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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예산사과'합시다긴장마와 태풍 이겨내고 어김없이 우리곁으로
과수원도 공판장도 마트도 “추석엔 역시 사과”
  • 김두레·김수로 기자  yes@yesm.kr
  • 승인 2020.09.28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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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로’가 붉게 익으면 어김없이 추석이 돌아온다. 아삭하고 상큼한 사과는 차례상에도, 오랜만에 마주한 정다운 얼굴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에도 빠지지 않는다.

올해는 코로나19로 떨어져 사는 가족들이 예년처럼 함께 명절을 보내기 어려워졌다. 집 앞마저 마음편히 나갈 수 없는 일상에 그리움까지 더해진다.

우리지역 대표브랜드인 사과에게도 지난 봄과 여름은 쉽지 않은 나날이었다. 갑작스런 이상저온으로 꽃이 얼어죽었고, 전례없이 이어진 긴 장마는 나무를 병들게 했다.

그렇지만 농부의 정성어린 손길과 굵은 땀방울로 둥근 속을 빈틈없이 채웠다. 우리에게 닥친 이 어려움 또한 이겨내리라는 위로를 건네는 듯 하다.

사과가 빨갛게 영그는 가을, 이 한 알은 어디에서 시작했을까?


아무리 먹어도 맛있는

전현우씨가 재배한 ‘홍로’를 자랑스럽게 들어올리고 있다. ⓒ 무한정보신문

21일 찾은 오가 분천리 ‘황금농원’. 파란 하늘을 머리에 인 사과나무들이 줄지어 서있다.

전현우·심현국 부부가 수확한 사과를 갈무리하느라 바쁘다. 추석에 맞춰 생산하는 홍로는 이미 1·2차 수확을 마쳤고, 나무에 남은 것은 농원을 찾는 손님들이 직접 따가게 했다.

전체 과수원 4000평 가운데 1500평에서 홍로를 재배하는 전씨가 금방 밭에서 딴 사과 하나를 자랑스럽게 내민다. 과수원을 한 지 6년째지만, 사과는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단다.

“우리는 착색제를 뿌리지 않고 키워 껍질째 먹어도 안전하고 더 맛있어요. 대부분은 직거래로 판매하는데, 한 번 드셔본 분들은 계속 찾아요”

올해 작황을 물으니 생산량이 지난해의 2/3 수준이라고 토로한다.

“나무 1그루(전체 400그루)에 한짝(18㎏)은 나와야 하는데, 이번엔 다해봐야 350짝밖에 못 땄어요. 봄에 냉해를 입어 나중에 핀 꽃에서 착과가 돼 과실수가 적고 모양이 잘 안 나온 데다, 비가 많이 와 햇볕을 충분히 못 받고 탄저병이 심하게 돌았죠”

전국적으로도 생육상황이 나쁘다보니 사과가격은 평년보다 2배 가량 올랐다. “5㎏짜리가 공판장에서 4~5만원씩 가요. 하지만 값이 좋아도 선물·제수용으로 쓸 만큼 알이 굵은 게 별로 없어요. 8월 말~9월 초 태풍이 강하게 온다고 예보했잖아요. 이때 낙과하거나 상처를 입는 게 더 손해라고 판단한 농가들이 열매가 완전히 익기 전에 수확해 물량도 적어요”

크기가 작은 사과는 한번에 부담없이 먹을 수 있는 점을 부각시켜 판매하고 있다는 전씨. 그래도 택배를 보내기 위해 창고에 쌓아둔 사과상자 200여개를 보면 마음이 든든하다.


예산사과 40% 이곳으로

추석대목을 맞은 APC. 선별한 사과를 선물세트 상자에 담는 손길이 분주하다. ⓒ 무한정보신문

농가를 떠난 사과 10개 가운데 4개는 능금농협이 운영하는 신암 용궁리 농산물유통센터(APC)로 모인다. 이곳은 군내 사과생산량의 30~40%를 선별·유통한다. 추석대목에는 60~70명을 추가고용할 정도로 정신없이 돌아간다.

농가에서 수매한 사과를 선별기에 투입해 크기와 색깔별로 나눈 뒤 저온저장고에 보관했다가 발주가 들어오면 출하하는 방식이지만, 명절이 가까워지면 저장고에 들어갈 틈도 없이 바로 포장해 이마트와 농협유통센터 등에 보낸다.

23일, APC가 추석용 선물세트를 만드는 작업으로 분주하다. 이곳에서 납품하는 상품(예가정성, 이마트 자체브랜드 등)은 모두 7가지다. 포장라인 양쪽으로 늘어선 직원들이 플라스틱 바구니에 담긴 사과를 꺼내 선물용 상자에 옮겨 담고, 꽃모양 사과망을 씌워 가지런히 배열한 뒤 뚜껑을 덮는다. 눈 깜짝할 새 선물세트가 줄을 잇는다.

7년 가까이 근무한 직원은 “추석연휴가 시작하기 20여일 전부터 오전 8시 반~오후 9시까지 작업해요. 힘들어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 명절이 얼마 안 남았잖아요”라며 재빠르게 손을 움직인다.

신창섭 계장은 “예산사과가 맛있다고 전국적으로 소문나 1년 내내 기다리는 분들이 많아요. APC에 직접 방문해 구매하기도 하고요. 납품을 요청하는 문의도 여기저기서 오죠”라며 자부심을 드러낸다.

밭에서 수확한 사과가 가는 곳은 또 있다. 능금농협 ‘농산물공판장’이다.

 

공판장에선 예산사과를 사기 위한 중도매인들의 눈치싸움이 한창이다. ⓒ 무한정보신문

이날 오후 4시, 경매사의 경쾌하고 빠른 음성이 공판장 안을 가득 채운다. 사과, 배 등이 담긴 상자 앞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소매상에 과일을 중개하는 중도매인들이다. 손엔 전자경매 입찰용단말기를 들고 날카로운 눈길로 과일과 경매현황 전광판을 응시한다.

올 추석은 ‘예산사과’를 사기 위한 경쟁이 더욱 치열하다. 보령시에서 왔다는 한 도매인에게 낙찰에 성공했냐고 묻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값이 높은데다 물량이 예년의 절반밖에 안 나왔어요. 원래는 이 경매장 안을 가득 채워야 하거든요”

응봉에서 5000평 규모로 사과를 재배하는 한 농가는 “오늘 80상자(5㎏) 내놨어요. 탄저병 때문에 생산량은 40% 가까이 줄었지만, 다행히 색깔이 잘 나와 13내(1상자에 들은 과일수)짜리는 5만2000원~5만3000원 가량 받을 것 같아요”라며 차곡차곡 쌓인 사과상자에 흐뭇한 눈길을 보낸다.


퇴근길, 차례상 올릴 사과 한상자

한 주민이 축협하나로마트에서 사과를 고르고 있다(오른쪽). ⓒ 무한정보신문

저녁 무렵 한 주민이 하나로마트 입구에 쌓인 예산사과 선물세트를 꼼꼼히 살핀다. “추석 때 가족친지들에게 우리지역 농특산물인 사과를 주로 선물해요. 확실히 맛있잖아요” 그의 양손에 들린 사과가 식탁과 차례상에 오르는 모습이 눈에 그려지는 듯하다.

올추석, 몸은 떨어져 있어도 사과로 서로를 응원하자. 모진 풍파를 견뎌낸 예산사과처럼, 코로나19를 씩씩하게 이겨내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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