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니셰린의 밴시>는 참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영화다. 단순한 이야기로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담은 영화는 참 오랜만이다.

영화는 2018년 아카데미 7개 부분에 오른 화제작 <쓰리 빌보드>를 만든 마틴 맥도나 감독의 신작으로 21세기의 셰익스피어라고 불리는 감독이 직접 쓴 희곡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이니셰린이라는 아일랜드의 작은 섬을 배경으로 섬에 사는 두 친구에 대해 말하고 있다. 정말 단순한 줄거리지만 러닝타임 114분 동안 전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아일랜드와 잉글랜드 내전에 대한 메타포가 담긴 영화라는 평을 전문가들이 많이 하고 있지만 두 국가 관련 역사를 몰라도, 그냥 보이는 대로 보고 각자 느끼면 더 좋다고 말하고 싶다. 

나는 영화 속에서 보여주는 바다 건너 본국에서 벌어지는 내전은 섬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의 배경이고 두 주인공의 갈등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사회적 배경이 어떻게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고 또 그래서 사람들은 갈등을 겪게 되는 가로 해석했다. 

그리고 영화를 보고 난 후에 계속 나 자신을 돌아보았다.

사회 부조리에 민감하고 그에 대해 무언가 말하고자 하는 예술가의 예민함은 때로 차갑고 이기적이다. 반면에 단순한 일상 속에서 성실하고 다정함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소시민은 자기도 모르게 의도하지 않았지만 부조리한 사회가 지속되게 하는 방조자가 될 수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절교를 선언한 예술가 친구와 이유를 알 수 없어 절교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친구는 결국 파국으로 치닫는다. 두 사람 삶에는 틈이 생겼고 앞으로 변화는 피할 수 없다. 정말 숨막히게 답답하기만 할 거 같은데, 영화는 마을의 오래된 교회와 처연해 보이면서도 아름다운 아일랜드의 자연이 펼쳐져서인지 곳곳에 낭만적인 향수를 느끼게도 한다. 

영화 속에서 가장 긍정적인 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 절교를 당한 남자의 여동생, 감독이 심어놓은 영화의 메시지 같기도 하다. 여동생은 섬 사람들과는 이질적인 것 같은데도 사람들에게 친절함을 잃지 않고 어울리면서 적절하게 자기 세계를 유지해간다. 그리고 마침내 다른 세계로 떠난 여동생.

출연한 배우들이 콜린 파웰을 비롯해 대부분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아일랜드 출신으로 아일랜드어로 연기를 한다. 헐리우드에서 멋진 역할을 자주 맡았던 콜린 파웰의 순박한 연기가 너무 뛰어나서 처음에는 닮은 사람인가 했는데, 그는 이 영화로 몇 개 영화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스산한 바람이 부는 30년대 아일랜드의 외딴 섬에 살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영화 속 마을사람들의 사랑방 같은 펍에는 한 번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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