 놀고 난 후 매년 더 여럿이 모여 놀면 재밌겠다는 단순한 생각에서 시작되었다. 공연에 필요한 장비 같은 공연 준비 대부분은 처음 러브캠프라는 이름을 붙인 개최자가 했지만, 러브캠프가 아름답게 이어진 이유는 뮤지션 밴드와 관객 모두가 초하나, 꽃 한송이 갖고 와서 무대를 함께 꾸미고 먹거리를 나누며 어우러진 데 있다.

최근에 경기도 광명으로 귀농한 한 뮤지션이 매년 논밭 음악제를 열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수확을 끝낸 논 위에 주민들과 함께 무대를 만들고 지역에서 활동하는 뮤지션은 물론 다양한 장르의 연주자들이 초대돼서 동네 주민들과 즐긴다고 한다. 점점 외지에도 알려져서 소문난 지역축제가 커가고 있다니 지역 홍보가 큰 숙제인 지차제 관계자들도 관심이 커질 거 같다.

우드스탁의 정신이 이어지고 있는 곳은 바로 이런 곳들이 아닐까 생각한다. 모든 생명과 함께 사랑과 평화를 노래하는 축제의 현장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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