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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울림 속에 한뼘 더 성장<오늘도 아빠랑>
  • 신인섭<예산읍 대회리>  yes@yesm.kr
  • 승인 2019.08.12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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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동안 단비는 할머니 집에서 놀러 온 사촌 오빠들과 즐거운 날들을 보냈다.

난 며칠을 혼자 지내게 되었다. 항상 아빠 옆에서 낯을 가리는 아이라 조금은 걱정이 되었다. 나 역시도 아이가 옆에 없으니 무척이나 허전했다. 잠도 잘 오지 않았다. 집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데 할 게 없었고, 무엇을 해도 재미가 없었다.

아이가 생긴 뒤 혼자 보내는 시간이 줄어서 그런지 온전히 내 시간을 쓰는 게 어색했다. 결국 난 늦은 저녁 차를 몰아 장모님댁으로 가 아이 옆에 누웠다. ‘아빠가 온 걸 아침에 보면 좋아하겠지?”라는 생각을 하며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아이의 반응은 아무렇지 않았다. “단비야, 아빠가 여기서 잤지!” “응” ‘졸려서 그런가?’ 아이는 시큰둥 했다.

아이의 재미없는 반응에 나도 힘이 빠져 버렸다. 그런데 오빠들하고는 그렇게 잘 놀 수가 없었다. 오빠들의 행동을 다 따라 하고, 웃을 때는 같이 웃고 길거리를 걸을 때도 “아빠 안아줘”라는 말은 전혀 하지 않고, 혼자 걷고 뛰고 얼마나 잘하는지 놀라웠다. 아이는 오빠들과 생활하면서 더욱 성장한 모습이었다. 이모와도 더욱 친해져 있었고, 오빠들과 또 하루를 보낼 수 있다는 생각에 기뻐 보였다.

“단비야, 방학 때 한 일 말하기 시간에 오빠들이랑 논 것도 말하면 되겠다”

“응, 맞다. 그래야지. 그거 마이크 들고 말하는 거야” 마이크를 들고 말하는 단비의 모습을 생각하니 미소가 지어졌다.

“근데 한 일이 너무 많은데 다 이야기할 수 있을까? 단비가 걱정하는 그 모습도 정말 귀여웠다.

내 곁을 떠나 오빠들을 졸졸 따라다니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놀이는 역시 또래끼리 노는 게 제일 좋구나 싶었다. 내가 해주는 놀이는 온전히 아이들에게 맞춤은 아니겠다는 생각을 했다.

멍하니 아이들을 바라보는 나에게 “오빠한테 안 와서 서운해?” 아내가 물었다. “약간 서운하기도 한데 자연스럽게 커가서 좋아”라고 말했다.

정말이었다. 자연스럽게 사회성을 받아들이는 모습에 안도감을 느꼈고, 오빠에게 이렇게 해보자 저렇게 해보자 하는 적극적인 단비의 모습도 보았고, 가끔씩 오빠의 거절에 당황했지만 다시금 다른 생각을 말하는 단비도 보았다.

단비야, 거절은 너를 거절한 것이 아니고 너의 생각을 거절한 것이야. 아빠는 거절당하기가 두려워 말을 잘 안 하기도 했어. 그렇게 숨지 말고 오빠들이랑 놀 때처럼 너의 의견을 말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생각했으면 좋겠다.

아이의 성장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그 순간마다 아쉬움도 꼭 같이 느껴진다.

어느새 내 옆으로 온 단비는 “아빠, 좀 있다가 이모랑 오빠들이랑 놀이터에서 숨바꼭질 할 건데 아빠는 내 뒤에 숨어 알았지? “아빠는 처음 하잖아”라며 나를 챙기는 말을 해주었다.

참 이런 순간이 감동이다. “알겠습니다” 크게 대답을 했다. “그리고 아빠, 오늘도 여기서 자고 가 알았지?” “네 알겠습니다!”

이제는 엄마 아빠뿐이 아닌 누군가와의 행동을 통해 배우며 성장하는 단비야, 자연스럽게 성장해 주어서 고마워. 오늘도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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