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야 자가 승용차가 일상이지만 70년도만 해도 자가용은 극소수 부유층 소유였다. 그러던 것이 고도성장과 함께 누구나 차를 가지게 되었고 가구당 두 대인 경우도 흔하다. 그런데 운전규칙이나 질서의식 혹은 자동차에 대한 상식은 어떨까? 이것도 결국은 교육이야기이다. 자동차에 대한 이해와 교육(홍보)부족에 따른 희한하고 잘못된 우리 상황을 자동차문화가 시대적으로 훨씬 앞섰고 운전규칙 대부분을 배워온 독일의 예를 들어 비교해 보고자한다. 

면허취득부터 들어가자. 넓은 부지를 가진 운전학원이 있는 우리와는 달리 독일의 운전학원에는 선생 한 두명에 사무실과 작은 강의실 하나가 전부이다. 등록을 했더니 바로 실습을 나가잔다. 핸들도 잡아 본 적이 없는데…. 옆에는 운전강사가 탄다. 당연히 차는 덜컹거리고 엔진은 계속 꺼지고…. 첫날부터 시내주행이니 식은 땀이 저절로 흘렀다. 이렇게 시작된 교육은 고속도로도 들어가고 복잡한 도로에도 들어갔다. 땀범벅으로 몇번을 타고 좀 익숙해지면 강사가 시험을 보랜다. 시험은 지극히 간단하다. 학원교습차에 경찰관이 함께 동승하여 운전능력을 판단한다. 

첫번째는 보기좋게 떨어지고 두 번째에 붙었는데 경찰관이 됐다면서 그 자리에서 운전면허증에 사인을 해서 건네 주었다. 운전중 엔진도 꺼먹고 주차는 엉망이었는데 경찰관은 그건 연습하면 된다면서 중요한 것은 길가 표지판을 식별하거나 운전규칙을 준수하는 것이라고 했다. 전체적으로 철저한 현장위주 교육으로 학원에서 면허를 취득하고 다시 연수를 받는 우리와는 매우 다른 방식이다.

교습중 특이하게 느낀 것은 앞의 차를 추월할때 항상 첫번째 백미러, 사이드미러, 마지막에 반드시 어깨넘어로 우측 보기를 엄청 강조하는데 면허시험에서도 경찰관이 이 동작을 하는지 확인하였다. 나중에 운전을 하다보니 이 습관은 아주 중요한 것이었다. 추월시 사이드미러의 사각지대를 확인하고 짧은 순간이지만 여유를 가져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다. 또 우선표시가 없는 교차로에서는 무조건 오른쪽에서 진입하는 차량이 우선이다. 

이것은 상식에 근거한 규칙으로 실제로 왼쪽에서 기다리는 차량은 도로상황 전체를 볼 수 있지만 나의 오른쪽에서 진입하는 차량은 진입순간 다른 방향은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규칙은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지켜지지 않는데 알려주기는 하는데 지키지 않는거라 한다. 


알려줘도 지키지 않는

고속도로 주행에도 문제가 많다. 우선, 추월선에서 정속주행을 하는 운전자가 너무 많다. 고속도로를 이해 못하는 것인데 아마도 관련 교육(홍보)이 없어 그런 것 같다. 최근에야 법규를 수정한다지만 이것은 운전교육에서 필수사항이다. 또, 고속도로에서 진입차량이 주행차량의 양보를 바라는 듯 운전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고속도로에서는 매우 위험한 운전방식으로 주행차량이 자진해서 양보하지 않는한 진입차량이 알아서 틈에 끼어들어가야 한다. 주행차량의 양보를 바라는 운전방식은 국내에서는 그래도 통할지 모르나 한국운전자들이 유럽의 고속도로에서 대형사고를 당하는 가장 중요한 원인이기도 하다. 특히 대형트럭은 모두 가장 바깥 도로를 정속으로 달리기 때문에 양보는 불가능하다. 

자동차사고 관련 부분은 특히 많은 문제가 보인다. 일반 승용차는 대부분 1톤이 넘으며 200마력 이상이다. 인간의 힘으로는 통제불능인 기계란 말이다. 이런 기계를 다루는 일에는 반드시 지켜야 하는 단순명료한 규칙에 따른 법규가 필요하다. 그런데 쌍방과실이라니? 일상적으로 교통사고가 나면 두 보험사에서 약속이나 한듯이 쌍방과실로 부담요율을 정하고 사고를 마무리한다. 인간의 통제가 불가능한 기계를 운전하다 발생한 사고를 그처럼 안일하게 처리하다니…. 

독일은 전혀 방법이 다르다. 아주 복잡하고 특이한 경우 외에는 쌍방과실이란 없다. 또 사고 즉시 경찰이 출동하여 규칙에 따른 판단을 그 자리에서 내린다. 규칙이 매우 단순하고 예외를 거의 인정하지 않으니 누구나 철저하게 준수할 수 밖에 없으니 사고비울은 자연히 매우 낮다. 처음에는 보험료가 비싸지만 계속 줄어들어 기억이 흐리지만 한 10년 무사고면 거의 없는 수준에 도달한다. 사고를 내면 보험료가 거꾸로 오르기 때문에 운전자들은 더욱 조심하며 규칙을 준수한다. 

우리는 처음이나 수십년이 지난 지금이나 변화가 없고 매년 자꾸 올라간다. 더구나 대부분 쌍방과실로 처리되니 에라 모르겠다~하고 운전하는 것이다. 이러니 교통사고율이 세계 최고이다. 

이외에도 자동차에 대한 지식도 매우 일천하다. 독일이나 유럽에는 여전히 수동자동차가 대세이다. 그런데 그 이유가 아주 단순하다. 자동은 편하지만 연비가 수동에 비하여 근본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인데, 자동변속장치 자체가 무겁고 변속에 에너지가 추가로 들기때문이다. 수동은 사람이 직접 변속시키니 당연히 연비가 높다. 에너지절약 교육의 결과로 수동을 선택하는 것일 뿐이다. 

유럽에는 다른 이유로 수동이 많다거나 기술의 진보로 자동도 수동과 같은 연비를 가진다고 말하는 경우를 보면 참으로 답답한 심정이다. 또 소위 고급차, 특히 외제차인 경우 엔진오일을 고가의 고급합성유를 쓰고 일반 오일을 쓰면 안된다고 주장한다. 그 유명한 외제차들이 독일에서는 모두 슈퍼에서 다른 차들과 같은 일반 엔진오일로 차주가 직접 교환한다. 

그외에도 어떤 새로운 교통시설이나 규칙을 도입하기 전에 교육이나 홍보를 통하여 그것을 일상에 적용시켜야하는데 그러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최근에 많이 설치된 회전형교차로를 보면 한심함이 그 도를 넘는다. 회전형교차로는 무조건 교차로 내에서 진행중인 차가 우선이다. 새로 들어오는 차는 진행중인 차량을 절대로 방해해서는 안되는데 여기에 관한 교육이나 홍보를 하는 것을 본적이 없다. 

그냥 밖에 ‘양보’ 라고 써놓은 것이 전부이다. 그러니 여전히 회전교차로 앞에서 우왕좌왕하는 차들을 많이 볼 수 있고 심지어 뒷차에 이어 끼어들기도 한다. 또 우회전시 횡단신호등 앞에서 멈추라고 해놓고는 신호등이 지금 녹색인지 적색인지 정작 운전자에게는 보이지 않는 교차로가 허다하다. 

위의 모든 예들이 우리 일상에 새롭게 등장한 자동차를 올바로 이해시키는 교육부재에서 온 결과이다. 특히 자동차관련 규칙과 거기에 따른 사고처리(보험)문제는 자동차라는 살인적 기계에 대한 오해에서 온 것으로 보인다. 운전자가 정해진 규칙을 예외없이 따르지 않는 한 자동차사고율 세계 1위의 오명과 지속적인 인명 및 재산피해는 막을 길이 없다. 

이처럼 일상의 단순해보이는 일들도 실상은 교육과 밀접한 연관을 가진다. 올바른 교육에서 제대로 된 상식이 생겨나고 거기에 따른 법규가 제정되는 것이니 이것은 실상 당연한 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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