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W FC’가 멋진 포즈로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 예산군체육회
‘YSW FC’가 멋진 포즈로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 예산군체육회

“처음보다 강하게 차셔야 해요!”

김재호(49) 감독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여성선수들이 방금 전과는 달리 신중한 발동작으로 공에 축구화를 갖다 댄다. “라인 밖으로 차면 안되구요”라는 재주문이 들려오자 다시 자세를 잡아보지만, 둥근 공은 야속하게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나간다. 생각대로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 하지만 실수를 반복하는 동료와 눈을 마주칠 때도 즐거운 웃음이 축구장을 채운다.

우리지역에서 처음으로 지난 13일 여성축구단 ‘YSW FC’가 창단했다. 이름 그대로 축구에 대한 열정만큼은 여느 남성선수들 못지 않은 ‘예산원더우먼’들이다.
 

ⓒ 무한정보신문
풋살구장에서 훈련하는 예산원더우먼. ⓒ 무한정보신문

군체육회에 따르면 올해 특색사업으로 1000만원을 들여 추진한 사업이 결실을 맺었다. 별도 선발기준 없이 선착순으로 이뤄진 단원모집은 예상과 달리 현재 대기자가 있을 정도로 많은 여성들이 몰려들었다. 1기는 △20대 6명 △30대 5명 △40대 7명 △50대 2명 등 20명으로 진용을 갖췄다. 나이뿐만 아니라 회사원, 공무원, 조리사, 전업주부까지 직업도 다양하다.

이들을 지도하는 사령탑은 성남FC 전신인 천안일화 선수출신 김재호(49) 감독이, 코치는 군체육회 이병준(32) 체육지도자가 맡았다. 김 감독은 “타지역 여성축구단은 전문 축구선수들이 1~2명씩 있는데, 우리팀은 순수 아마추어로 구성됐다”며 “열정만큼은 그 어느 팀에 뒤지지 않는다. 전체적인 훈련과정이 힘들텐데도 잘 따라오는 편이다. 적극적으로 하려는 팀 분위기가 좋다”고 소개했다.
 

풋살구장에서 훈련하는 예산원더우먼. ⓒ 무한정보신문
풋살구장에서 훈련하는 예산원더우먼. ⓒ 무한정보신문

공식훈련은 윤봉길체육관 옆 풋살구장에서 매주 토요일 오전 2시간 동안 진행한다. △워밍업 △준비운동 △점프 △스텝 △패싱 등 기본기를 시작으로 팀을 나눠 간단한 경기를 하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일주일에 한 번이 아쉬워 주중 야간자체훈련을 1회 더 늘리기도 했다.

군내 화학회사에 다니는 김용주(49) 회장과 농협직원 김복순(43) 부회장, 건설회사 관리과장 최복영(50) 총무가 새내기팀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김 회장은 “마땅히 스트레스를 풀 장소나 기회가 없는 여성들에게 축구만한 것이 없다. 다치지 않고, 행복하게 운동할 수 있으면 좋겠다”며 “앞으로 여성축구단 활약을 통해 예산을 알리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풋살구장에서 훈련하는 예산원더우먼. ⓒ 무한정보신문
풋살구장에서 훈련하는 예산원더우먼. ⓒ 무한정보신문

그러면서 “내포신도시에서 먼저 풋살을 시작한 첫째 딸의 모습을 보면서 축구에 관심갖게 됐다. 축구 중계방송에서 선수들이 공차는 모습을 보면 몸이 움찔하곤 했다. 평소 기회가 있다면 축구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던 중 예산에 팀이 생겨 합류했다”며 “막내딸도 원했지만 스무살이 안 돼 예비후보로 대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축구가 남성들의 전유물이던 시절이 지났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치열한 몸싸움과 체력전 등 쉽지 않은 운동이다. 혹여나 다치진 않을지 걱정하는 가족들의 반대는 없었을까.

대학생 딸과 고등학생 아들을 둔 김정주(47)씨. 그는 고1 때 부상을 당하기 전까지 축구선수로 활약한 아들 때문에 재미를 붙였다. 남편에게 축구를 하겠다고 하자 첫 마디는 “아들에 이어 엄마까지!”였지만, 곧이어 “열심히 해봐”라는 응원을 보냈다고 한다.

김씨는 “정확한 패스가 성공했을 때 느끼는 희열이 좋다”며 “예산도 2~3년 전부터 여성축구단을 만들자는 이야기가 있었다. 추진이 잘 안되다가 최근 여성들 사이에서 축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TV 프로그램 ‘골때리는 그녀들’의 영향도 많이 받았다. 요즘 용품점에 가면 여성이 신을 수 있는 작은 사이즈 축구화가 품절될 정도로 축구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단원들도 “체력단련을 겸해 하면 좋겠다”, “잘했다”, “정적인 운동만 했는데, 활동적인 운동을 할 수 있겠어” “열심히 하라고 응원했다” 등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팀원들 연령대가 다양하지만 서로 언니동생하면서 잘 어울리고 있다”는 최 총무는 “헬스와 줌바댄스를 하는 분들도 있고, 내포풋살팀에서 활동했던 4~5명은 창단소식을 듣고 팀을 옮겨왔다. 20대는 ‘골때리는 그녀들’을 보고 관심을 갖게 된 경우가 많다”고 단원들을 알렸다.

그러면서 “함께 하고 싶어하는 분들이 늘고 있다. 서산과 당진에서도 문의하는 사례가 있다. 소문을 듣고 음료수를 후원하겠다는 식당도 생겼다. 이제 막 시작했는데, 호응이 좋다. 힘이 된다”며 즐거워했다.

김 부회장은 “마른 편이라 회사 직원들이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며 “대회도 나갈 생각이다. 끝까지 해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성순(48)씨는 “어렸을 때 발야구 정도 한 게 전부인데, 실제로 해보니 힘들긴 하지만 재미있다”며 “땀 흘리고 나서 느끼는 뿌듯함과 짜릿함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꼽았다.

이병준 코치는 군내 유소년축구 지도를 겸하고 있다. 그는 “여성들이 쉽게 접하지 못하는 운동이지만, 한 번 시작하면 매력에 빠지는 운동이 축구다. 초창기라 지금은 팀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앞으로 인근 시군팀과 교류전을 계획하고 있다”며 많은 관심과 응원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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