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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세 최순근 학생 신양초 졸업장 받던 날<2021년 새해특집> “꿈 같던 6년, 계속 공부하고파”… 친구도 교사도 잊지못할 추억
  • 김두레 기자  dure1@yesm.kr
  • 승인 2021.01.11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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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증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최 할머니. ⓒ 무한정보신문

그때 그 할머니가 드디어 졸업을 했다. 

6년 전 신양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졸업증 따는 게 제일 기대된다”고 수줍게 말했던 최순근(75) 할머니 이야기다<무한정보 2015년 3월 16일 보도>. 

귀한 졸업증을 손에 쥐기까지, 할머니는 지난 6년 동안 학교에서 어떤 시간을 보냈을까.

8일 오후, 신양초등학교 강당에서 졸업식이 열렸다. 학생 17명이 정든 교정을 떠나 새로운 꿈을 찾아 출발하는 날, 최 할머니의 얼굴은 누구보다 밝다. 

“입학할 때는 애들하고 그냥 배우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어렵기도 하고, 무시도 당하고 그랬어요. 끝내 이렇게 졸업을 하니 참 감사합니다” 졸업생 인사영상 속 최 할머니가 시원섭섭한 표정이다. 

우희복 교장도 축하인사를 건넸다.

“우리 학교에서 이런 졸업식은 처음인 거 같아요. 누구든지 인생에서 한번은 용기를 낼 수 있지요. 남들보다 늦게 학교에 입학한 것을 창피해하지 않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6년 동안 학교를 열심히 다닌 최순근 학생이야말로 가장 용감하고 훌륭한 사람입니다”


뜀박질이 가장 좋아

“새벽 4시 반이면 틀림없이 눈을 떠유. 마당을 걷다, 청소를 하다 시간이 되면 8시 20분 학교버스를 타쥬. 책을 보다 점심시간이 되면 애들이랑 줄 서서 밥을 먹어유. 나는 아욱국을 제일 좋아했지유”

최 할머니는 국어나 사회과목은 어려워했지만, 미술은 집에 가져가 끝까지 완성해 올 정도로 열정을 보였다.

“운동장에서 뜀박질하는 게 제일 재밌어유. 나 잘 뛰어유. 글씨도 잘 써서 내 마음속에 있는 걸 다 꺼내 쓰고 싶은디, 개갈이 안나. 받침 받치는 게 아직 어려워유” 그가 슬그머니 상 위에 올려진 일기장을 꺼낸다. “받침이 잘 맞아유? 많이 틀렸쥬?” 또박또박 눌러쓴 글씨가 빽빽하다.

 

권재현 담임교사와 최순근 할머니가 환하게 웃으며 졸업사진을 찍고 있다. ⓒ 무한정보신문

졸업식 3일 전, 최 할머니와 가까이 지낸 친구들과 권재현 담임을 만났다. 

노지은·오태희 학생은 수줍어하면서도 또박또박 할머니와 함께한 추억을 이야기했다. 

“2학년 때 어르신이 먼저 다가와 수학 모르는 것을 물어보셨어요. 그때부터 친해진 거 같아요. 우리 반에서 적극적이고 밝은 친구예요. 문제 모르는 게 있으면 친구들이나 선생님께 꼭 질문하고, 아프실 때도 꼬박 학교에 나와 출석하셨죠. 그런 모습을 보면 정말 대단하고 존경스러워요. 2학년 때 할머니가 계주를 뛰셨는데 그 모습이 새롭고 좋았던 기억이 남아요. 텃밭가꾸기 활동에서 무랑 고구마를 캐시는데 정말 잘하셔서 멋있었어요. 가끔은 마냥 편하게 대할 수 없는 점이 어렵기도 했지만, 어르신과 함께 학교 다닌 것은 평생 잊지 못할 거 같아요”

6학년 담임을 맡은 권재현 교사, 그 역시 교직생활 중 잊지 못할 소중한 경험을 했다고 고백한다.

“어르신이 학교를 빠지지 않고 꼭 다니시려는 의지가 크셨어요. 최근 몸이 불편하셨는데도 출석은 꼭 하셨죠. 한번은 ‘선생님처럼만 애들을 대하면 엇나가지 않고 바르게 자랄 수 있을 것 같다' 말씀해 주셨는데, 저에게 용기와 힘을 주는 말이었어요. 평생 있을까 말까 한 소중한 경험을 해 뿌듯하고 감사했습니다”


졸업까지 당당하게

최순근 할머니가 같은 반 친구들과 함께 선물을 들고 설레는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 신양초등학교

60살 넘게 차이나는 손자뻘 친구들과 소통하는데 어려움은 없었을까?

“애들이랑 친하게 지내려면 마냥 애들같이 하면 돼유. 같이 뛰어놀고 공부하는 거지. 어울리는 게 쉽지만은 않쥬. 3학년까지는 저도 신나게 다녔는데, 4학년부터는 애들이 내외하는 거 같기도 하고 서먹서먹하기도 했쥬”

종종 힘이 빠지는 순간도 있었다. 주변의 시선과 말 한마디에 상처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어려움을 극복하고 졸업하기까지, 배움에 대한 열정과 학교에 대한 애정이 할머니를 버티게 했다.

“한번은 운동회 때 달리기를 하는데 한 선생님이 ‘상도 안 주는데 뭘 그리 열심히 뛰냐’고 흘리는 말을 들었어유. 힘이 쭉 빠졌지유. 몇 번 그런 얘기를 들으니 용기를 잃고 자신감도 줄고 자꾸 눈치 보이고 그렇더라구. 그래도 별 수 있간, ‘늙은이 받아 준 학교에서 당당히 졸업은 해야지. 신양초등학교 좋은 학교인데 살려야지’하는 생각으로 끝까지 다닌규. 참 꿈 같은 시간이었쥬. 감사할 따름입니다. 학습 따라가기가 어려워 중학교는 못가도, 계속 배우고 공부하는 게 내 꿈이유. 다들 도시로만, 예산읍으로만 가지 말구 애들 이리루 보내셔유. 좋은 학교 살려야 학생도 살고 교사도 살쥬”

그 누구보다 지역사랑, 모교사랑 가득한 신양초 졸업생이 탄생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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