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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매듭 사랑
  • 김창배 <예산군청 건설교통과>  yes@yesm.kr
  • 승인 2019.04.08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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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실, 끈 따위를 잡아매어 마디를 이룬 매듭은 여러 종류이다. 단단히 맨 매듭과 느슨한 매듭이 있다. 일이 순조로우면 매듭이 잘 풀린 것이고, 이해타산과 일들이 서로 얽히면 매듭은 잘 풀리지 않는다.

매듭은 삶의 옹이를 상징하는 말로 쓰인다. ‘매듭’이라는 소재로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이 3주나 지나버렸다. 쉽게 한편의 글을 쓸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글을 쓰려고 하니 글감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 차일피일 하다가 오늘은 꼭 써야한다고 큰 마음먹고 펜을 들었다.

사람이 평생 살아가는 동안 모든 일이 실마리 풀리듯이 세상 일이 잘 풀리면 얼마나 좋을까??하루 보내면서도 일을 잘 매듭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한다. 일주일이나 한 달이 지나서야 일이 풀린 경우도 있다.

부부간의 의사소통疏通의 부재不在로 커다란 매듭의 장벽 앞에서 서로 섣불리 접근을 하지 못한 적이 있었다. 이제 아내와 매듭이 풀렸다.

명절과 제사를 지내고 나면 어머니는 국물이 담긴 쇠고깃국, 사골, 멸치볶음 등 반찬거리를 비닐봉지에 싸느라 차근차근 일을 하신다. 또한 정성스럽게 비닐봉지에 담아 매듭을 지어 편안하게 가져가도록 집안 구석을 누빈다. 집에 도착하여 비닐봉지에 담긴 음식물을 냉장고에 넣기 위해 어머니가 매듭을 지어 보낸 반찬을 하나씩 풀어본다.

어머니가 싸준 반찬 매듭은 잘 풀린다. 몇 번 매듭을 풀려고 시도하면 매듭이 쉽게 풀렸다. 가위나 칼을 가지고 매듭을 자르려 하지 않는다. 수십 년 동안의 짐들을 싸는 노하우가 담겨있는 어머니의 매듭은 마냥 신기롭다. 어머니는 비닐봉지에 이중으로 잘 동여매 국물이 한 방울도 흘리지 않게 하는 매듭의 달인이시다.

어머니가 반찬을 싸 보낸 비닐봉지를 모아 두었다가 음식을 다 먹은 후 반찬통과 함께 다시 어머니가 사시는 고덕 집으로 가져가곤 한다. 어머니가 사시는 집에는 농약가게에서 얻어온 단단한 비닐봉지가 늘비하다.

“한 번 쓴 비닐봉지를, 네 어머니는 물로 닦아 다시 사용한다.”

아버지가 나에게 말씀하신 것을 들었다.

어머니의 매듭은 술술 풀리는 마법 같은 존재이다. 가족과 얽히지 않는 매듭처럼 평생 살아오셨다. 그것은 가족의 행복과 자녀의 안녕을 위해 어머니가 노력한 희생의 결과이다. 비닐봉지에 반찬을 담은 정성스런 매듭은 어머니와 자식 간의 내리사랑인 것이다. 요즈음 비닐봉지는 쉽게 구할 수 있고 흔하다. 흔한 비닐봉지에도 어머니의 사랑이 흠뻑 담겨져 있어 행복하다.

사물마다 귀중하지 않은 것은 없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주위에 사물을 둘러보면 어머니의 비닐봉지의 매듭처럼 사랑이 듬뿍 담겨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비닐봉지의 매듭을 풀려고 서두를 필요가 없다. 자연의 이치처럼 매듭을 자연스럽게 풀려고 하면 일들이 쉽게 풀린다.

어머니의 사랑은 국물 한 점도 흘리지 않게 하는 매듭사랑이다. 잡아 맨 매듭을 풀려고 할 때 가위나 칼이 필요 없는, 나와 어머니의 매듭 사랑은 영원히 존재하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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