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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뱃속에서는 나오지 않았어<오늘도 아빠랑>
  • 신인섭 <예산읍 대회리>  yes@yesm.kr
  • 승인 2019.05.13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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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만나 아내가 되었고
이제는 엄마가 된 여자
그 여자 뱃속에서 단비가 나왔다.

나는 엄마와 아이는
이어져 있다고 생각한다.

더 단단하고 끈끈하게
이어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아빠 역할이 아닐까 싶다.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하트가 잔뜩 붙어있는 카드를 만들어 왔다. 카드를 열어보니 ‘엄마아빠 사랑해요’ 어버이날을 준비한 단비의 카드였다.

전해 줄 때도 “엄마아빠 같이 서서 손잡고 받아”라며 아내와 나를 앞에 세우고 공평하게 카드를 전달해줬다.

여전히 나는 내가 부모라는 것이 신기하다.

카드를 무사히 전달한 아이는 엄마 옆으로 가 속삭이듯이 이야기 했다.

“엄마 뱃속에서 태어나게 해줘서 고마워요” 그리곤 나에게도 와서는 “아빠 뱃속에서 태어나게 해줘서 고마워요” 알고 보니 어린이집 선생님께서 알려주신 대사였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아이는 아빠의 뱃속에서 태어나지 않는다. 그래도 난 웃으며 “그래 단비야 아빠에게 와줘서 고마워”라고 말해주었다.

임무를 완수한 듯 아이는 다시 엄마 옆에 가서 꼭 안아주며 “사랑해요”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딱 달라붙은 아내와 아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그 순간이 너무 좋았다.

그리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내는 부모가 된 기분이 어떨까? 나는 어느 순간부터 아내가 엄마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아내도 나처럼 아무것도 모르고 엄마가 되었을 텐데, 지금까지 노력한 것들을 내가 잘 몰라준 것 같았다.

내가 느낀 아이와 엄마의 관계는 처음 만나는 사이지만 이미 굉장히 친한 사이로 보였다. 둘의 대화는 눈빛이나 행동만으로도 알아듣는 적이 많았고, 아내의 말 한마디는 내 말보다 더 아이에게 큰 힘이 있어 보였다.

아이가 잘못을 해 엄마에게 혼이 날 때도 왜 혼나는지 보다, 엄마의 단호한 목소리에 더 울음을 터트리곤 했다. 때론 아이는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고 다독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난 그저 옆에서 보고 느낄 뿐이었다.

난 둘의 하루 동안 있었던 자세한 이야기는 퇴근을 한 후 아내를 통해서 듣는 것으로만 알 수 있었다. 아마 아내가 느낀 감동은 난 알지 못할 것이다. 아내를 통해 전해 듣기 때문이다.

“오빠도 같이 봤으면 좋았을 텐데”

“오빠가 직접 그 말을 들었으면 좋았을 텐데”

“오빠 이 사진 봐봐 이 영상 봐봐”

이렇게 아내는 쉴 새 없이 이야기 해주며 자신이 느낀 감동을 전해 주력고 노력한다.

아이는 어린이집에서 했던 것들을 말해주며 엄마에게 질문을 했단다. “엄마는 어릴 때 어린이집에서 영어 배우거나 동물 친구들이 놀러 오고 그랬어?” “아니 엄마는 그렇지 않았어” “그래? 그럼 단비가 먼저 태어나서 어린 엄마한테 알려주면 좋았을 텐데” 이 이야기는 전해 들었지만 그 감동은 대단했다.

나는 생각지도 못할 대화를 아내는 아이와 자주 하고 있었다는 걸 아내가 전해주는 이야기를 통해 알게 되었다.

어쩌면 아내는 나보다 더 먼저 부모가 되었던 것 같다. 아이가 태어난 그 순간부터 말이다. 아니 뱃속에 아이를 간직한 순간부터 말이다. 둘의 깊은 관계는 결국 난 알지 못할 거다.

나를 만나 아내가 되었고 이제는 엄마가 된 여자. 그 여자 뱃속에서 단비가 나왔다. 나는 엄마와 아이는 이어져 있다고 생각한다. 더 단단하고 끈끈하게 이어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아빠 역할이 아닐까 싶다.

“여보, 뱃속에서 단비를 태어나게 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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