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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문담(石門潭) 유감
  • 이백화 <덕산면 옥계리>  yes@yesm.kr
  • 승인 2020.09.28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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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한가위를 앞두고 유감의 글을 쓰는 것에 대하여 넓은 이해를 구합니다. 석문담은 예산군에 오래 거주한 사람이면 누구나 한 번 쯤 다녀갔을 우리 지역의 숨은 보석 같은 곳이지요.

가야구곡(伽倻九曲) 중 제4곡으로 돌과 물이 빚어내는 조화가 아름다움을 넘어 신비롭기까지 합니다. 세파에 지친 이의 몸과 마음을 보듬어주는 이보다 더 호젓한 안식의 장소를 찾기는 그리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하물며 유년시절을 이 고장에서 보낸 사람에게는 무릉도원에 다름 아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물가에 핀 개복숭아나무의 연분홍 꽃과 달빛 머금은 콩배나무의 흰 꽃이 어우러진 봄의 정취는 단연 으뜸입니다.

 

구곡보다 긴 장맛비가 남긴 것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오장육부는 물론 영혼에 쌓인 티끌마저 쓸어버릴 것 같은 기세 좋은 폭포의 탄생이고, 다른 하나는 태풍이 일으킨 거친 물살과 장마 전 천렵을 다녀 간 사람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 종합선물세트입니다. 자연과 인간이 합작한 우리 시대에만 볼 수 있는 아이러니한 풍경이지요.

머지않아 폭포소리가 잦아들고 가을이 오겠지요. 이제 쓰레기를 버린 이들은 당분간 이곳을 찾지 않을 것입니다. 설령 다시 들린다 해도 자신이 버린 쓰레기에 대한 기억은 되살아나지 않을 것입니다. 이미 누군가가 깨끗이 거두어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내년 여름에 그들은 반드시 다시 찾아올 것입니다. 여름은 무더위를 건너뛰는 법이 없으니까요.

벌써부터 주렁주렁 매달린 앙증맞은 콩배가 숨죽여 익어가는 가을이 기다려집니다. 다가오는 추석에는 너럭바위에 누워 ‘취석(醉石)’이란 두 글자가 전하는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볼까 합니다. 그리고 사람들과 물소리마저 끊어진 겨울의 한 가운데에서 석문담의 존재가 말 걸어 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볼 것입니다.

 

무엇보다 지속가능한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들을 당혹스럽게 하는 것은 석문담을 찾는 사람들의 뒷모습입니다. 환경의식이 다소 부족한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는 쉽게 재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릴케의 시 한 구절처럼, 우리가 마주하는 것은 어쩌면 자기 자신으로 교육되어 가는 것이 아닐까요?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리고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다’라는 말도 있지요. 모두 교육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오래된 미래입니다. 우리의 의식은 느림보달팽이를 닮아 하루아침에 변화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잠시 조급한 마음을 누르고, 사람들의 환경의식을 바꾸는 먼 길에 동행하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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