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연재칼럼 오늘도 아빠랑
상처받을 용기<오늘도 아빠랑>
  • 신인섭 <예산읍 대회리>  yes@yesm.kr
  • 승인 2020.05.18 11:07
  • 댓글 0

자기 전 단비는 엄마 옆에 누워 이런저런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단비의 이야기 소리가 길어지는 것을 보니 신경 쓰이는 일이 있는 것 같다. 나도 옆에 누워 들리는 이야기를 들어보니 어린이집에서 친구들과 문제가 있었나 보다. 이런저런 속상한 일을 엄마에게 이야기하는 것이 나에게도 들린다.

듣고 있는 나도 속이 상해온다. 이럴 때는 뭐라고 이야기를 해줘야 하는지 여전히 고민이다. “아빠가 해결해 줄게”라며 나서는 모습을 할지, 그저 묵묵히 이야기를 듣고 있는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 이럴 때마다 속으로 고민이다. 그렇다고 잠자리에서 다시 나와 아이와 이야기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제는 상처도 받고 실망도 하는 아이를 보니 성장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 역시 지금까지도 크고 작은 일에 상처받으며 지낸다. 어디서 긁힌지 모르는 마음의 상처도 있고, 이 정도 상처는 괜찮다고 생각했다가도 더 상처가 커지는 경우도 있다. 스스로 치료가 가능한 경우도 있고, 누가 치료해 줬으면 할 때도 있다. 어른인 나도 단비처럼 상처를 받는다.

조용했던 내 어린 시절, 나는 상처가 상처라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런 문제들이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내가 해결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다른 사람의 도움은 받지 않고 스스로 해결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나만의 문제라 생각하고 모든 것을 내 잘못으로 생각했다. 지금도 부모님께 나의 문제를 잘 이야기하지 않고 문제가 생기면 그 누구에게도 잘 말하지 않는다.

그렇게 스스로 문제를 해결한다면 난 책임감 강한 사람이 될 수 있지만 잘되지 않으면 난 나락으로 떨어지고 만다. 대화가 필요했지만 무언가의 부끄러움과 자존심 때문인지 속에 있는 이야기를 잘 하지 못했다.

상처받는 것이 귀찮아 누군가에게 부탁도 하지 않았다. 거절 받을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참 어리석은 일이다. 그저 대화일 뿐인데 거절 받을 걱정을 먼저 하고 있으니 말이다.

나는 그런 어린 시절을 보냈다. 단비는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상처받을 용기, 실망할 수 있는 용기, 거절 받을 용기, 그런 용기가 아이에게 가득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상처받은 자신의 마음을 누군가에게 털어놓을 용기가 아이에게 있으면 좋겠다.

“단비야, 엄마 아빠는 언제든지 너의 상처를 나눌 준비가 되어있단다. 용기 내렴”

<저작권자 © 예산뉴스 무한정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신인섭 <예산읍 대회리>의 다른기사 보기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