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렌드로프의 비너스’ ⓒ 작자 미상(기원전 22000-24000년)

『빌렌드로프의 비너스』는 1908년 오스트리아 한 지역의 구석기시대 지층에서 발견된 여자 조각상이다. 커다란 유방, 굵은 허리, 불룩한 배, 두툼한 엉덩이 등 모양새가 전체적으로 매우 풍성하다. 제작된 시기가 기원 전으로 척박한 자연환경 때문에 먹거리가 여유롭지 못하고 생존이 불안하던 시절이다. 그와 같은 시기적 상황에 ‘뚱뚱함’은 수렵 생활의 사회에서 먹거리가 충분한 고위 신분계층의 사람을 나타낸다. 

또한 자손을 보존하고 다산에 유리하다고 여겨졌던 이러한 신체 조건은, 생존이 불확실하던 시기에 아주 각광받던 체형일 것으로 추정된다. 그와 같은 체형을 염원하고 추앙하기 위하여 『빌렌드로프의 비너스』의 조각으로 남긴 것은 ‘뚱뚱함’, 즉 비만을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는데 긴요한 ‘넉넉함’의 상징으로 여긴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대 의학의 연구 결과와 사례가 쌓이면서, 비만은 수많은 질병을 유발하는 결정적 요인으로 밝혀졌다. 

과거 대한민국은 먹고 살기 힘든 시절이 있었다. 천만다행으로 현재 대한민국은 건국이래 가장 풍요로운 시절이 되어 경제력이 여유로워지고 음식생산 관련업종의 과학기술도 비약적으로 발전하였다. 덕분에 음식 재료가 과거에 비하여 엄청 풍부해지면서 먹거리가 지천에 널려 있어 어디서든 쉽게 구할 수 있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입맛을 유혹하는 TV 방송 및 광고가 늘어나고 인기도 높아지면서, 무의식적으로 섭취하는 음식의 양이 인체가 필요한 양보다 과하게 되었다.

섭취하는 칼로리(에너지) 양은 점증하는데 주거 환경은 육체의 움직임과 노동력을 대신해주는 기계(자동차,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농작기계 등)가 상용화되면서, 칼로리(에너지)를 소비하는 육체 활동량은 비약적으로 감소하였다. 

또한 인간의 내부에는 생존을 위한 진화과정 중 개발된 일종의 ‘아사방지 시스템’이 태어날 때부터 이미 장착되어, 본인도 모르게 음식을 필요 이상 넘치게 섭취하는 경향이 있다. 그와 같은 인간의 외부 및 내부 환경으로 음식이 (본인이 자신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냉정하게 인식하지 않는 경우에는) 적정량 이상 섭취되고 운동량은 상대적으로 감소하면서, 몸이 소화하고, 이용하고, 저장하고, 배설하고, 소모할 수 있는 즉, 인체가 감당할 수 있는 적정용량을 초과하여 칼로리(에너지) 과잉으로 이어진다. 종국에는 비만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 

비만과 연관되어 다양한 질병이 보고되고 있는데, 그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비만으로 인한 과체중과 상대면적 증가로 야기되는 물리적 자극이다. 비만은 승용차로 비유하면 마치 마티즈급으로 태어난 몸이 에쿠스급으로 변한 상황이다. 결국 비만은 척추, 관절, 심장 및 폐의 질환을 피하기 어렵다.

또 다른 문제는 비만에 동반되는 ‘고지혈증(hyperlipidemia)’에 따른 신체 질환이다. 고지혈증은 과도한 지방으로 혈액이 끈적끈적한 상황인데, 그 지방이 혈관 및 장기에 축적되면서 여러 질병을 유발한다. 전신 혈관을 돌아다니던 지방은 몇 단계의 세포 흡수 과정을 거쳐 혈관벽에 쌓이고 염증을 유발하여, 마치 오래된 수도관이 찌꺼기로 인해 좁아지듯 혈관에 두터운 벽을 형성하여 혈관이 좁아진다. 

또한 낭창낭창 부드러웠던 혈관의 탄력성이 급격히 저하되면서, 정상보다 약간 높아진 압력에도 혈관벽이 쉽게 파열된다. 그리되면 해당 혈관이 공급하던 장기에 산소 및 영양소가 부족하게 되거나 갑자기 끊기면서, 해당 장기에 저산소증, 영양부족, 출혈을 초래하여, 협심증, 심근경색, 뇌졸증, 뇌출혈, 신부전, 망막출혈 등을 유발한다.

비만과 관련하여 최근 부쩍 늘어나는 소화기 질환 환자가 지방성 간질환이다. 과거 간질환의 상당수는 간염 바이러스(B형, C형) 혹은 알코올에 의한 간손상이었다. 눈에 띄게 비만에 의한 고지혈증과 관련된 간질환이 증가한다. 정상적으로는 과량의 지방과 칼로리(에너지)는 응급 상황을 대비하여 중성지방의 형태로 간세포에 비축하였다가 음식이 부족할 때 재이용된다. 

하지만 비만에서는 음식과 칼로리(에너지)의 과잉 상황이 지속되면서, 간세포에 저장되었던 지방이 원래의 목적대로 이용되지 못하고 간세포를 파괴하는 독성물질로 돌변한다. 결국에는 지방간, 간염, 간경화로 진행되고 최악의 상황에서는 간암도 일으킨다.

비만에 따른 가장 심각한 문제는 몸을 손상시키는 ‘독성 화학물질’의 끊임없는 생성이다. 비만으로 지방조직 및 관련세포가 인체에 과도하게 축적되면, 그곳에서 ‘염증’을 일으키는 화학물질(아디포카인(adipokines

), 사이토카인(cytokines) 등)이 엄청나게 그리고 줄기차게 만들어진다. 그 염증 물질은 혈관을 타고 전신의 모든 장기와 조직에 침투하여, 만성적으로 염증을 일으키고 결국에는 기능을 손상시켜 몸 구석구석에 다음과 같은 여러 질병을 유발한다. 

참고로 음식과 비만은 암의 주요 원인이다. 암 원인의 35%가 우리가 매일 먹고 마시는 음식이며, 15~20%는 비만이 원인이다. 음식은 건강과 질병의 측면에서 ‘양날을 지닌 칼’이다. 섬뜩하다!

정리하면 음식물의 과다 섭취는 칼로리(에너지) 과잉 및 비만을 유발하며, 비만은 과거에는 고위급 신분-다산-생존의 상징이었지만 현대에는 질병 온상의 상징이다. 잊지 말고 기억하자. 

“인체의 생존을 도와주는 음식물도 지나치게 섭취하면, 몸을 손상시키는 물리적 및 화학적 물질로 ‘돌변’하고 인체를 반복 자극하여 전신에 수많은 질병을 일으킨다”

저작권자 © 예산뉴스 무한정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