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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가득 함박웃음<2020년 새해특집> ‘마을지’가 담아낸 행복한 화산·계촌
  • 김두레 기자  dure1@yesm.kr
  • 승인 2020.01.13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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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 스스로 마을마다 남아있는 고유의 공동체 문화를 복원하고 이웃들과 행복한 삶을 일궈나가는 여정.

전국의 지자체들이 뛰어든 ‘마을만들기’ 사업의 핵심 가치다.

‘초고령사회’, ‘소멸고위험지역’ 문제를 마주한 농촌지역이 활기를 찾고 세대를 이어갈 해법을 찾는 방법이기도 하다.

지난해 12월, 대술 화산리와 신암 계촌리가 우리지역에서는 드물게 마을지를 발간했다.

주민들이 예산군행복마을지원센터(아래 센터)와 함께 ‘마을유산가꾸기 시범사업’을 통해 펴낸 결과물이다.

마을의 역사와 풍경, 마을조직, 주민들의 모습 하나하나를 기록하자 역사를 담은 근사한 작품이 됐다.

두 곳의 마을지가 사라져가는 마을을, 모두의 관심속에 지속가능한 마을로 바꿔가는 ‘길라잡이’가 될 수 있을까?

센터는 ‘현장포럼’에 참가하는 마을 중 공모를 통해 마을 소멸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곳, 문화적으로 보존가치가 높은 대술 화산리와 신암 계촌리 2곳을 대상마을로 선정했다.

지난해 여름 김영서 사무국장과 마을활동가 3명이 3달 동안 마을을 방문했고, 주민들을 만나 인터뷰와 사진촬영 등을 진행했다.

김 사무국장은 마을지 만들기의 소중함을 강조하면서도 아쉬움을 나타냈다.

“‘5년만 일찍 마을을 찾았더라면….’ 마을을 직접 방문하고 보니 시기적으로 늦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마을에는 풀 한 포기 사람 한 명이 박물관인데, 실제로 소통가능하며 마을에 대해 깊이 알고 이야기해줄 사람이 많지 않았어요. ‘조사라도 미리 했었으면’하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더 늦으면 더 기록할 수 없다는 생각에 지금 현재 모습을 충실히 조명하는데 집중했습니다. 마을의 현황과 풍경, 지금 마을에 사는 사람들의 얼굴, 이름, 나이, 성씨를 담았습니다. 그것 또한 기록이고, 역사가 될 테니까요”

대술 화산리는 면지에 그 역사가 상세히 기록돼 있어 주민회의에서 현재 생활상을 충실하게 담아내는 것에 주력하기로 결정했다.

신암 계촌리는 주민 고령화가 심해 마을사 인터뷰가 어려워, 곳곳에 남겨져 있는 보존가치가 뛰어난 근현대 농가주택을 사진에 담아냈다.

마을지를 만드는 과정은 주민들이 마을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소속감과 자부심, 애향심을 소중하게 느끼는 계기가 됐다. 우리마을 자랑거리를 알고 그곳에 내가 살며, 그 모습이 기록돼 후세에도 전해진다는 사실이 주민들을 웃게 했다.

“사진을 찍고 인터뷰하면서 주민들의 삶을 이해할 수 있었고 마을의 현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마을 모습이 한 권의 책으로 발간된다는 것이 기쁩니다. 마을지를 앞으로도 계속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주민들과 함께 소통하며 인터뷰와 사진촬영을 담당한 마을활동가 강은주씨가 편집후기를 전했다.

마을지는 각각 500부씩 발간해 마을에 200부씩, 나머지는 기관 등에 전달했다.

꼭 화산·계촌리 주민이 아니더라도 센터를 통해 마을지를 받아보거나 열람할 수 있다.


계촌리.. 마을문화 더 소중해져

마을지가 담은 신암 계촌리. 작은 마을도 우리지역 주인공이다. ⓒ 예산군행복마을지원센터


“우리마을은 조상님 때부터 지내던 당제를 이어오고 있어요. 공동우물은 오래전 150여 가구가 먹던 유래 깊은 마을유산이죠. 마을 고유의 문화를 더 자세히 조명하는 과정에서 주민 스스로 자부심을 물씬 느끼는 계기가 됐습니다”

박계원 계촌리 이장이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소감을 밝힌다.

 

계촌리 마을지에 담긴 주민들. 환한 미소가 서로 닮았다. ⓒ 예산군행복마을지원센터

이 마을은 2017년부터 센터 마을만들기 사업에 참여해 지난해 12월 마을지를 만들었고, 이들이 지금껏 지켜온 마을문화에 빛을 더했다는 평가다.

“옛날 우리마을이 어떻게 생겼었는지, 몇 가구나 살았는지, 조상들은 어떤 생활을 했는지 궁금했습니다. 마을지를 만들면서 그것을 기록하고 책을 통해 후손에 남길 수 있다는 것이 가장 뿌듯합니다. 매년 정월에 드리는 당제는 마을 사람들이 서로 단합하고 결집하는 상징인데, 조상들이 해왔던 것을 물려받아 우리가 이어가고 있다는 것을 책으로 쓰니 영광이고 기쁩니다”

마을 곳곳에 그대로 남아있는 옛 농촌가옥도 마을지에 소중히 담겼다. 그저 오래된 낡은 집인 줄만 알았는데, 터전에 녹아있는 삶의 이야기를 사진과 글로 담아내니 새삼 새롭고 더 소중해졌다.

“마을만들기에 참여하면서 마을 입구 나무, 회관 앞에 심은 꽃 하나하나에 주민들이 더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어요. 작은 변화들이 모여 마을에 대한 애정을 만들어 가는 것을 체험하고 있습니다”

계촌리 마을지에는 이들의 마을 사랑이 훈훈하게 담겨 있다.


화산리.. 자치복지마을 해봅시다

화산리 전경. ⓒ 예산군행복마을지원센터

 

화산리는 고령화가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 무색하게, 주민들의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새롭게 공동체를 이끌고 있는 마을이다.

이들은 지난해 마을회의에서 ‘자치복지마을’을 만들자고 결정했다.

그리고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고민하다 군청을 통해 예산군행복마을지원센터를 만났다.

 

화산리 사람들의 웃음이 그들 손에 쥔 꽃처럼 향기롭다. ⓒ 예산군행복마을지원센터

“우리마을에 송전탑 고압선이 여러 개 지나가요. 한국전력을 통해 매년 마을공동지원금을 받고 있죠. ‘이것을 어떻게 하면 지속적으로 모두에게 의미 있게 쓸 수 있을까’ 주민들이 한참을 고민했어요. 마을이 지리적으로 서너 곳으로 나뉘어 있고 홀몸어르신들이 많은데, 집에서 혼자 놀지 말고 ‘마을서 함께 놀며 같이 늙어가자’고 의견을 모아 ‘자치복지마을’을 기획했습니다” 정재희 이장의 설명이다.

5년 동안 지원금을 모아 마을에 자치복지관을 만들어 공동체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목표다.

주민들은 마을만들기에 참여하면서 모임을 자주갖고 마을 대소사에 관심 갖게 됐다. ‘자치복지마을’을 실현하기 위한 기폭제 역할을 한 것.

“한해 한해 차근차근 서두르지 말고 만들어 가자는 생각이에요. 올해는 화산리 지명을 따 꽃마을을 만들려고 계획했습니다. 마을 도로, 입구, 마을회관 주변 곳곳에 꽃대궐을 만들려고요” 정 이장이 계획을 전하며 한마디 더했다.

“옛날에는 사랑방에 모인 어르신들 입으로 마을이야기가 전해오곤 했는데, 이젠 그렇지 않으니 기록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마을지를 직접 보니 주민들이 ‘더 자세히 얘기해줄 걸. 가족들 모두 불러 사진 찍을 걸’하는 말씀을 많이 하세요. 길이길이 남는 것이니까요. 앞으로 마을지를 준비하는 마을이 있다면, 충분히 자료를 모으고 주민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올 가을 화산리에 펼쳐질 꽃대궐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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