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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에야 맛보던 귀한 음식
식구들과 함께 행복한 한끼
<설특집> 소고기뭇국 이야기
  • 김두레 기자  dure1@yesm.kr
  • 승인 2020.01.20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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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구(食口)-한집에 함께 살며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

우리민족에게 ‘함께 끼니를 나누는 것’은 가족으로 통하는 소중한 의미다.

온 식구가 모여 정 나누는 명절, 가족·이웃을 찾아 인사하고 덕담하며 함께 먹는 우리네 음식은 셀 수 없이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설·추석·기제사 등 조상에게 올리는 차례상에 빠지지 않던 국, 소고기뭇국이다.

먹을 것 풍족하진 않았어도 마음만은 가난하지 않던 시절, 귀한 소고기에 무를 넣어 푹 끓여 정성을 담아냈던 소고기뭇국에 얽힌 이야기를 전한다.

 

차례상에 빠지지 않고 올리는 소고기뭇국. 맛 좋은 가을무와 소고기 양지, 대파와 마늘이 주재료다. 나박썰기한 무를 소고기와 푹 고아 끓여내면 입안엔 절로 침이 고인다. ⓒ 무한정보신문

차례에는 조상에게 귀한 음식을 차려 예를 다하는 의미가 담겨있다.

국, 탕, 전, 적, 나물 등을 차렸고, 특히 귀한 식재료인 소고기를 구해 가을 무와 함께 소고기뭇국을 올렸다.

“제사 음식은 모양을 정갈하고 단아하게 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채소가 퍼지지 않도록 재료를 많이 쓰지 않고, 단단한 무를 넣어 끓이는 소고기뭇국은 그에 제격이지요. 소고기와 무는 서로 잘 어울리고 가을무가 좋은 식재료니 안성맞춤이었을 것입니다”

공주대학교 외식상품학과 윤혜려 교수의 설명이다.

“옛날에 큰 동네에서는 정월 초하루면 산제사를 드렸어요. 1년에 딱 한 번 소고기 구경하는 날이었지요. 소를 잡으면 온 마을이 나눴는데, 그것으로 명절 뭇국도 끓이고 그랬어요. 무가 없으면 시래기 넣어 먹기도 하고…. 지금도 내가 참 좋아하는 음식이에요”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찾은 관작리 노인정에서 만난 이창재 노인회장이 감칠맛나게 회상한다.

 

예산읍 관작리 노인회관에서 만난 최영자·김봉현·이강훈·구연순(왼쪽부터) 어르신과 소고기뭇국에 담긴 추억을 나눴다. ⓒ 무한정보신문

“명절이나 기제사 때 뭇국은 항상 올렸쥬. 육간에 가 소고기 사서 무 넣고 푹 끓여 먹었어유. 산적도 올리고…. 명절이면 안 먹던 소고기도 먹었겠다, 몸에 기름기가 들어가니 배앓이나 설사도 하고 그랬어유. 마을 아이들이 모이면 그런 얘기들 하고 다녔었지유…. 소고기는 귀해서 닭이나 꿩으로 떡국 끓이던 집도 많았슈. 집에서 먹이는 닭으로 하니 그것도 참 맛있었지유”

이강훈 할머니는 흐뭇한 미소와 함께 꺼낸 옛날보따리를 풀었다.

“설이면 이집 저집 기름내 나고 그랬지. 식구가 둘러 앉아 작두로 떡도 썰고, 시루떡 찌는 집은 마을마다 돌아다니면서 나누고. 옛날에는 직접 만들어 나누느라 바빴어요. 가끔은 옛날에 그렇게 나를 잘 챙겨줬던 마을어르신들이 생각나고 고맙고 그래요. 세배하러 끊임없이 찾아오는 손님들 술상 내느라 참 힘들기도 했죠. 가마솥에 국 끓여 상 내려하면 상이 얼어 그릇이 미끄러지고 그랬어요”

최영자 할머니가 생생한 이야기를 전한다.

“그려 맞어. 옛날에는 밀이 많아 집에서 빵도 해 먹었어유. 절구에 밀 빻아서 시루에 찌고, 또 그놈을 절구로 찌고 반죽을 밀어 빵을 만들어 먹었지” 구연순 할머니도 한마디 보탠다.

“나는 어렸을 적 설날에 먹는 맛난 음식도 좋았지만, 치마저고리 입고 예쁘게 단장하는 게 참 좋았어요. 노란 저고리에 남색 치마를 입으면 그렇게 좋았지요”

소녀 같은 웃음을 보이는 김봉현 할머니의 수줍은 고백에 “맞아맞아” “어릴 땐 반치마를 입고, 시집가면 긴치마에 앞치마를 둘렀지” 함께 있던 어르신들이 회상에 젖는다.

소고기뭇국에서 명절 이야기, 살아오던 이야기로 금세 스며든다.

소고기뭇국 잘 끓이는 방법을 물어보니 “소고기와 무가 잘 우러나도록 ‘푹’ 끓여내는 게 중요하다”고 베테랑 살림꾼들이 입을 모은다.

시원하고 감칠맛 나는 소고기뭇국, 식구들과 따뜻하게 나누는 설 명절이 코앞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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