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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아내, 엄마, 할머니…
그녀들의 삶, 시가 되다 
여성농업인센터 자전시집 5권 발간
  • 김두레 기자  dure1@yesm.kr
  • 승인 2021.02.22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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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숙씨가 책을 들고 소녀같은 웃음을 짓고 있다. ⓒ 무한정보신문

“젊었을 때는 일기를 썼어요. 농사짓고 생활하다 보니 누구한테 얘기하는 거보다 일기 쓰는 게 좋더라고요. 그런데 몇 년 후에 읽어보니 넋두리고 한인 것 같아 창피하고 보기 싫어 태워버렸지요. 쓰고 태우고를 반복하다 이렇게 센터에서 시를 쓰게 된 거예요”

시인 5명을 대표해 <무한정보>와 인터뷰를 가진 장경숙(73, 삽교 평촌리) 씨가 소녀처럼 웃는다.

“나이를 먹으니 같은 걸 쳐다봐도 젊었을 때 느끼던 거와 달라요. 예전에는 하늘이 다 똑같은 하늘이었는데 지금은 매일 다르게 보여요. 나이 먹으면 모든 것에 무뎌질 줄 알지요? 아니에요. 모든 것이 새롭고, 아름답고 예뻐요. 그렇게 느낀 것들, 다 내놓지 못했던 마음속 이야기들이 시가 될지 어떻게 알았겠어요? 시를 쓰며 마음이 치유되고 나의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긴 것 같아 참 뿌듯하고 가슴이 두근두근 설렌답니다”

잘 썼든 못 썼든 시 하나하나가 내 자식 같다는 장씨가 “내가 이렇게 살아왔다고, 부끄럽기도 자랑스럽기도 한 엄마의 인생은 이렇다고, 어려울 땐 이렇게 헤쳐나왔다고 쓸 수 있어 행복했어요. 내가 하늘나라 여행가면 우리 자식이나 손주들이 이 글을 읽고 나를 기억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시골할머니를 시인으로 만들어줘 고맙습니다”라고 수줍게 고백한다.

 

장경숙 <나의 인생길>, 정정훈 <걸어온 길을 시처럼>, 조강옥 <어느덧>
김영자 <여정>, 황순옥 <안개 밤길>

예산여성농업인종합지원센터(아래 센터)가 지난해 12월 자전시집 5권을 발간했다.

그 주인공들은 바로 우리지역 주민 김영자, 장경숙, 정정훈, 조강옥, 황순옥 시인. 2019년부터 진행한 시낭송·독서토론 프로그램 ‘나를 만나다’ 참가자들이다. 농사하랴 살림하랴 앞만 보고 달려왔던 지난날. 고단하고, 찬란하고, 행복했던 어머니들의 인생여정이 한 권의 시집이 됐다.

서툴긴 해도 각자 인생길에 묻어온 이야기를 담담히 풀어내니 마음 따뜻해지는 시가 완성됐다.

“자서전까지는 안 되더라도 자전시를 써보자는 생각에 시낭송 프로그램을 시작했어요. 시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 시를 쓰기도 했죠. 참가자들 표현이 어찌나 근사한지, ‘모내기는 밤송이를 겨드랑이에 넣어도 찔리지 않을 때’ 해야하고, ‘대추씨가 콧구멍에 드나들 만할 때까지는 물을 품어도 된다’고 하셔요. 농업지식이나 인생의 애환을 표현하는 글 하나하나가 정말 귀하더라고요. 본인들의 이야기를 다 내놓기가 쉽지만은 않으셨지만, 내밀한 마음을 시로 풀어 나누고, 참가자들이 같이 울기도, 웃기도 하며 보듬었어요. 처음부터 책을 낼 생각까진 못했지만 글들이 정말 소중해 이렇게 책을 발간하게 됐습니다. 센터도 소중한 선물을 전한 것 같아 뿌듯하고 기쁩니다” 연신 자랑하는 조강옥 센터장이 한껏 기뻐한다.

이들은 생애주기별 주제를 가지고 어릴 적부터 노년까지 삶을 녹였다. 고향, 어머니·아버지에 대한 기억, 사랑, 부부, 자녀 등에 대한 이야기다.

이들의 아름다운 시집은 예산여성농업인종합지원센터에 문의하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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