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몇 번 본 적 있는 선배, 알음알음 이름만 들어본 동기, 정말로 얼굴만 아는 후배. 이 사람들과 함께 있어야만 한다면? 누구에게나 한 번은 미치도록 어색한 순간이 있다. 이런 숨막히는 순간들을 한 단어로 담아낸 신조어가 바로 ‘갑분싸’이다. 갑분싸는 ‘갑자기 분위기 싸해짐’의 준말로서 매우 어색하거나 난감한 상황을 표현할 때 주로 사용한다.“내가 좀 재미가 없나봐. 어디 가서 말만 하면 갑분싸 돼…”“이 부장님 뱃살이 콤플렉스인데 김대리가 눈치 없이 살 쪘다고 해서 갑분싸 됐잖아”기본적으로 갑분싸는 상황을 묘사할
○○에 사는 홍자매가 매운 떡볶이를 먹고 카페로 향했다. 그들이 주문한 메뉴는 바로 달콤한 케익. 매운떡볶이와 달콤한 케익, 두 가지 음식 사이에는 모종의 연관성이 있다. 바로 ‘맵단맵단’이다.‘맵단맵단’은 매운 것을 먹고나면 단 것을 먹고 싶다는 뜻으로, 맵달맵달 또는 맵단으로 쓰이기도 한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맵단맵단은 마치 음식의 정석처럼 여겨진다.“맵달맵달 메뉴 좀 추천해주라”“○○볶음면+콘치즈=맵단의 정석”비슷한 말로 ‘단짠단짠’도 있다. 단짠단짠은 단것을 먹으면 짠 음식을 먹고싶다는 뜻으로, 이 순서를 반복해 먹으면
햇빛이 쏟아지는 창가, 잔잔한 음악소리,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 바스락 거리는 이불소리….반복되는 일상 속에도 작지만 행복한,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일들이 있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소확행’.요즘 소확행을 찾아가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원래 이 말은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 에서 처음 쓰였다.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을 때, 서랍 안에 반듯하게 정리되어 있는 속옷을 볼 때 느끼는 행복과 같이 바쁜 일상 속 소소한 즐거움을 뜻한다.이 책이 출판된 지 어느덧 30년이 지났
‘내로남불’, ‘낄끼빠빠’ 얼핏보면 사자성어 같은 신조어들이다. ‘내로남불’은 내가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줄임말이다. 90년대 정치권에서 처음 사용된 이후 현재까지 온오프라인상에서 자주 사용되고 있다.비슷한 상황에서 자신과 타인의 행동을 다르게 평가하는 이른바 이중잣대를 가진 사람들에게 주로 쓰인다. 남의 티끌은 보이면서 내 들보는 보이지 않는다와 일맥상통하는 말이다. 비슷한 뜻을 가진 사자성어는 아시타비(我是他比)와 아전인수(我田引水)가 있다.“아휴 내로남불 친구 달래기 힘들다”“내로남불 하는 애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일까”
잘나가는 친구를 보면 누구나 조금 질투심이 들때가 있다. SNS에 올라온 분위기 있고 멋진 사진들이 현실의 나의 상황과 대비될 때 우리는 종종 ‘현타’를 맞는다.‘현타’는 현실자각타임의 줄임말로 보통 현자타임이라 부른다. 세속에서 벗어나 마치 현자가 된 것처럼 현실에 달관하는 모습을 뜻한다.원래 현자가 되는 시간이란 의미지만 사실상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된다. 극도의 허무감, 인생의 공허함, 후회 등 복잡한 감정이나 상황을 드러내는 단어다.“인턴 떨어지니 진심 현타온다”“인생 왜 이래. 하는 것마다 꼬이니 현타온다”‘현타’라는 부정적
‘어그로’는 관심을 끌기 위해 의도적으로 주제에 맞지 않는 글이나 루머를 퍼트리는 사람을 말한다. 원래 이 말은 게임에서 유래됐다. 몬스터가 다른 파티원이 아닌 자기만 공격하도록 주의를 끄는 행동을 칭하던 말이 사람들 사이에 널리 쓰이면서 하나의 신조어로 굳어졌다. 어그로와 비슷한 말로는 관종(관심종자)을 꼽을 수 있다. 단순히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관종과 달리 어그로는 공격받을만한 행동, 즉 욕먹을 만한 행동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억지로 끌어낸다는 점에서 훨씬 부정적인 단어다.“고독한 오픈채팅방 무개념 어그로들 짜증난다”“괜히 어그
SNS에도 유행이 있다. 왕년에 유행하던 메신저 버디버디에서 싸이월드로, 그 다음엔 페이스북이 그리고 지금은 인스타그램이 단연 대세다. 지난해 우리나라 인스타그램 월간 이용자 수는 1000만명을 넘어섰다. 한국어 서비스를 시작한지 딱 5년만에 이뤄낸 성과라는 점을 볼 때 인스타 열풍은 여전히 현재진행 중이다.인스타 열풍이 10·20대를 강타하면서 새롭게 유행하는 단어도 생겼다. 바로 ‘인스타감성’이다. 인스타그램은 사진이 주가 되는 SNS인데, 이때 소위 인스타감성이란 인스타그램에서 볼 법한, 사진을 찍었을 때 모던하고 세련되게 보
‘문찐’은 최신문화나 문명에 뒤쳐져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들을 뜻하며 ‘문화찐따’ 또는 ‘문명찐따’의 줄임말이다. 최근 유행하는 노래, 신조어 등을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에 주로 쓰인다.“와 나 진짜 문찐인가봐ㅠㅠ 댕댕이가 강아지인줄 이제 알았어”‘마상’은 마음의 상처를 받았단 뜻이다. 최신유행을 따라가지 못해 놀림당한 사람들이 이 말을 자주 사용한다. 장난스럽게 대꾸하는 투로 쓰이기도 하고 앙금처럼 남아있는 ‘마상’을 이야기할 때도 쓰인다.“아이유 노래 모른다고 동생이 나보고 문찐이래 마상”“아 진짜 마상.. 사촌동생이 인스
퇴근을 하고 난 후 또는 오늘 하루도 무사히 잘 마치고 집에 돌아와 냉장고에서 갓 꺼낸 차가운 맥주 한 캔이 땡기는 날이 있다.이럴 때 쓰는 신조어가 바로 ‘간맥’과 ‘간쏘’다. ‘간맥’은 간단히 맥주, ‘간쏘’는 간단히 소맥이란 뜻이다.친구와 간단한 술자리를 가지고 싶을 때 “간맥 콜?”, “간쏘 기기(고고)?” 등으로 사용된다.요즘은 혼술러(혼자 술 마시는 사람들)가 늘면서 홀로 간맥을 즐기는 사람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퇴근 후 간맥은 사랑입니다”“예산역 근처에서 간맥 가능한 곳 알려주라”오늘도 열심히 고생한 당신, 함께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12월 기준 청년실업률 9.9%, 체감실업률 22.7%을 기록했다. 청년 4명 중 1명은 백수. 정부도 ‘일자리는 제 1의 국정과제’로 삼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이런 암울한 상황을 잘 드러나는 신조어가 있다. 바로 ‘자소설’이다. 자소설은 자기소개서와 소설의 합성어다. 채점자의 눈에 드는 자소서를 쓰기 위해 경험했던 일들을 과장해 마치 소설처럼 꾸며낸다는 의미다. 취업을 위해 자기소개서에 영혼까지 끌어 모아야 하는 현실이 반영돼 있다.“자소설도 한계가 있지…. 진짜 내가 뭐하고 살았나 싶다
‘젓가락질 잘해야만 밥잘먹나요 잘못해도 서툴러도 밥잘먹어요’나이·성별 구분없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dj doc의 노래다. 뜬금없이 이 노래를 꺼내게 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신조어 ‘복세편살’의 철학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복세편살은 ‘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자’의 줄임말이다. YOLO(You Only Live Once)와 비슷하다 생각할 수 있지만 복세편살과는 미묘하게 다르다. YOLO(욜로)는 말그대로 여행가고 싶으면 가고, 먹고 싶으면 먹고 한번 사는 인생 즐기자는 뜻이라면 복세편살은 ‘아 젓가락질 못해도 밥 잘먹는
‘투머치토커(Too much talker)’는 말을 많이 하는 사람, 수다쟁이를 뜻한다. 이 말은 코리안특급이라 불리는 야구선수 박찬호의 별명이다. 평소에 말이 많아 ‘토크고문’을 하기로 유명해 팬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싸인을 받은 팬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싸인과 시간을 맞바꿔야한다’며 ‘차라리 안받는 게 낫다’고 할 정도. 이전에는 박찬호 선수의 별명으로 사용됐지만 지금은 새로운 신조어가 됐다. 설명충과 비슷한 개념이다.이런 투머치 토커들이 자주 뿌리는 것이 TMI, Too Much Infomation이다. 이 말은 너무 과한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고, 즐겨하는 것이 있다. 그걸 요즘 말로 하면 ‘덕질’이다.덕질은 덕후(덕질하는 사람)질의 줄임말로, 특정분야에 자료를 수집하고 찾아보면서 좋아하는 행위를 말한다.이전에는 만화나 애니메이션 등 특정 대중문화에 빠져있는 사람들에게 쓰였으나 점차 그 의미가 확대, 뮤덕(뮤지컬덕후), 코덕(코스메틱덕후) 등 다양한 분야에 덕후들이 생겼다.“취미가 덕질”을 선언한 덕후들의 신조는 ‘어덕행덕(어차피 덕질할거 행복하게 덕질하자)’. 덕질 때문에 드는 시간, 정신적 소모 등에 스트레스 받지 말고 즐기잔 뜻이다.“어차피 인생
할많하않은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의 줄임말이다. 주로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된다. 애써 말해도 내 입만 아플 것 같을 때, 굳이 말하고 싶지 않을 때 이 말 하나면 다 통한다.“아 진짜 할많하않. 말이 안나온다”“댓글 실화냐 할많하않”법블레스유는 법(法)+bless you의 합성어로 법이 널 지켰다는 뜻이다. 법이 없었으면 이미 심한 말을 하고도 남았을 것이니 법에게 감사하란 의미다.“할 말 진짜 많은데 법을 준수해야하니까. ㅎ 법블레스유^^”“ㄹㄹ화난다 법블레스유”새로운 신조어들을 통해 젊은세대의 분노가 신선하고 재
어떤 단어의 글자들을 모양이 비슷한 다른 글자로 바꿔 표현하는 ‘야민정음’이 요즘 대세다.방향을 뒤집어야 무슨 의미인지 이해할 수 있거나(눈물줄줄→롬곡줄줄, 폭풍눈물→롬곡옾높), 자음과 모음을 조합(멍멍이→댕댕이, 명언→띵언, 귀엽다→커엽다, 대가리→머가리, 비빔면→네넴띤)해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다.인터넷사이트 디시갤러리 야구갤러리에서 나온 신조어로 ‘야구갤러리’와 ‘훈민정음’을 합성해 ‘야민정음’이라 이름 붙여졌다.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트위터, 페이스북,
요즘 ‘고독한 오카방’이 엄청난 화제다. 오카방은 오픈카카오톡방의 줄임말로, 익명의 사람들이 모여 대화를 나누는 공간이다. 동물, 연예인 등 다양한 주제로 개설되어 있고, 원하는 테마로 자유롭게 개설도 가능하다.그 중 가장 핫한 건 고독한 ○○방.고독한 ○○방은 오픈카카오톡방의 한 종류로 일본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에서 따온 이름이다. 이 채팅에서는 대화를 할 수 없고 오직 사진만 공유할 수 있다. 대화를 하면 ‘강퇴(강제퇴장)’ 당하게 된다. 모든 대화는 사진에 글자를 적어서 첨부하거나 메모장에 적은 내용을 캡쳐해 사진 파일로 보내야
초성어는 가장 흔히 사용되는 신조어 중 하나다. 초성어는 초성단어로 실제 의미를 짐작하게 하는 말로, ㄹㄹ/ㅇㄱㄹㅇ/ㅂㅂㅂㄱ 모두 이에 해당한다.ㄹㄹ(렬루)는 ‘정말로’를 뜻하는 ‘리얼로’를 줄인 단어로, “ㄹㄹ? 개대박이네”, “아 렬루 고민된다” 등으로 쓰인다.ㅇㄱㄹㅇ(이거레알)은 ‘이거 진짜다, 사실이다’라는 뜻이다. 어떤 글이나 댓글을 보고 사람들이 격한 공감을 표현할 때 자주 사용된다.“와 ㅇㄱㄹㅇ인 듯”“시간이 약이라는 거 ㅇㄱㄹㅇ같아”ㅂㅂㅂㄱ는 반박불가의 초성체다. 반박할 수 없을 만큼 구구절절 맞는 말을 하는 경우에
핑프는 핑거프린스(finger prince), 또는 핑거프린세스(finger princess)의 줄임말로, 간단한 정보조차 스스로 찾기 귀찮아하는 사람들을 뜻한다. 이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수시로 질문을 올리고 타인이 달아주는 댓글을 통해 정보를 얻어간다. 대부분의 누리꾼들은 ‘검색하면 나오는 걸 왜 물어보고 난리냐’, ‘물어볼 시간에 검색하는 게 더 빠르겠다’며 ‘핑프’족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한다.“너 핑프냐? 하나부터 열까지 다 물어보지 말고 검색 좀 해봐”“와 내 친구 역대급핑프;; 대환장파티..”하지만 이와는 달리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 ‘홀로족’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홀로족은 혼자서 무엇인가를 하는 사람들을 뜻하는데 1인가구의 증가에 따라 자연스레 나타나기 시작했다. 혼자서 하는 활동 자체를 좋아하고 즐기며 편안하게 느끼는 것이 특징이다. 남들 눈치가 보여 혼자서는 잘 가지 않는 패밀리 레스토랑, 해외관광지 등도 자유롭게 다닌다. ‘혼자 놀기 달인’인 셈이다.단군 이래 최고의 스펙을 쌓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청년세대에게 ‘혼자’의 의미는 남다르다. 지친 일상을 위로하는 시간이자 타인의 간섭이나 방해에서 해방될 수 있는 잠깐의 여유다. 괜히 사
택시비 스투핏! 문화생활 그뤠잇!요즘 스투핏, 그뤠잇이 젊은 세대 사이에서 큰 유행을 끌고 있다. 이 말은 ‘김생민의 영수증’ 팟캐스트에서 김생민이 자주 사용하는 말인데 이 팟캐스트가 인기를 끌면서 스투핏, 그뤠잇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김생민의 영수증’은 돈을 모으고 싶은 청취자들의 영수증 지출내역을 받아 영수증 관리비법을 재미있게 전달하는 1:1 맞춤형 경제상담 프로그램이다.그뤠잇은 절약, 저축, 할인 등 돈을 아끼기 위한 행동을 했을 때 쓰는 말이고, 스투핏은 과한지출, 쓸모없는 소비를 했을 때 사용하는 말이다.“택시비 아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