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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눈 했어<알아두면 통하는 신세대말>
  • 홍유린 기자  hyl413@yesm.kr
  • 승인 2019.08.12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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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 눈 뜨고 못 볼 꼴’.

가끔은 똑바로 쳐다보는 게 어려울 때가 있다. 손바닥 한 뼘은 될 것 같은 바퀴벌레, 지저분한 화장실, 신입들에게 열정만을 ‘강요’하는 상사 등. 꼴 보기 싫은 것을 어쩔수 없이 봐야하는 상황을 요즘 말론 ‘흐린 눈 한다’고 말한다.

‘흐린 눈’은 그 표현에서 직관적으로 알 수 있듯 무언가를 직면하기 싫은 상황에서 애써 그것을 무시하는 것을 말한다. 대개 피할 수도, 싫은 티도 낼 수 없는 경우에 자주 사용한다. 마치 생선가게에서 죽은 생선들의 눈이 흐려지는 것처럼 봤음에도 못 본 척 하는 것과 비슷한 경우다.

‘눈 흐린’이라는 표현 덕에 ‘못 본 척 한다’와 같이 시각적인 상황에서만 쓰일 것 같지만, 실제론 ‘모른 척 한다’에 그 의미가 더 가깝다.

“나 지난 번 회식 때 흐린 눈 하느라 혼났어. 요새 김부장님이 살 쪘다고 좀 울적해 하시거든. 그런데 회식 때 이대리가 살찐 사람은 게을러서 그런 거라고 계속 말하더라고. 부장님 기분이 영 안 좋아보이시더라”

“무서운 영화 보는데 귀신 나올 것 같은 타이밍엔 맨날 흐린 눈 한다”

“흰 운동화 더러워졌는데 흐린 눈 하고 그냥 신는다. 구찮아”

“아가리 취준생. 취준관련 소식 맨날 흐린 눈 한다”

보고 싶은 것만 보며 살 수 있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지만 인생살이 언제나 내맘대로 살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피할 수도 즐길 수도 없는 상황에서 ‘흐린 눈’을 하는 것도 세상을 살아가는 일종의 처세술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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