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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장과 애장터 ⑫<소중한 예산말> - 엄마를 부르는 아이 (6)
  • 이명재 <이명재국어논술, 시인>  yes@yesm.kr
  • 승인 2019.01.14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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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구 엄마는 일어섰다. 죽은 자식을 끌어안고 산 자식들을 얼려 죽일 수는 없었다. 오랜 만에 지게를 지고 나섰다. 겨울날이 흐렸다. 안갠지 구름인지 모를 뿌연 것들이 산허리를 두르고 있었다. 휘청, 다리가 흔들린다. 용규 엄마는 휘적휘적 안산을 돌아섰다. 안산을 돌아들면 가낭골이다. 거긴 가고 싶지 않은 곳이다. 돌아서면 저 건너편에 일곱다랭이골이 있고, 거기 방죽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뒷동산엔 나무가 없다. 산막골로 들어가면 집에서 멀고 골짜기는 험하다.

안산 아래쪽엔 나무가 없었다. 용규 엄마는 낫을 들고 뒤편 등성이를 타고 올랐다. 간혹 서 있는 것은 거친 잡목뿐이다. 그것은 마르지 않은 생나무, 무겁고 잘 타지 않는 나무다. 그나마 그런 것이 남아 있음이 고마운 일인지도 모른다.

산골의 겨울은 낮이 짧다. 점심을 먹었는가 싶으면 땅거미가 졌다. 구름이 짙은 날이면 더 짧았다. 등성이를 오가며 베어낸 잡목들을 끌어내리고 묶는 동안 비가 오기 시작했다. 서둘러 베어낸 나무를 두 단으로 묶었다. 지게에 올려 묶으니 반 짐도 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 무게는 용규 엄마가 감당하기엔 산길 따라 흘러내리는 땅거미만큼 무거웠다.

하늘은 뿌옇게 가라앉고, 흔들리는 나뭇짐처럼 비가 내렸다. 산길을 따라 내려오는 용규 엄마의 발걸음 사이로 바람이 불었다. 바람은 비를 쳐 엄마의 얼굴을 때렸다. 빗물이 시야를 가린다. 엄마는 고개를 들어 도리질을 쳤다. 빗물이 날아가며 건너편 골짜기가 보이고, 거기 방죽이 보인다. 순간, 얼굴을 때려오는 바람 소리에 아이 울음소리가 섞인다.

“으앙, 으앙!”

“용규야!”

엄마의 신음이 번갯불처럼 튄다.

“으앙, 으앙!”

아이의 소리가 칼날처럼 가슴을 찌른다.

“용규야!”

 휘청, 발걸음이 흔들리다가 아래로 떨어진다. 나뭇짐이 산길 아래 논두렁에 뒤집히고, 나뭇짐에 매달린 용규 엄마가 논바닥에 엎어진다. 아찔한 현기 속에서 엄마는 나뭇짐을 밀쳐내고 논두렁에 기어올랐다.

“용규야, 용규야아!”

“으앙, 엄마! 엄마! 나 추워!”

“요, 용규야. 그래, 용규야, 엄마가 갈게! 엄마가, 장깐만 지다려!”

그날은 겨울비가 내렸다. 어둠이 깔리는 논두렁을 부여잡고 방죽을 향해 엄마가 기어갔다. 짙어지는 땅거미 사이로 바람이 불었다.

※잊혀지고 사라져가는 예산말을 찾습니다. 주변에서 쓰고 듣는 예산말을 전해주시면 예산분들과 함께하는 소중한 우리들의 ‘ 예산말사전’이 되도록 꾸려갈 것입니다. 문자(010-2455-2343)나, 메일(ymj621014@hanmail.net) 주시면 참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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